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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람사르습지 도시-순천] 수많은 생명을 품은 터전, 순천만ㆍ동천하구 습지
[람사르습지 도시-순천] 수많은 생명을 품은 터전, 순천만ㆍ동천하구 습지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8.12.04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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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무대로 철새가 오가는 곳
수많은 생명을 품은 생태계의 보고
갈대밭을 거닐며 만나는 이채로운 풍경까지
순천만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사진제공 / 순천시청
순천만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사진제공 / 순천시청
[편집자주] 지난 10월 26일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제주시, 순천시, 창녕군, 인제군 등 우리나라 4개 도시가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받았다. 이에 여행스케치는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 습지와 순천시 순천만과 동천하구 습지, 창녕 우포늪 등을 직접 현장 취재했으며, 인제군 대암산 용늪은 산림청의 산불조심기간으로 지난 11월 1일부터 오는 2019년 5월 15일까지 생태탐방이 금지되어 이전의 취재와 자료로 대신했다. 

[여행스케치=순천] 드넓은 갈대밭과 갯벌 등 아름다운 풍광으로 이름난 전남 순천시의 순천만은 2006년 국내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곳이다.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받은 지역은 순천만ㆍ동천하구 습지 인근의 도사동, 별량면, 해룡면 등 3470ha에 달하는 3개 면 11개 마을을 아우른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기억하는지 묻고 싶다. 자욱한 안개가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사위를 에워싸는 도시, 무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무진은 순천과 순천만의 갯벌, 대대포구가 피워내는 새벽안개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문인과 예술가가 가슴에 품었던 이곳, 순천만습지 일대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작품 속 풍경이 단순한 은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갯벌과 갈대밭, 섬, 염습지 등 다양한 지형을 갖고 있으며, 내륙습지인 동천하구는 논과 염전, 양식장, 낮은 구릉 등이 인접해 희귀하고 이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보전이 공존으로 이어지는 너그러운 땅
순천만에는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를 비롯해 총 239종의 철새와 붉은발말똥게, 대추귀고둥, 갯게 등 300여 종의 저서동물, 갈대와 칠면초 등 33종의 염생식물을 포함한 총 336종의 식물이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염생식물인 갈대와 칠면초 군락은 갯벌에서 사는 저서동물에게는 은신처가 되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10리 길에 이르는 광활한 갈대숲 사이에 조성된 탐방로를 걸으며 갯가를 살펴보면 짱뚱어와 갯게 등 갯벌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습지 갈대숲탐방로. 사진 / 조아영 기자
순천만습지 갈대숲탐방로. 사진 / 조아영 기자
순천만 마스코트 흑두루미 '꾸루'와 '꾸미'. 사진 / 조아영 기자
순천만 마스코트 흑두루미 '꾸루'와 '꾸미'. 사진 / 조아영 기자

지금처럼 겨울이 한창일 때 습지에 들어서면 ‘뚜루욱 뚜루욱’혹은 ‘꾸우욱 꾸우욱’ 하는 소리가 가장 먼저 귓전을 울린다. 월동준비를 위해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의 울음소리다. 구슬픈 듯하면서도 호방한 느낌을 주는 흑두루미의 울음소리는 이곳의 겨울을 알리는 선율이다.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는 세계적으로 1만6000여 마리가 남아있는 조류로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그중 순천만은 대표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다. 순천만 인근 농경지를 둘러보다 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는데,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전봇대와 전깃줄이 없기 때문이다. 

정율순 순천만 자연생태해설사는 “작은 새들은 장애물을 맞닥뜨렸을 때 방향 전환이 자유자재로 가능하지만, 두루미는 대형 조류이기 때문에 활주로 같은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시민과 순천시는 두루미의 안전을 위해 농경지 주변 전신주 282개를 모두 뽑아냈다”고 설명한다. 

순천만 갯벌을 찾은 흑두루미가 무리지어 서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가 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흑두루미가 겨울을 나고 먹이활동을 하는 인근 농경지는 일반 관광객의 출입을 금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흑두루미가 겨울을 나고 먹이 활동을 하는 인근 농경지는 일반 관광객 출입을 금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수질을 오염시키는 식당과 농장 역시 모두 이전시키거나 철거했다. 그 결과 순천만을 찾아온 흑두루미는 80마리에서 2017년에는 2176마리로 크게 늘었으며, 습지를 보전하는 일 자체가 시민과 지자체가 함께 일구는 선순환의 연속이자,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방식이 되었다. 

Info 순천만습지
입장시간
오전 8시~오후 5시(관람시간 오전 8시~일몰시까지, 야간천문대 이용은 오후 10시까지)
입장료 성인 8000원, 청소년ㆍ군인 6000원, 어린이 4000원
주소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계절마다 주인공이 바뀌는 생태계의 보고
순천만 주변에는 학산리와 선학리, 송학리, 학동, 황새골 등 새와 인연이 깊은 마을과 지명이 많다. 예부터 ‘송학’은 황새를 일컫는 말이었고, ‘학’은 두루미를 뜻했다. 순천만습지가 수많은 철새의 주요 서식지가 된 것은 우연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매년 겨울이면 흑두루미뿐만 아니라 검은목두루미, 재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혹부리오리, 민물도요 등 수천 마리 물새들이 순천만 곳곳에 둥지를 튼다.

