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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체험여행] 악취와 공장밖에 없던 장림포구, 부네치아로 변신 중
[체험여행] 악취와 공장밖에 없던 장림포구, 부네치아로 변신 중
  • 권동환 여행작가
  • 승인 2018.12.03 14:29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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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사용설명서’에 방영
"냄새 나는데 거길 왜 가노?"... 무관심한 한 마디
사진 촬영 명소로 소문난 이국적인 모습에 놀라
오랜 세월을 장림포구와 함께 했을 주황색의 인생호
오랜 세월을 장림포구와 함께 했을 주황색의 인생호.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산] 악취와 공장밖에 없던 장림포구가 변했다. 어두운 톤의 주변 공장들과는 달리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수질개선으로 악취 대신 바다의 짠 내가 풍긴다. 그 때문일까? 옛 모습을 모르는 요즘의 사람들에게 변해버린 장림포구가 인생사진의 명소로 유명해져 부네치아(부산과 베네치아의 합성어)라는 사랑스러운 애칭을 가지게 되었다. 

부네치아로 향하는 길.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부네치아로 향하는 길.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산업시대 회색항, 예전의 장림포구
장림포구는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있는, 김 생산지로 유명한 작고 조용한 포구였다. 산업화시대가 찾아오며 작은 고깃배와 선박들이 정박을 하고 그 배들을 정비하기 위한 창고와 공장들이 들어섰다. 심지어 장림포구의 주변마저도 회색빛의 공업단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어수선하고 바쁜 동네로 전락해버렸다. 
그래서 예전의 장림포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 여행자에게 “냄새 나는데 거길 왜 가노?”라고 말한다. 자신의 지역에 대해 약간은 무관심한 부산 사람들의 툭 내뱉는 한 마디지만, 이런 이들도 새롭게 탄생한 부네치아를 마주했을 때는 해외와 착각할만한 풍경에 “이곳이 장림포구 맞나?”라고 놀람을 표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화장실. 사진 / 권동환 여행기자
세상에서 가장 예쁜 화장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알록달록 명소가 된 현재의 부네치아
죽어가던 장림포구가 다시 새 삶을 찾은 것은 2012년 ‘장림포구 명소화 사업’을 통해서였다. 꾀죄죄한 포구를 재정비하고자 창고를 만들어 알록달록하게 색을 칠한 뒤부터였다. 포구를 따라 늘어선 창고 그리고 물결 따라 유유히 떠 있는 작은 선박들이 마치 해외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선물해준다. 
특히, 네덜란드의 풍차를 본떠 만든 공중화장실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 화장실이다. 유럽에서 볼 법한 시계탑과 특이한 예술조형물 또한 여행하는 이들의 사진 촬영 장소가 되어 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다채로운 색감에 햇살을 받아 그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네치아에서 사진을 찍으면 여행자에게 추억 그 이상의 자랑거리가 되어준다.

변대용의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여행’과 시계탑.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변대용의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여행’과 시계탑.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무지개 색깔로 이뤄진 창고.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무지개 색깔로 이뤄진 창고.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오래 머물고 싶어질 미래의 베네치아
아기자기한 매력의 부네치아에도 시련이 있었다. 예쁜 색감을 벗 삼아 사진을 찍는 일 이외에는 딱히 할 것이 없어서 대부분 재방문 의사가 없고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했다. 즐길거리로 놀이촌이란 곳도 있지만 그네와 배 모형의 미끄럼틀같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만 있을 뿐,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놀이촌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놀이촌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알록달록한 창고 위에 유럽풍의 건축물로 이뤄진 ‘부네치아 맛술촌’을 개업했다. 청년창업자와 어묵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탄생한 맛술촌에서는 어묵과 건어물 등의 지역 특산품뿐만 아니라 수공예품, 드론 체험장, 도기 공방 그리고 천연제품 판매점과 같이 다양한 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서 부네치아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머무름이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역특산품을 맛 볼 수 있는 유럽풍의 맛술촌.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역특산품을 맛 볼 수 있는 유럽풍의 맛술촌.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장림포구의 특산품, 어묵과 드론체험프로그램의 입간판.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장림포구의 특산품, 어묵과 드론체험프로그램의 입간판.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이뿐만이 아니다. 길이 900m, 폭 100m의 장림포구를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없어서 불편하게도 U자 형태의 포구를 반바퀴 돌아야 건너편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11월17일 장림포구 양쪽을 연결할 아치 주탑 사장교 형식의 다리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는데 그 이름이 바로 ‘레인보우 브릿지’이다. 레인보우 브릿지가 건설되면 여행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더욱 좋아진 미관으로 부네치아의 랜드마크되어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유유히 떠다니는 배와 부네치아의 풍경. 사진 / 이지호
유유히 떠다니는 배와 부네치아의 풍경. 사진 / 이지호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로 이뤄진 부네치아가 복잡해지기 전에 한적한 여행을 떠나 인생사진을 남기는 게 어떨까? 유럽풍의 건물 틈에서 친근한 어묵이나 은은한 커피를 즐기며 알록달록한 항구의 풍경에 시선을 둔다는 것이야 말로 일상 속의 일탈이 되어줄 것 같다. 새롭게 태어난 장림포구, 변해가는 부네치아에서 추억 보따리를 왕창 만들어보자.

부네치아의 지도.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부네치아의 지도. 사진 / 권동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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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2018-12-04 21:18:28
여자친구랑 부산으로 여행 계획중인데 참 좋은 여행지를 찾게 된 것 같아요!^^

Yd 2018-12-03 21:46:23
부산에 살면서 이렇게 이쁜 곳을 이제야 알았네요 ㅜㅜ
시간 날때 가봐야겠어요!!!!!

김동욱 2018-12-03 17:31:52
이렇게 좋은곳이 있다니~!
권동환작가님덕분에 30년동안 부산에 살면서 이런곳은 처음알았네요^^
감사합니당
앞으로도 좋은글 마니마니 부탁드릴게용❤

텐션 2018-12-03 17:16:09
오랜만에 이런 좋은 장소를 찾은거 같아서 좀 늦었지만
지금 바로 차에 올라타 출발준비합니다

임소장 2018-12-03 17:10:58
고향이 부산인데 이렇게 예쁜곳을 모르고 있었네요~주말에 데이트하러가볼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