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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남도 맛 기행 ⑨] 목포에서 송어회를 먹는다고?
[남도 맛 기행 ⑨] 목포에서 송어회를 먹는다고?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1.08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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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에 서린 ‘고향의 맛’과 추억
고소한 맛이 좋은 송어회와 시원한 우럭간국의 조합
추억 돋는 서산동 시화마을은 덤
목포에서는 예부터 밴댕이회를 송어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앙증맞게 세팅된 송어회는 고소한 맛이 일품. 목포에서는 예부터 밴댕이회를 송어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목포] 바다와 맞닿은 항구도시 목포에서는 바다 그 자체가 삶의 터전이자 방식이었다. 특히 목포항 뒤편의 서산동 사람들은 입을 것, 먹을 것, 살 곳 등을 대부분 바다에 기대어 얻었고, 그래서인지 산등성이를 낀 동네는 삶도 먹거리도 바다 향을 담고 있다.

겨울 손님 반기는 선창가 옆 식당
우리나라 서남해안에서 잡히는 해산물의 진미를 즐길 수 있는 목포9미 중에 이름을 흔히 들어보지 못한 음식이 있다. 우럭간국이다. 현대인들이 광어와 함께 가장 흔히 먹는 횟감인 우럭을 말려 활용한 음식으로, 목포 등 전남 지역에서는 흔히 먹는 음식이다.

우럭간국과 함께 목포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특별한 음식인 송어회도 빼놓을 수 없다. 타지인은 송어라는 이름에서 곧장 민물송어를 떠올리겠지만, 목포에서 송어라 부르는 어종은 인천 등 서해북부에서 밴댕이로 불리는 바로 그 어종이다.

서산동 입구에는 25년 넘게 송어회를 전문으로 취급해온 만선식당이 있다. 목포수협 위판장에서 도로를 건너 들어서는 골목에서 낡은 간판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만선식당은 이름부터 바다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듯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공간은 뱃일을 마친 어민들이 그날의 노고를 소주 한 잔과 수다를 곁들여 풀어낼 것만 같은 장소다.

식당 차림판에는 갈치조림과 농어탕, 아구찜 등 목포다운 메뉴들도 보이지만, 가장 인기가 높은 메뉴는 송어회와 무침, 그리고 우럭간국이다. 만선식당을 운영하는 최양신배미숙 부부는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송어회와 우럭간국을 다루는 식당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목포 대표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말한다.

시원한 맛이 우러난 우럭간국은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시원한 맛이 우러난 우럭간국은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송어는 표준어로 밴댕이가 맞지만, 전라도에서는 옛날부터 송어라 불렀어요. 원래는 제철인 4~7월에만 맛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1년 연중 잡혀서 언제나 먹을 수 있게 되었죠.”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을 지닌 송어는 한 번 먹으면 또 집어먹고 싶은 맛을 지녔다. 최양신 사장은 초장이나 간장, 막장에 찍어 먹고 묵은김치에 싸먹어도 맛있다무침으로 먹어도 좋다고 추천한다.

차림판에는 우럭탕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뽀얗고 맑은 국물을 지닌 우럭간국은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 더욱 어울리는 음식이다. 말린 우럭을 마늘, , 청양고추와 함께 된장을 풀어 푹 끓여낸 국물은 짭짤하면서 시원한 맛이 매력. 배미숙 사장은 말려서 보관한 생선을 먹던 방법으로, 어머니가 해준 맛이 떠오르는 음식이라며 말린 생선은 하얗게 끓여내는 게 더 시원한 맛이 난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우럭간국은 신기한 맛보다는 익숙하면서 푸근해지는 향으로 입안을 깨운다. 잘 말려진 우럭이 국물을 머금으며 자반구이처럼 짭조름한 살맛이 살아나고, 된장과 소금으로 간이 된 국물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맛을 지녔다.

