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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영화 속 여행지] 영화ㆍ드라마를 통해 만나는 역사의 순간…논산, 백제에서 근대까지 역사여행
[영화 속 여행지] 영화ㆍ드라마를 통해 만나는 역사의 순간…논산, 백제에서 근대까지 역사여행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18.11.30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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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속에 그려진 역사의 현장을 만나다
황산벌 전투서부터 근대 역사를 담은 논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주요 촬영지까지
영화와 드라마 속에 그려진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은 색다르다. 사진은 논산 선샤인스튜디오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영화와 드라마 속에 그려진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은 색다르다. 사진은 논산 선샤인스튜디오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논산]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즐겨보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접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품은 스토리와 등장인물뿐 아니라 그 시대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더 나아가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충남 논산’하면 흔히 육군훈련소를 제일 먼저 떠올릴 테지만, 이곳은 백제시대 유물과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걸을 때마다 곳곳에 자리한 역사의 흔적이 시선과 발길을 멈춰 세우는 곳. 역사의 흔적과 영화ㆍ드라마의 여운을 따라 논산으로 떠나보자. 

‘거시기’했던 5천 vs 5만’의 싸움, 황산벌 전투
금강 유역의 넓고 기름진 땅에 자리한 논산평야는 백제의 수도인 사비(지금의 부여)를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당시 논산의 지명은 ‘황산’. 백제의 명운을 건 마지막 전쟁인 ‘황산벌 전투’가 펼쳐졌던 곳이기도 하다. 

15년 전에 개봉한 한 편의 영화는 당시 상황을 잘 보여준다. 바로 영화 <황산벌>이다. 황산벌 전투를 다룬 영화로써 당시에도 사투리를 썼다는 가정하에 기존의 역사를 코믹하게 재구성하여 주목을 받았다. ‘거시기’와 같은 사투리를 암호문 해독하듯 분석하고, 욕 대결을 벌이는 등 재미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무겁게만 느껴졌던 역사물을 누구나 재미있게 즐기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황산벌 전투를 비롯해 백제의 군사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 사진 /송인경 여행작가
황산벌 전투를 비롯해 백제의 군사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 사진 /송인경 여행작가
백제군사박물관 전시실 내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백제군사박물관 전시실 내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7세기 중반, 백제의 압박에 위협감을 느낀 신라는 당나라와 군사동맹을 맺고 백제 침공에 나선다. 이에 백제는 대책을 강구했지만,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먼저 칠 것인지 등을 놓고 내분이 일어난다. 결국 신라의 5만 군사에 맞선 것은 계백 장군과 5000명의 결사대뿐이었다. 

이때 전장으로 향하기 전 계백 장군은 “처자가 적국의 노비가 되어 살아서 욕보기 보다는 죽는 것이 낫다”라며 가족을 죽이고 떠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영화 <황산벌>에서는 계백 장군(박중훈 분)이 아내(김선아 분)에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며 치욕을 당하느니 죽음을 택할 것을 명령한다. 이에 부인은 “호랑이는 가죽 땜시 죽고 사람은 이름 땜시 죽는 거여, 인간아!”라고 맞선다.

두 사람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기에 이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황산벌 전투가 그만큼 치열하고 그만큼 절박한 싸움이 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계백 장군과 결사대를 기리는 유적지
치열하고도 절박했던, 그렇지만 피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었던 황산벌 전투. 전투가 벌어졌던 곳에는 현재 계백 장군과 5천 결사대를 기리는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계백 장군의 묘와 사당, 충혼공원, 백제군사박물관, 국궁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현재는 역사학습의 장이자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이용된다.

계백장군 동상. 사진 /송인경 여행작가
계백장군 동상. 사진 /송인경 여행작가
계백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는 사당, 충장사. 사진 /송인경 여행작가
계백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는 사당, 충장사. 사진 /송인경 여행작가

이중 백제군사박물관을 먼저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백제의 군사문화와 호국정신을 주제로 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어 황산벌 전투를 비롯해 군사 복식과 무기 체계 등 백제의 군사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5천 군사 대 5만 군사. 결과가 뻔히 보이는 황산벌 전투는 놀랍게도 4전 4승이라는 반전을 이뤄냈지만, 절대적인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했고, 찬란했던 백제의 역사 또한 그렇게 끝났다. 하지만 기개가 넘치는 모습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는 계백 장군의 동상을 보고 있으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Info 백제군사박물관(계백 장군유적지)
주소
충남 논산시 부적면 충곡로 311-54

번성했던 포구의 흔적,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
강경포구는 논산시 남서부에 자리한 항구이다. 강경천과 논산천이 금강으로 흘러드는 지점에 위치한 내륙항으로 함경남도 원산시에 있는 원산항과 더불어 ‘조선 2대 포구’로 불렸던 곳. 일찍이 발달한 수상 무역으로 포구 주변에는 시장이 형성되었고, 각종 상점이 들어섰다. 

