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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람사르습지 도시-창녕] 철새들이 머물러 오는 곳, 창녕 우포늪
[람사르습지 도시-창녕] 철새들이 머물러 오는 곳, 창녕 우포늪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8.12.04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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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크기의 내륙 습지
8.4km 코스 따라 자전거 탐방 가능
창녕군에서 복원한 따오기 등 철새 많아
사진 제공 / 창녕군청
창녕 우포늪의 물안개 속에서 장대배를 젓는 어부의 모습. 사진 제공 / 창녕군청
[편집자주] 지난 10월 26일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제주시, 순천시, 창녕군, 인제군 등 우리나라 4개 도시가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 받았다. 이에 여행스케치는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 습지와 순천시 순천만과 동천하구 습지, 창녕 우포늪 등을 직접 현장 취재했으며, 인제군 대암산 용늪은 산림청의 산불조심기간으로 지난 11월 1일부터 오는 2019년 5월 15일까지 생태탐방이 금지되어 이전의 취재와 자료로 대신했다. 

[여행스케치=창녕] 우포늪은 다양한 철새와 가시연꽃, 자라풀 등을 비롯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다양한 동식물이 있다고 인정받아 1998년 람사르습지로 선정되었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보존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우포늪의 주변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대지면 등 4개면 13개 마을이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되었다. 

여름에는 생이가래, 마름 등으로 온 늪이 초록으로 물드는 우포늪은 겨울이면 억새와 철새를 맞이하기 위해 그 자리를 비운다. 단풍마저 떨어진 우포의 겨울은 쓸쓸해 보이지만 이내 기다렸던 철새와 매서운 바람에도 부드럽게 흔들리는 억새로 가득 찬다.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우포늪의 겨울을 찾아가 보았다. 

1억 4000만 년의 역사, 창녕 우포늪
‘국내 최대 크기의 내륙습지’인 우포늪은 그 수식어에 걸맞게 큰 호수로 보일 정도이다. 우포•목포•사지포(3포)와 쪽지벌•산밖벌(2벌)을 통칭해 우포늪이라 부를 정도니, 직접 보지 않아도 그 크기가 짐작된다. 넓은 우포를 보고 있자면 우포늪은 처음부터 이렇게 컸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잠시 빙하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우포늪은 낙동강으로 흐르는 많은 하천 중 토평천에서 생겼다. 그 당시에는 해수면이 전체적으로 더 낮았다가 빙하기가 풀리면서 낙동강 일대의 해수면이 갑자기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토평천에서 낙동강으로 빠져나가야 할 물이 빠지지 못하고 범람하게 됐고, 이때 우포늪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범람한 곳만큼씩 늪의 범위가 넓어졌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창녕 우포늪으로 올라가는 생명길 표지판. 사진 / 김세원 기자
사진 / 김세원 기자
생명길 코스에서는 우포늪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워낙 크다 보니 가끔 강이나 바다처럼 가운데로 갈수록 수위가 깊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포늪은 전체적으로 평평한 바닥을 갖고 있다. 김정선 창녕군 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는 1년에 2~3번의 홍수 때를 제외하곤 물이 잘 빠져서 들어가면 꼬르륵하고 빠지는 펄 형태가 아니라 단단한 모래 바닥”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들이 우포 땅을 밟고 논 고동을 잡을 수 있다. 

우포늪 근처 마을인 세진리에 빙하기 때 살던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어 이곳의 역사는 약 1억 4000만 년 정도로 생각된다. 길을 가다 발에 채는 돌중에 1억 4000만 년의 역사를 가진 돌이 있을지도 모르니 유심히 살펴보자.

Info 우포늪생태관
주소 경남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길 218

지루하지 않아 걷기 좋은 길
생태관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생명길 코스는 우포늪을 보는 코스 중 8.4km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긴 코스이지만 그만큼 우포늪의 다양한 모습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 시작점인 생태관에서 5분 정도 걷다 보면 자전거를 타며 우포늪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자전거 2코스가 나온다. 큰 길이 끝나는 잠수교 전까지만 자전거 진입이 가능하니 꼭 기억해두자. 대대제방에서 사지포 제방으로 가는 길은 바스락거리는 억새로 가득하다. 

