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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도로명 찾아가자]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를 만나다 공주 산성찬호길
[도로명 찾아가자]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를 만나다 공주 산성찬호길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8.11.30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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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박찬호 이름 딴 산성찬호길 생겨...
박찬호 생가를 리모델링해 지은 박찬호 기념관부터
혼자 트레이닝 하던 골목길까지...
충남 공주에는 박찬호 선수의 이름을 딴 '산성찬호길'이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충남 공주에는 박찬호 선수의 이름을 딴 '산성찬호길'이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공주]박찬호 선수가 유년 시절을 보낸 충남 공주의 골목길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이곳에서 30년 정도 거주한 전병임 통장의 말을 빌리면 코 흘리면서 동네 담 넘어 장난치러 다니던 찬호가 아직도 눈에 선한길이다.

충남 공주의 '산성찬호길'은 400m 정도 되는 아주 짧은 도로지만, 박찬호 선수(이하 박찬호)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길 주변에는 박찬호의 선수생활의 모든 기록들을 전시해둔 박찬호 기념관이 박찬호 골목길을 빛내고 있다. 모두가 아는 스포츠 영웅 박찬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산성찬호길로 찾아가 보았다.

'코리안'특급 박찬호

요즘은 예능에 나오면서 예능인 이미지가 강해졌지만, 2000년도 전후,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박찬호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만큼 유명한 스포츠 스타였다. '국내 최초 메이저리', 시속 161km의 광속구를 던지는 '코리안 특급', '역대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승 투수'까지 모두 그를 수식하는 단어이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박찬호는 국가대표라는 직위에 큰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두 차례의 WBC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며 든든한 맏형 노릇을 해냈다. 2009년 국가대표 은퇴를 밝히면서도 눈물을 흘렸는데, 185cm의 커다란 선수의 눈물이 더 짠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남다른 애향심을 뽐냈던 그는 2011년 해외리그 생활을 끝내고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고향 구단인 한화 이글스에서 2년 정도 뛴 후 2014년 공식적으로 약 32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산성찬호길을 걷다보면 박찬호 선수의 선수생활을 모두 볼 수 있는 박찬호 기념관이 나온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산성찬호길을 걷다보면 박찬호 선수의 선수생활을 모두 볼 수 있는 박찬호 기념관이 나온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의 기록을 담은 전시관

공주종합버스터미널을 나와 공주시 공공자전거를 타고 금강이 보이는 공주대교를 지나 공산성 주차장까지 달리면 버스보다 빨리 산성찬호길을 찾아갈 수 있다. 공산성 주차장 대여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농협 골목이 바로 산성찬호길이다.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에 자리한 박찬호 기념관이 보인다. 박찬호 생가를 기념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기념관들에 비해 작은 규모이지만 그가 모은 소장품들과 직접 사용한 손때 묻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어 알차다. 내부는 1층과 2층에 걸쳐 총 7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안내데스크를 등지고 서면 LA 다저스 때부터 마지막 한화 이글스 때까지 쓴 물품이 있는 제1전시실이 바로 보인다.

안내데스크를 등지고 서면 LA 다저스 때부터 마지막 한화 이글스 때까지 쓴 물품들이 있는 제1전시실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안내데스크를 등지고 서면 LA 다저스 때부터 마지막 한화 이글스 때까지 쓴 물품들이 있는 제1전시실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함게 전시된 다저스에서 썼던 모자 속에 써진 '시작과 끝이 한결같이!' 사진 / 김세원 기자
함게 전시된 다저스에서 썼던 모자 속에 써진 '처음과 끝이 한결같이!' 사진 / 김세원 기자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기까지 박찬호의 선수생활을 돌아볼 수 있다. 특히 함께 전시된 다저스에서 썼던 모자 속에 써진 '처음과 끝이 한결같이!'라는 문구가 시선을 끈다.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슬럼프를 이겨냈을지 보여 마음이 찡하다. 어린 찬호가 썼던 방을 재현한 제2전시실에는 그가 실제로 쓰던 노트와 중고등 시절 입었던 유니폼들이 있다.

