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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을여행주간] ‘일부러’ 삼천포로 빠졌다…바다케이블카 타러!
[가을여행주간] ‘일부러’ 삼천포로 빠졌다…바다케이블카 타러!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2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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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섬을 넘나드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
각산에서 내려다본 삼천포의 풍경.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사천] 남해안 다도해의 남서쪽 끝자락에 도달했다. 인근의 남해나 통영보다 덜 알려져 청정함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품은 삼천포, 아니 현재는 사천시라 불리는 곳. 삼천포로 빠지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시와 사천군의 통합 명칭을 두고 극 중 삼천포(김성균 분)가 “삼천포의 삼과 사천군의 사를 합쳐 칠천포는 어떻겠냐”고 웃음을 자아냈던 장면이 생각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해프닝이라는 점. 결국 사천시로 통합되어 현재는 삼천포항이라는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육지와 산을 잇는 국내 최초의 케이블카인 사천바다케이블카.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산‧바다‧섬을 통과하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양탄자를 타고 땅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섬으로, 섬에서 다시 바다를 가로질러 산으로 올라갔다고 말하면 소설 속 한 장면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2.43km의 길이로 바다와 섬, 그리고 육지와 산을 잇는 국내 최초의 케이블카이자 국내 최장 길이의 ‘사천바다케이블카’ 이야기다. 이제는 사천을 말할 때 바다케이블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일단 케이블카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일반 케이블카, 그리고 바닥이 투명한 강화 유리로 되어 있어서 아찔한 경험을 제공하는 크리스탈 케이블카.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일반 케이블카를, 담력을 키우고 싶다면 바닥이 훤히 보이는 크리스탈 케이블카를 추천한다.

크리스탈 케이블카를 타면 바닷물이 넘실대는 바다로,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로, 숲이 우거진 산으로 풍덩 떨어질 것 같아 간담이 서늘하지만,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생생한 풍경만으로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크리스탈 케이블카.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천 8경 중 제1경에 속하는 창선삼천포대교.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만큼 운행시간도 20분에서 25분 정도로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보다 조금 더 길고, 속도도 더 빠르다. 그렇다면 안전성은 어떤가? 1여 년 간에 걸쳐 풍동 시험을 진행한 것은 물론, 자동 순환 2선식을 채택해 바람에 의한 흔들림을 최소화해 안전성도 톡톡히 챙겼다.

시간당 최대 13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면 한국의 ‘금문교’라는 별칭이 있는 창선삼천포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다리인 창선삼천포대교는 총 길이가 3.4km로 케이블카에서 보면 더 절경이다.

사천 8경 중 제1경에 속하는 이 대교는 삼천포항과 창선도 사이에 있는 모개섬, 초양섬, 늑도까지 연결하고 있다. 또한, 창선삼천포대교는 지난 2006년 건설교통부의 ‘한국의 아름다운 길’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으니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초양도를 지나 각산으로 오르는 사천바다케이블카.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반짝이는 남해와 지리산 천왕봉을 한눈에
케이블카는 육지에서 바다를 거쳐 원형 모양의 섬인 초양도로 간다. 그리고 초양도에 도착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바로 회전하여, 또다시 바다를 거쳐 해발 408m의 각산까지 올라간다. 각산에 도착해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갑갑했던 속이 뻥 뚫리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풍경이 더 선명해진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는 케이블카만큼 산을 빨리 오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없다. 케이블카 정류장에 내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삼천포 앞바다의 섬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다다르게 된다. 잠시 여기서 쉬어 가자. 햇살을 받은 바다는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고, 대교는 섬을 이어주고, 그 사이를 지나는 고기잡이 통통배는 물고기가 바다를 헤엄치듯 이곳저곳을 유영한다. 정상에서 왼편으로는 바다 건너 남해와 바다 한가운데 조각조각 떠 있는 무인도를, 오른편으로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볼 수 있다.

각산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전망대를 지나 숲길을 5분 정도 걷다 보면 초가집이 보인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숨을 돌리고 전망대를 지나 숲길을 5분 정도 걷다 보면 초가집이 보이고, 그 길로 더 올라가면 고려 시대 때부터 왜구의 침략을 알리던 봉화대가 보인다. 나라의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봉화대가 각산에 있다는 것은 이 산이 그만큼 위치적으로 중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산의 봉화대는 남해 금산에 있는 구정봉의 연락을 창선 태방산에 거쳐 받아, 이를 다시 용현면의 침지 봉수와 공양면의 우산 봉수로 보내는 역할을 했다.

모양새가 누워 있는 용의 뿔을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각산은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산세가 험준하지 않고 포근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정상에 오르면 삼천포 앞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뒤편으로는 각산의 주산인 와룡산이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이만한 산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육지 아래로 단숨에 내려가 보자. 직접 산을 오르고 내리는 수고로움 없이 바다, 산, 육지와 섬까지 아우르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이다. 이번 주말 ‘일부러’ 삼천포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각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삼천포 풍경.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Info 사천바다케이블카
주소 경남 사천시 사천대로 18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11~3월은 오후 5시까지 운영, 날씨로 인해 휴장할 수 있음)
운영요금 왕복 기준 일반 케이블카 대인 1만5000원‧소인 1만2000원, 크리스탈 케이블카 대인 2만원‧소인 1만7000원

Tip 초양도에서 하차하지 못해 아쉽다면 케이블카를 모두 즐긴 후 차를 타고 창선삼천포대교를 달려 초양도로 들어가 보자. 케이블카가 바다를 건너 저 멀리 각산까지 올라가는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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