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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남도 맛 기행 ⑩] 현지에서 즐기는 나주곰탕의 깊고 진한 맛
[남도 맛 기행 ⑩] 현지에서 즐기는 나주곰탕의 깊고 진한 맛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1.13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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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의 역사를 지닌 곰탕거리
금성관 등 나주의 역사관광 겸할 수 있어
전국에 나주곰탕 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겨났지만 현지에서 먹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국에 나주곰탕 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겨났지만 현지에서 먹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나주] 1천 년 전, 호남에서 가장 큰 고을이었던 전주와 나주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 붙여진 전라도. 이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나주는 남도의 천년 고도라 불린다. 나주읍성의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온 금성관 일대에 나주를 대표하는 맛 중 하나인 곰탕거리가 형성된 것도 필연인 이유이다.

나주에 오셨으면 곰탕 한 그릇 하셔야죠?
남도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나주에는 이름난 먹거리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는 대표 먹자골목이 있다. 강렬한 향으로 오감을 깨우는 영산포 홍어거리와 고소한 냄새로 식욕을 자극하는 구진포 장어거리, 그리고 가장 서민적인 음식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금성관 일원 곰탕거리이다. 특히, 곰탕거리는 나주의 역사를 읽어볼 수 있는 나주읍성 내에 자리해 있어 나주 여행 시에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최근 수 년 간, 전국에 나주곰탕의 이름을 내건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지만, 현지에서 맛보는 원조 나주곰탕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여행지에서 먹는 기분 탓일 거라 폄하할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 곰탕거리를 방문하여 먹는 맛이 다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공기부터 다르다. 아침 7시 오픈을 맞추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군불에 끓여댄 곰탕의 향이 거리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현지에서 맛보는 나주곰탕은 여행 기분을 차치하고라도 확실히 더 깊은 맛이 난다. 오래 익혀 부드러워진 고깃점은 말할 것도 없고 얇게 자른 달걀노른자 지단도 빼놓을 수 없는 현지 나주곰탕의 정체성이다. 소고기 맛이 진하게 우러난 본연의 맛을 즐기다 혀가 심심해지면 고춧가루를 살짝 풀어 두 번째 맛을 느껴보는 것도 별미. 진한 육수 맛에 화끈한 맛이 더해져 입과 기분을 새롭게 정리해준다.

곰탕거리에는 수십년 전통에서 100년 전통에 이르는 노포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곰탕거리에는 수십년 전통에서 100년 전통에 이르는 노포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나주곰탕은 미리 밥을 말아주는 국밥 스타일이 정석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며 밥을 따로주는 깔끔한 스타일도 생겨났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나주곰탕은 미리 밥을 말아주는 국밥 스타일이 정석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며 밥을 따로주는 깔끔한 스타일도 생겨났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금성관 일원의 문화재 발굴 사업이 결정되며 현재의 곰탕집들이 곧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사진은 자리를 옮기며 새롭게 단장한 탯자리나주곰탕 내부. 사진 / 노규엽 기자
금성관 일원의 문화재 발굴 사업이 결정되며 현재의 곰탕집들이 곧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사진은 자리를 옮기며 새롭게 단장한 탯자리나주곰탕 내부. 사진 / 노규엽 기자

나주곰탕의 변화, 새로운 모습
이 일대에 곰탕거리가 형성된 것은 100년 정도로 알려졌다. 김정숙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사는 나주읍성 밖에 형성된 오일장에 이어 읍성 안에도 장터가 형성되며 자연스레 주막이 생겨났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초기 나주곰탕은 전국 각지에서 땔나무 등 팔 거리를 이고 온 사람들이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 형태였다고 말한다.