어린 찬호의 방을 그대로 재현한 제2전시실. 사진 / 김세원 기자
어린 찬호의 방을 그대로 재현한 제2전시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수집한 승리의 기록인 124개의 야구공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수집한 승리의 기록인 124개의 야구공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 선수의 구종을 본뜬 석고상들과 기록이 자세히 적혀있는 야구공.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 선수의 구종을 본뜬 석고상들과 기록이 자세히 적혀있는 야구공.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를 모델로 그린 그림을 지나면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수집한 승리의 기록인 124개 야구공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아래로 박찬호가 주로 던진 구종을 본뜬 석고상들이 있어 손 모양을 자세히 볼 수 있다. 124개의 공이 모두 모여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경기 몇 이닝의 어떻게 던진 공인지 세세하게 적혀있어 그 꼼꼼함에 탄성이 나온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LA 다저스 시절의 라커룸을 그대로 재현한 2층 전시실. 사진 / 김세원 기자
LA 다저스 시절의 라커룸을 그대로 재현한 2층 전시실. 사진 / 김세원 기자

2층으로 올라가면 LA 다저스 때 썼던 라커룸이 그대로 옮겨진 듯 재현돼있다. 건너편에는 해외 리그 때 입었던 유니폼들과 함께 개인 수집품들이 있다. 귀여운 사연이 숨겨있는 물품도 있는데, 바로 티켓이다. 자신이 출전해 승리한 경기 표를 갖고 싶었던 그가 관중에게 사인볼을 주며 바꿔온 것인데, 야구에 대한 애정이 보여 웃음이 나온다.
2019년 중에는 기념관 내부에 박찬호 전문 해설사가 상주할 예정이며, 안내 책자도 자세하게 리뉴얼 될 것이라고 하니 좀 더 관람하기 좋을 듯하다.

박찬호가 토끼뜀 뛰던 길

전시관을 다 둘러봤다면 밖으로 나가 잠시 야구선수가 되어보자. 기념관 오른편에 있는 야구 체험관에서 스크린 야구를 즐길 수 있다. 투수 체험을 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잠시, 배트에 공이 맞자 신이 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기념관 시설 중 인기가 높은 편이다.

전시관 밖으로 나오면 오른편에 야구 체험관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전시관 밖으로 나오면 오른편에 야구 체험관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 기념관을 관람하러 창원에서 온 관람객이 스크린 야구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 기념관을 관람하러 창원에서 온 관람객이 스크린 야구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체험관 뒤 언덕을 지나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박찬호 투구 자세 조각들이 있는 전망대가 있다. 집을 기념관으로 만들면서 증·감축을 했지만, 지붕만은 그대로 남겨두었는데 이곳에서 그 지붕을 공주 전경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박찬호가 토끼뜀 뛰던 골목길.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가 토끼뜀 뛰던 골목길. 사진 / 김세원 기자
공산성 진남루 가는 길 벽에 설치된 조형물. 사진 / 김세원 기자
공산성 진남루 가는 길 벽에 설치된 조형물. 사진 / 김세원 기자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던 어린 찬호를 만나고 싶다면 공산성 진남루까지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던 어린 찬호를 만나고 싶다면 공산성 진남루까지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찬호가 다니던 길이라 그런지 곳곳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있다. 만나는 동네 주민마다 "보지는 못했지만 찬호가 담력을 키우려고 밤마다 묘지에서 스윙연습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방금 지나온 경사진 골목길을 시작으로 공산성 진남루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그곳을 토끼뜀으로 다니며 하체 단련을 했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만들었다"는 박찬호의 말과 함께 토끼뜀 자세를 한 그의 모습 조형물이 길목에 남아있어 이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야구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던 어린 찬호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산성찬호길을 지나 공산성 진남루까지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

Info 박찬호 기념관
주소 충남 공주시 산성찬호길 19
관람일 화요일~일요일(매주 월요일, 추석과 구정 당일 휴무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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