봄ㆍ가을철에는 중부리도요,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 흰물떼새 등 수많은 도요물때새들이 시베리아~호주 간 이동 경로상 순천만습지를 중간 기착지로 삼는다.

순천만습지 입구 곁에 자리한 천문대. 사진 / 조아영 기자
순천만습지 입구 곁에 자리한 천문대. 사진 / 조아영 기자
창가에 배치된 지상 망원경을 통해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지상 망원경을 통해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 2층 과학전시실. 사진 / 조아영 기자

순천만습지 입구 곁에는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 순천만습지의 천문대가 산이 아닌 평지에 자리한 이유는 낮에 새를 보고, 밤에는 별을 만나기 위해서다. 2층 과학전시실에 닿으면 농경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창가에는 높낮이가 다른 지상 망원경(필드 스코프)이 배치되어 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은 일찌감치 낮은 망원경을 선점해 멀찍이 날아다니는 새들을 관찰하는 중이다. 어른들 역시 키 큰 망원경을 잡고 흑두루미의 자취를 좇는다. 

먼발치에서 흑두루미 무리를 발견하고 나면 더욱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진다. 대대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생태체험선은 순천만 S자 갯골을 거쳐 돌아오는 작은 유람선으로, 왕복 6km 구간을 약 30분간 운항한다. 망원경으로만 봤던 흑두루미를 보다 가까운 선상에서 만나면 더욱 반갑다.

사람들은 갯벌에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흑두루미 무리와 올망졸망 물 위에 떠 있는 청둥오리, 갯벌과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생태체험선은 물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운항시간표를 미리 참고한 뒤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생태체험선은 물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운항시간표를 미리 참고한 뒤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선상에 오르면 더욱 가까이에서 흑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선상에 오르면 더욱 가까이에서 흑두루미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Tip 생태체험선 
바닷물이 빠져 운항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순천만습지 홈페이지에 있는 운항시간표를 미리 참고 후 이용해야 한다. 사전 예약은 받지 않으며, 현장 매표로만 탑승할 수 있다. 또한, 탑승 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며 반드시 승선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용요금 어른 7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무진교를 건너 갈대 군락 속을 거닐다
생태체험선에서 내려 대대선착장 곁에 자리한 무진교로 향한다. ‘안개 무(霧)’와 ‘나루 진(津)’이 만나 ‘안개 나루’를 뜻하는 무진. 이른 새벽 온도차로 인해 피어나는 이곳의 안개는 김승옥의 <무진기행> 속에서 ‘명산물’로 꼽힌다.

북적이는 한낮에 어슴푸레하고 아득한 분위기를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또 다른 명산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갈대다.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갈대 군락. 사진 / 조아영 기자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갈대 군락. 사진 / 조아영 기자
갈대숲탐방로를 따라 걷는 여행객들. 사진 / 조아영 기자
갈대숲탐방로를 따라 걷는 여행객들. 사진 / 조아영 기자
대대선착장 곁에 자리한 무진교를 건너면 갈대숲탐방로에 닿게 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대대선착장 곁에 자리한 무진교를 건너면 갈대숲탐방로에 닿게 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무진교 중간 즈음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물결치는 갈대밭이 보인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는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용산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입구까지 닿았다가 돌아오는 일방통행 통로다.

데크길을 따라 걸음을 옮길수록 바람을 따라 일렁대는 갈대가 시야를 물들이며 보기 드문 귀한 풍경 속에 젖어들게 한다. 

이곳 역시 많은 생명들이 숨 쉬는 터전임으로 야간에는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 정율순 해설사는 “봄철에는 자그마한 새인 개개비가 갈대 줄기에 집을 짓고 산다”며 “개개비 울음소리가 퍼질 무렵에는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무슨 소리인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한다. 

데크길 중간 즈음에 놓인 ‘짱뚱어다리’에서는 갈대숲 사이 갯벌에 사는 짱뚱어를 발견할 수 있다. 재미난 생김새에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이따금 갯벌 위를 살금살금 지나가는 붉은발말똥게와 펄털콩게, 농게 등 다양한 게도 함께 볼 수 있다.

'짱뚱어다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짱뚱어. 사진 / 조아영 기자
'짱뚱어다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짱뚱어. 사진 / 조아영 기자
용산전망대의 일몰은 유독 아름다워 전국의 사진가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사진제공 / 순천시청
용산전망대의 일몰은 유독 아름다워 전국의 사진가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사진제공 / 순천시청

갈대숲탐방로를 걷고 나서는 순천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용산전망대에 올라보는 것을 권한다. 산책로 계단을 20여 분 오르면 전망대에 닿을 수 있으며, 굽이도는 S자 곡선 수로를 비롯해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붉은 해가 자연 속으로 가라앉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인 만큼 미리 일몰시간을 확인하고 산행 시간을 고려해 방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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