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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미식 여행] 남쪽 바다 참문어가 맛있어지는 계절, 가을
[미식 여행] 남쪽 바다 참문어가 맛있어지는 계절, 가을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0.13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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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문어 만나 똑똑해져 볼까?
어획한 문어를 분류하고 있는 어업인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강진] 바야흐로 가을은 문어가 맛있어지는 계절이다. 산란을 준비하는 문어들이 왕성한 식욕을 앞세워 살을 찌우며 더욱 쫄깃해지기 때문. 특히 이 계절에는 남쪽 바다에서 주로 어획되는 참문어가 맛이 좋다. 

통발에 잡혀 올라오는 문어들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대표적인 문어에는 피문어와 참문어가 있다. 크기가 유난히 커서 대문어라고도 불리는 피문어는 동해에서 주로 잡히고, 주꾸미 정도의 크기부터 어른 팔뚝만 한 크기까지를 잡는 참문어는 강진, 장흥, 해남 등 남해에서 많이 잡힌다.

이중 완도군 고금도를 마주 보고 있는 강진 마량항에 살아있는 참문어들이 많이 들어온다. 최기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은 “완도와 진도 같은 큰 어항에는 대형선박들이 많아서 소형 어선들이 외면받을 수 있다”며 “그래서 작은 통발 어선들은 매일 오전에 조업한 참문어를 싣고 마량항을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강진 마량항 전경. 이곳에는 전량 통발로 어획된 참문어가 들어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가을에는 산란을 준비하는 문어들이 살을 찌우며 더욱 쫄깃해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마량항에는 전량 통발로 어획된 참문어들이 들어옵니다. 정어리 같은 냄새가 강한 미끼를 통발에 넣어 문어를 유혹하죠. 문어는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많아서 통발 한 개당 거의 한 마리씩만 들어찬답니다.”

이름에서부터 글 문(文)이 붙은 문어는 무척 똑똑한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절대적인 크기는 인간의 1/600 정도라 하지만, 무척추동물 중에서는 가장 큰 뇌용량을 가졌다고.

높은 사고능력과 학습능력을 보이기도 하는데, 주변 움직임을 보면 흉내를 내기도 하고 먹이를 주어 기르면 언젠가부터 먹이 주는 사람을 알아보기도 한단다. 문어가 서로를 피하는 것도 이런 똑똑함 때문이다.

“문어 한 마리가 먼저 통발을 점거하고 있으면 다른 문어가 통발에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싸움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식탐도 많은 어종이라 같이 놔두면 서로 코를 막아 죽이기도 하고, 이긴 문어가 진 문어를 잡아먹기도 해요.”

문어잡이 통발 어선들은 오후 1시경부터 시작되는 위판 시간에 맞춰 마량항에 들어온다. 문어 위판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넓지 않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어업인들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위판이 끝나면 문어들은 한 개체씩 그물망에 담아 보관하고, 다른 어종과 같은 수조에 넣는 일은 절대 없다. 야행성이면서 식욕이 많은 문어가 밤사이 동족이나 다른 생선을 먹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어는 무척 똑똑한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문어잡이 통발. 문어 한 마리가 먼저 통발을 점거하고 있으면 다른 문어가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가을 문어가 특별한 이유
마량항의 문어는 보통 7월부터 10월까지 많이 들어온다. 딱히 금어기가 없고 금지체장도 없지만, 다른 계절에는 갑오징어나 농어, 감성돔, 주꾸미, 낙지 등을 조업하기에 바쁘기 때문. 특히 강진에서는 7월부터 11월까지 낙지 금어기라서, 이 시기에 맞춰 문어를 집중적으로 조업하는 것이라 한다. 

“문어는 산란을 하기 전에 엄청나게 먹기 때문에 추석 이전 시기에 가장 쫄깃하고 맛있어요. 이후 산란을 하고 나면 모성애가 강한 어미는 알을 지키려 주변을 잘 벗어나지도 않고, 먹이도 거의 먹지 않아서 건강하지가 않죠. 또, 알을 부화시키고 나면 어미는 이내 죽어버리기에 산란 전에만 문어를 잡을 수 있습니다.”

문어의 독특한 점은 또 있다. 보호색 개념을 가지고 있어 주변 사물에 따라 몸 색상이 수시로 변화하는 것이다.

위판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최기원 조사원은 “문어의 색 변화 능력에 대해 아직 정확한 원리를 밝혀내지 못했다”며 “위장 효과와 관련해 군사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 말처럼 위판장 내 고무대야에 담긴 문어들은 제각기 색상이 다르다. 어디에 몸이 닿았느냐에 따라 색상이 수시로 바뀌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잘 알다시피 문어는 숙회로 많이 먹는다. 다리부터 넣어 끓는 물에 데쳐내는데, 제사상에 거의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것도 문어 숙회다.

최기원 조사원은 “강진 등의 문어 산지에서는 가정에서의 활용도가 더 높은 편”이라며 “오징어가 들어가는 요리는 거의 대부분 문어로 대체가 가능한데, 더 쫄깃하고 맛이 진해서 좋다”고 말한다. 특히, 작게 썰어서 죽을 만들면 이가 약한 노인들도 먹기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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