사진 제공 / 창녕군청
국내 최대 크기의 내륙습지인 창녕 우포늪. 사진 제공 / 창녕군청
사진 / 김세원 기자
사지포 언덕에 있는 사랑나무. 사진 / 김세원 기자
사진 제공 / 창녕군청
겨울은 우포늪에서 가장 많은 철새를 볼 수 있는 때이다. 사진 제공 / 창녕군청

가는 길 내내 우포늪이 보인다. 귓가로 새들의 합창이 들려온다. 거대한 새 둥지 속에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겨울은 우포늪에서 가장 많은 철새를 볼 수 있는 때이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게 걷는 곳마다 철새들이 보인다. 청머리오리를 시작으로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같은 종끼리 옹기종기 모여 먹이를 먹는다. 추위에도 철새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우포늪이 크다는 것이 실감나는 이유 중 하나가 길 구성이 정말 다양하다는 것이다. 흙길을 지나면 숲길이 나오고 마을길이 나온다. 사지포에서 주매제방으로 넘어가는 길은 가파른 언덕에 나무들이 가득 들어선 숲길이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사랑나무’인데, 엮인 나뭇가지 모양을 유심히 살피면 하트 모양이 보인다고 해서 사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나무 앞에서 사랑을 맹세하면 그 사랑이 영원히 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새해를 맞아 부부나 가족끼리 와 애정을 돈독하게 만들기 좋겠다. 

Tip 자전거 생태탐방
제3관찰대 부근부터 잠수교 전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코스로 전체를 돌 수는 없고, 코스의 끝에 있는 자전거 반환점에서 돌아와야 한다. 우포늪생태관 근처 주차장 쪽에 있는 우포쉼터에서 대여할 수 있다. 
이용구간 우포늪 주변 탐방로
이용시간 오전 9시~ 오후 6시
이용요금 대인 3000원, 대인(2인용) 4000원

사진 제공 / 창녕군청
눈이 소복이 쌓인 우포늪 겨울 풍경. 사진 제공 / 창녕군청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사랑나무를 보며 사지포 언덕에서 내려와 주매제방에 들어서자 김정선 해설사가 “생태관 쪽보다 오히려 주매제방에서 철새들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고 귀띔해준다. 생태관 쪽에서는 보지 못했던 고니가 기다렸다는 듯 날개를 퍼덕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소목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나루터가 하나 나온다. 우포늪 사진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음직한 우포늪의 명물 ‘장대배’ 서너 대가 대어져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 늪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배를 젓는데, 우포늪의 수심이 얕아 장대로 밀며 이동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우포늪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유명하다. 그중 특히 새벽 물안개 속 장대배 젓는 어부 사진이 유명하다. 김정선 해설사는 “장대배를 젓는 어부들은 많지만, 주영학 환경지킴이 분이 모델을 해야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는 말이 많다”고 말한다. 수십 년간 우포늪을 지켜온 애정이 서린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루터를 지나면 바로 소목마을이다. 숲을 보며 걷다 만난 마을은 낯선 느낌이지만 이곳 주민들은 누구보다 우포늪과 조화를 이뤄 살아가고 있다. 아직 우포늪에서 어업 활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업 활동이 허락된 사람은 열 명 남짓뿐인데,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3월부터 10월까지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어업이 금지된다.

사진 제공 / 창녕군청
징검다리를 건너면 바로 이어지는 사초 군락지와 버드나무길. 사진 / 김세원 기자
사진 제공 / 창녕군청
창녕군에서 지난 10년 간의 노력으로 복원에 성공한 따오기. 사진 제공 / 창녕군청

목포제방을 지나면 머지않아 징검다리가 나온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사초 군락지와 버드나무 때문인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는 기분이다. 몇 년 전까지 사초군락지는 사람 한 명이 지나다니기도 힘든 좁은 길이었는데, 사람들이 다니다 보니 길이 넓어졌다.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된 만큼 이런 부분들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초와 버드나무를 보다 보면 평소 보기 힘든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인 알록달록한 큰 바위가 보인다. ‘부엉덤’이러 불리는 곳인데, 부엉이가 실제로 앉아있는 곳이라고 한다.

부엉덤을 만났다면 생명길의 끝자락이다. 이쯤에서 따오기 복원센터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창녕군은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따오기를 중국에서 2마리  데려와 지난 10년간 복원을 위해 힘썼다. 그 결과 300여 마리의 따오기를 복원해냈다. 2019년 중으로 우포늪에 방생할 계획이라고 하니 곧 이곳에서 따오기를 만날 수 있겠다. 지금도 창녕군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하면 복원센터를 관람할 수 있다. 관심이 있다면 신청해 남들보다 먼저 따오기를 만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Tip 우포늪 탐방코스
우포늪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이다. 생태관을 시작으로 제1전망대를 지나 다시 생태관으로 돌아오는 도보 30분 코스, 생태관을 시작으로 대대제방을 거쳐 숲탐방로 1길을 지나는 도보 1시간 코스, 소목마을 주차장을 시작으로 목포를 탐방하는 도보 2시간 코스, 생태관을 시작으로 대대제방, 사초군락을 지나는 도보 3시간 코스, 생태관을 시작으로 사지포, 목포, 산밖벌 등 3포 2벌을 탐방하는 도보 3시간 30분 코스로 구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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