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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람사르습지 도시-제주]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품은 동백동산 습지
[람사르습지 도시-제주]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품은 동백동산 습지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2.06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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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유의 곶자왈과 함께 탐방
동백동산습지센터를 통해 해설 신청 가능
동백나무와 구실잣밤나무, 가느쇠고사리 등 볼 수 있어
동백동산의 남쪽 입구. 약 5km의 탐방로를 걸으며 곶자왈과 습지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동백동산의 남쪽 입구. 약 5km의 탐방로를 걸으며 곶자왈과 습지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주] 지난 10월 26일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제주시, 순천시, 창녕군, 인제군 등 우리나라 4개 도시가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 받았다. 이에 여행스케치는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 습지와 순천시 순천만과 동천하구 습지, 창녕 우포늪 등을 직접 현장 취재했으며, 인제군 대암산 용늪은 산림청의 산불조심기간으로 지난 11월 1일부터 오는 2019년 5월 15일까지 생태탐방이 금지되어 이전의 취재와 자료로 대신했다. 

[여행스케치=제주] 물영아리오름, 숨은물뱅듸, 1100고지습지 등 여러 습지를 보유하고 있는 제주도에서 최근 유독 빛나게 된 곳이 있다. 제주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동백동산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0호로도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11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됐으며, 지속적인 보전을 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조천읍 전체가 람사르습지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동백동산은 이름처럼 동백나무가 많은 곳이다. 그러나 동백뿐이 아닌, 제주도 특유의 지형인 곶자왈 속에 습지를 품고 있어 제주의 자연을 생것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오롯이 품고 있으니 여러 번을 방문해도 언제나 새로울 정도로 아름답다.

곶자왈과 함께 하는 동백동산 탐방
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람사르습지 도시로 인증된 국내 네 곳 중 한 곳인 제주 동백동산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마을의 동쪽에 자리 잡은 야트막한 동산 지역이다. 동백동산을 탐방하는 입구는 크게 두 곳으로 나눠지는데, 동백동산습지센터가 있는 남쪽과 선흘1리 마을과 연결되는 서쪽 입구로 나뉜다. 탐방로가 원점회귀형으로 마련되어 있어 어느 곳에서 시작해도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동백동산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걸으려면 습지센터를 통해 해설을 신청하여 탐방하는 것이 좋다.

습지센터는 동백동산 남쪽 입구 바로 앞에 있다. 동백동산 입구로 들어서면 곧장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곶자왈로 들어선다. 이향아 영산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해설사는 곶자왈은 숲이 무성한 곳을 뜻하는 제주어인 또는 곶띠와 돌이 많은 곳을 의미하는 제주어 자왈을 합쳐 부르는 말이라며 용암지대 위로 형성된 숲에서 나무와 돌이 서로 의지하여 살고 있다고 말한다.

동백동산에는 숲과 사람이 함께 살아온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은 4.3사건 당시 피신처이기도 했던 도틀굴. 사진 / 노규엽 기자
동백동산에는 숲과 사람이 함께 살아온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은 4.3사건 당시 피신처이기도 했던 도틀굴. 사진 / 노규엽 기자
탐방로 주변으로 가느쇠고사리가 많이 보인다. 먹는 종이 아닌, 관상용 고사리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탐방로 주변으로 가느쇠고사리가 많이 보인다. 먹는 종이 아닌, 관상용 고사리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동백동산은 선흘곶이라는 곶자왈 지대에 자리한다. 선흘곶은 동백동산 남쪽으로 약 7km 거리에 있는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파호이호이 용암이 이곳까지 흘러와 용암대지를 형성한 후, 식물체가 들어와 만들어진 곳이다. 용암지대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돌이 깨지면서 이끼 종류들이 살다가, 시간이 흐르며 토양이 만들어지고 1년생 식물()이 생겨난 다음으로 마지막에 나무들이 살기 시작해 숲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향아 해설사는 제주 전체 오름 중 5%(20개 정도)가 선흘곶과 같은 곶자왈을 만들었기에, ‘오름은 곶자왈의 어머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선흘 곶자왈은 거문오름을 어머니로 보지만, 학계에서는 민오름이 영향을 주었다는 학설도 있다고 알려준다.

곶자왈의 특성은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여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데에 있다. 동백동산의 중요성도 바로 이것. 이곳에서는 제주도 상록활엽수림인 동백나무와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등이 출현하고, 난대 수종으로는 황칠나무, 육박나무, 참식나무 등이 자란다. 또한 새우난초, 백서향나무, 변산일엽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자연의 보고이다.

Info 동백동산습지센터
동백동산습지센터에 연락하면 해설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해설 가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3인 이상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최소 하루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며, 해가 지기 전에 탐방을 마무리하기 위해 늦어도 오후 3시 이전 시간으로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동백로 77

탐방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실잣밤과 도토리. 구실잣밤은 잣과 밤의 구실을 한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탐방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실잣밤과 도토리. 구실잣밤은 잣과 밤의 구실을 한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탐방로에 남은 제주 자연과 역사의 흔적들
현재의 동백동산은 지정된 탐방로를 따라 관람을 허가할 뿐, 탐방로 외 지역은 출입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제주 사람들은 동백동산과 삶을 함께 해왔고, 탐방로를 걸으며 그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다.