Info 만선식당
메뉴 우럭탕() 4만원, 송어회 25000, 장어탕 15000
주소 전남 목포시 서산로 2

연희네슈퍼 안에서 볼 수 있는 추억의 주전부리. 전시품이라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연희네슈퍼 안에서 볼 수 있는 추억의 주전부리. 전시품이라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점이 아쉬울 정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서산동 시화마을과 연희네슈퍼
만선식당에서 유달산 방면으로 향하는 언덕길에 서산동 시화마을이 있다. 첫째, 둘째, 셋째 골목으로 구분 지어놓은 시화마을은 서산동 주민들이 실제 살아가는 집터의 좁은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시를 적어 놓은 소박한 관광지다. 곽순임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사는 목포가 개항되면서 평지에는 일본 유곽이 생겼고, 산등성이에는 조경으로 벚나무를 심어 벚꽃마을이라 불렸던 곳이라며 “6.25전쟁 때 살 곳이 필요했던 피난민들이 움막을 짓고 살면서 지금과 같은 마을이 생겨났을 것으로 본다고 알려준다.

시화마을 출입구 앞에는 연희네슈퍼가 있다. 영화 <1987>에서 민주화운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대학생을 연기한 연희(김태리 분)의 집이자 가게로 나왔던 공간을 전시용으로 남겨놓은 곳이다. 슈퍼 앞에 세워진 초록색 택시와 내부에 전시된 눈깔사탕, 카라멜 등 주전부리들이 옛 시절을 떠오르게 하고, 그 안쪽에 촬영을 했던 방을 남겨놓아 영화 속 장면을 떠올려보기도 좋다. 연희네슈퍼 뒤편에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방공호도 오픈되어 있어 둘러볼 수 있다.

연희네슈퍼는 영화 [1987]의 촬영지를 전시 용도로 남겨놓은 곳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연희네슈퍼는 영화 [1987]의 촬영지를 전시 용도로 남겨놓은 곳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연희네슈퍼 맞은편에서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연희네슈퍼 맞은편에서는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골목과 언덕에서 목포의 기억을 읽다
연희네슈퍼에서 언덕 골목길을 오르며 둘러볼 수 있는 서산동 시화마을은 골목 세 개를 모두 돌아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은 코스다. 그러나 걸음걸음마다 눈에 보이는 시들과 벽화들을 찬찬히 살피다보면 관람시간은 제한 없이 늘어난다. 목포 지역 예술인들이 적고 그린 시와 시화들, 그리고 서산동 일대에 실제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 옛 기억과 추억을 더듬어 적은 생활 시들도 많아 재미지면서도 애틋한 그들의 삶을 읽을 수 있어 더욱 발걸음이 더뎌진다.

한편, 목포의 옛 기억과 함께 들러볼 곳이 있다. 첫째 골목을 따라 언덕에 오르면 바로 앞에 보이는 파란 지붕 가게이다. 일명 보리마당 할매네집으로 불리는 이곳은 간판도 없는 작은 구멍가게지만, 지역 예술인들이 이곳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한국판 몽마르트 언덕이라는 표현을 하여 입소문이 난 곳이다. 나이 여든에 이른 김금순 할머니의 살가운 반김과 가게 앞 평상에 걸터앉아 목포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에 목포 지역민들은 뭉클한 옛 기억을 떠올리고,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은 낭만에 젖어볼 수 있는 정겨운 장소이다.

서산동 시화마을에는 목포 예술인들의 그림과 시, 그리고 서산동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 시들이 벽에 남겨져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서산동 시화마을에는 목포 예술인들의 그림과 시, 그리고 서산동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 시들이 벽에 남겨져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시화마을에서는 귀여운 벽화들이 발걸음을 잡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시화마을에서는 귀여운 벽화들이 발걸음을 잡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보리마당 할매네집 평상에서 바라보는 목포 바다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보리마당 할매네집 평상에서 바라보는 목포 바다 전경.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연희네슈퍼
주소 전남 목포시 해안로127번길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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