현재는 나주 오일장과 읍성 내 장터가 자리를 옮기며 곰탕을 팔던 수많은 식당들도 떠나갔지만, 곰탕거리에는 아직 수 십 년 전통부터 100년 전통까지 맥을 잇고 있는 노포들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중 나주곰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곳도 있다. 1997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탯자리 나주곰탕이다. 주변 곰탕집과 비교하면 불과 20여 년의 역사가 짧아 보이지만, 탯자리라는 명칭처럼 나주곰탕의 역사를 잇고 있는 곳이다. 최영숙 탯자리 나주곰탕 사장은 가장 오랜 역사를 내세우는 100년 전통 가게에 우리가 세를 주었다“1997년부터는 직접 곰탕을 끓이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 새로운 모습이란 바로 국물과 밥을 토렴해 국밥으로 내주던 나주곰탕의 변형이다. 최영숙 사장은 옛날 장터가 있던 시절에는 국밥으로 내어주는 것이 당연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깔끔한 걸 좋아하지 않나라며 탯자리는 공기밥을 따로 내어주고 묵은지와 양파, 청양고추 등 밑반찬도 추가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천을 겪은 만큼 나주곰탕도 달라져야한다는 의미다.

이는 바깥주인인 이영기 사장이 말하는 음식은 역사와 문화다와 연결된다. 수의학을 전공한 이영기 사장과 식품가공학을 전공한 최영숙 사장이 만들어낸 탯자리의 나주곰탕은 맛에 대한 믿음을 준다는 면에서도 특별함이 있다.

탯자리 나주곰탕 외에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여 현재의 곰탕거리에서는 국밥 스타일의 기존 곰탕과 밥을 따로 내어주는 스타일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추억의 맛이냐, 새로운 맛이냐는 오롯이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Info 탯자리 나주곰탕
메뉴 곰탕 9000, 수육곰탕 12000, 수육 35000
주소 전남 나주시 징고샅길 5-1

곰탕거리의 랜드마크 격인 금성관을 시작으로 고샅길을 걸어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곰탕거리의 랜드마크 격인 금성관을 시작으로 고샅길을 걸어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면 동부길에도 찾아볼 만한 곳이 많다. 사진은 구 나주역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면 동부길에도 찾아볼 만한 곳이 많다. 사진은 구 나주역의 모습. 사진 / 노규엽 기자
구 나주역 인근에는 광주학생운동의 시발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념관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구 나주역 인근에는 광주학생운동의 시발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념관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고샅길 따라 둘러보는 나주의 역사
곰탕의 잔향을 입안에 담은 채 둘러볼 만한 곳은 곰탕거리와 맞닿아있는 고샅길을 기준으로 삼으면 좋다. 고샅길은 만들어질 당시 서부길과 동부길로 코스가 정해졌다. 서부길은 조선시대 향리들이 살던 전통동네를 걸어서 둘러보는 코스로, 금성관을 중심으로 시작해 정수루와 목사내아를 둘러보고, 서성문과 사창거리 등을 돌며 나주읍성에서 행해지는 전통과 이야기를 알아볼 수 있는 길이다.

동부길은 주로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길로, 암울했던 시절의 아팠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길이다. , 서부길에서는 서성문으로 이어지는 서성벽길이 20192월까지 정비공사 중이라 제 모습을 볼 수 없는 점이 아쉽고, 애초 자전거 대여를 해주었던 동부길은 현재 시스템 상의 문제로 자전거 코스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자가용 이동이 가능하다면 동부길의 명소를 돌아보길 권하고, 이동이 여의치 않다면 약 1시간~1시간 30분 코스인 서부길을 가볍게 거닐며 나주읍성을 이해하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 좋다.

따뜻할 때 먹으면 더욱 맛있는 주전부리인 왕꽈배기. 사진 / 노규엽 기자
따뜻할 때 먹으면 더욱 맛있는 주전부리인 왕꽈배기.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서부길 산책을 즐기는 전후로 가벼운 간식거리도 만나볼 수 있다. 금성관 정문인 망화루를 나와 금성교 방면으로 직진하면 오른편에 노란 간판이 보이는 목포왕꽈배기다. 왕꽈배기와 찹쌀도너츠, 못난이도너츠(팥도너츠) 세 종류를 직접 만들고 바로 튀겨내어 파는 이곳은 따뜻한 온기와 함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꽈배기로 걷는 도중 식도락을 채울 수 있다. 종류에 관계없이 32000원으로 가격도 부담 없다.

Info 금성관
주소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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