강경근대문화거리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강경근대문화거리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24호로 지정된 '구 한일은행' 건물.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24호로 지정된 '구 한일은행' 건물.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조선 최대의 상업 도시 중 하나로 발전하면서 상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업의 진출도 두드러졌다. 1910년대 초반에 지어진 한일은행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권이 많이 축소되자 텅 비게 된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은 이후 도서관, 젓갈 창고로 쓰이다가 2007년에 문화재로 등록되어 현재는 강경역사관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선 강경의 역사와 문화, 발전사를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당시 사용했던 다양한 유물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강경의 역사와 현재 남아있는 건물들의 특징을 이곳에서 확인한 후 마을을 돌아본다면 보물찾기를 하듯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여행할 수 있다. 

강경역사관 건물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자리한 강경노동조합은 1910년 중반에 400여 명의 조합원으로 결성된 노조로, 일제 상인들의 침탈에 맞서 조선 어민과 상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방 이후 건물이 방치돼 2층이 무너져 내려 1층만 남아있으며, 현재는 강경역사문화안내소로 운영되고 있어 여행 중 궁금한 점을 해소해준다.

현재 강경역사문화안내소로 쓰이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23호 '강경노동조합'.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현재 강경역사문화안내소로 쓰이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23호 '강경노동조합'.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벽에 글자와 간판이 새겨진 근대 건축물의 특징 '건축 간판'.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벽에 글자와 간판이 새겨진 근대 건축물의 특징, 건축 간판.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강경근대역사문화거리는 일본인이 남기고 간 건축양식 그대로 다시 세운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건물들을 자세히 보면 벽에 글자와 간판을 새겨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근대건축물의 특징인 ‘건축 간판’이다. 이처럼 옛 시대의 흔적을 찾아 거닐다 보면 어느덧 이곳만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다. 

Info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강경역사관)
주소
충남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167번길 50

Info 구 강경노동조합(강경역사문화안내소)
주소
충남 논산시 강경읍 옥녀봉로27번길 30-5

상실의 시대에 비친 한 줄기 햇살,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

최근 많은 이들이 훈련소에 입소하는 가족,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서가 아닌 드라마의 여운을 좇기 위해 논산을 많이 찾고 있다. 지난해 9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소년이 미국 해병대 장교 유진초이(이병헌 분)로 성장해 조국에 돌아와 주둔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논산 선샤인스튜디오 내에서 드라마 관련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논산 선샤인스튜디오 내에서 드라마 관련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글로리호텔 1층에서 상영 중인 드라마 하이라이트. 드라마를 추억하고픈 여행객에게 반가운 장소가 되고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글로리호텔 1층에서 상영 중인 드라마 하이라이트. 드라마를 추억하고픈 여행객에게 반가운 장소가 되고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유진초이가 다시 밟게 된 조선은 격변과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 속에 모던걸과 모던보이, 전차와 병원, 신문사, 호텔 등 서양 신문물이 공존한다. 밤거리에는 전기가 들어오는가 하면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열강이 몰려들어 그야말로 풍전등화인 상황.

이처럼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조선에서 나라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힘쓰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의병들의 삶을 통해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주요 촬영지였던 선샤인스튜디오는 새 단장을 한 뒤 정식 개장해 드라마를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선샤인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이곳 직원들의 복장이 드라마 속 글로리호텔 직원의 복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 모습에서부터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 

선샤인스튜디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글로리호텔.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선샤인스튜디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글로리호텔.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속 인상 깊은 장소가 촬영됐던 홍예교.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 속 인상 깊은 장소가 촬영됐던 홍예교.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선샤인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면 고애신(김태리 분)과 유진초이가 저격수로 서로를 마주한 곳이자 수백 개 전등의 불이 동시에 들어오는 이벤트가 벌어졌던 진고개, 가련한 여인 쿠도히나(김민정 분)가 운영하던 호텔이자 가배(커피) 등의 신문물이 모여 있던 글로리빈관, 일본 최고의 칼잡이 구동매(유연석 분)가 운영하던 화월루 등이 드라마 속 그대로 자리하고 있어 감동과 반가움, 설렘 등의 감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스튜디오를 둘러보다 보면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 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던 주인공의 대사가 생각난다. 빼앗길지언정 내어줄 수는 없었기에 끝까지 싸우다 그렇게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의병들의 사진이 게재된 벽보.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의병들의 사진이 게재된 벽보.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한성전기 건물 2층으로 올라서면 보이는 태극기. 드라마 속 장면들이 떠올라서인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한성전기 건물 2층으로 올라서면 보이는 태극기. 드라마 속 장면들이 떠올라서인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상실의 시대에 비친 한 줄기 희망은 바로 그들의 숭고한 정신과 희생이었을 것이다. 독립된 조국에서 마주한 우리의 역사는 가슴 아프고, 미안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이처럼 흘러온 시간과 차곡차곡 쌓인 역사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논산으로의 여행은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Info 논산 선샤인스튜디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수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 소인 3000원
주소 충남 논산시 연무읍 봉화로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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