먼물깍으로 향하는 탐방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흔적은 도틀굴이다. 제주 용암지형이 만들어낸 천연동굴로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과거 4.3사건 당시만 해도 제주 사람들이 피신했던 동굴 중 하나다. 도틀굴 외에도 삶의 흔적이 엿보이는 장소는 숯막. 예전부터 숯을 만들며 살아왔던 제주 사람들이 숯을 만들기 위해 동백동산에 며칠씩 기거했던 장소다. 곶자왈에서 나무와 돌이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듯이, 사람들도 곶자왈에 기대어 의지하며 살아왔던 모습이다.

이처럼 동백동산에 남은 사람의 흔적은 알림판이 세워져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동백동산의 자연을 살펴보려면 해설사와 함께 해야 한다. 홀로 방문했다면 나무가 많네또는 숲이 울창하네정도로 한정되었을 단순 산책을 풍부한 지식의 장으로 바꾸어준다.

동백동산 탐방을 해설사와 함께 하면 다양한 동식물 이야기를 들으며 보다 알차게 탐방을 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동백동산 탐방을 해설사와 함께 하면 다양한 동식물 이야기를 들으며 보다 알차게 탐방을 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유난히 멋지게 자라 '근육나무'라고 별명을 붙였다는 구실잣밤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유난히 멋지게 자라 '근육나무'라고 별명을 붙였다는 구실잣밤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당장 발밑에 가장 많이 보이는 고사리만 봐도 그렇다. 이향아 해설사는 동백동산에는 50종 정도의 고사리가 살고 있다가장 많이 보이는 종은 가느쇠고사리로 먹는 용도가 아닌 관상용이라고 알려준다. 멸종위기종인 개가시나무의 존재도 알 수 있다. 개가시나무는 국내에서 제주도에밖에 없는 종으로 전체 668그루 중에서 동백동산에도 5~6그루 밖에 없다. 이외에도 동백동산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구실잣밤나무와 열매에 관한 이야기, 동백동산에서만 볼 수 있는 제주고사리삼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동백동산을 탐방하다보면 잠시 잊고 있다가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정작 동백나무는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향아 해설사는 동백나무를 못보고 있을 뿐 동백동산에는 동백나무가 많다고 알려주며 주변 나무를 유심히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을 따르면 흔히 보던 동백나무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잎사귀의 생김새로 동백나무임이 확인되는 나무들이 많다. 동백동산의 동백나무는 가지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위로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나무들이기 때문이다. 이향아 해설사는 마을 사람들이 숯을 굽는 데 이용한 다른 나무와 달리 동백나무는 동백기름을 구하기 위해 자르지 않았기에 동백나무가 많이 남은 것이라며 그러나 4.3사건 이후에는 불타버린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동백을 잘랐을 거다라고 말한다.

현재의 동백동산처럼 자생하는 나무들의 판도가 바뀐 것이 바로 그때라는 것. 다른 나무들은 빠른 성장이 가능한 반면, 동백나무와 같은 아교목은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생존하기 위해 위로만 자라는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꽃을 피울 여력이 많지 않아 만일 동백동산에서 피어난 빨간 꽃을 찾아낸다면 동백꽃 봤다!”를 외쳐야할 정도로 귀하다고 한다. 이향아 해설사는 “12월말에서 4월 중순까지 꽃이 핀다고 귀한 동백꽃 관람시기를 귀띔한다.

동백동산의 동백나무는 생존을 위해 위로만 자라는 습성을 지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동백동산의 동백나무는 생존을 위해 위로만 자라는 습성을 지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동백나무는 많지만 동백꽃을 보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사진 / 동백동산습지센터
동백나무는 많지만 동백꽃을 보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사진 / 동백동산습지센터

잘 보전된 습지와의 만남은 먼물깍에서
3km 정도 탐방로를 걸으며 다종다양한 선흘 곶자왈의 자연을 실컷 탐방하고 나면 드디어 람사르습지 도시로서의 오늘이 있게 한 동백동산의 습지를 만날 수 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먼물깍이다. 이곳도 예전에는 선흘 마을 사람들과 삶을 함께 하던 장소다. 먼물깍에는 큰통작은통이라 부르는 습지가 두 개로 나눠져 있는데, 큰통은 말과 소에게 물을 먹이거나 빨래를 하던 곳이고 작은통은 목욕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먼물깍 습지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식물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2급 식물인 순채다. 이외에도 남흑삼룡, 통발 등 다양한 식물들이 살면서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환경으로 인해 변화가 생기기도 한단다. 이향아 해설사는 지난해 가뭄으로 인해 먼물깍 습지의 바닥이 거의 드러날 정도로 말랐다가 수위가 회복된 이후, 습지 가장자리에 주로 살던 정수식물들이 앞으로 이동하고 순채가 가장자리로 이동하는 등 생태계가 변해버렸다몇 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백동산의 대표적인 습지인 먼물깍. 순채나 통발 등의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동백동산의 대표적인 습지인 먼물깍. 순채나 통발 등의 수생식물을 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습지센터에서는 선흘리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이나 직접 만든 수공예품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습지센터에서는 선흘리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이나 직접 만든 수공예품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이곳 먼물깍뿐 아니라 인근에 소재한 다른 습지들도 한때는 물이 귀한 제주에서 사람들이 물을 구할 수 있는 소중한 곳이었다. 지금은 먼물깍을 중심으로 0.59범위가 환경부 습지보호구역 및 람사르습지, 국가 및 세계지질공원으로 보호관리되고 있다.

먼물깍을 지나면 동백동산 서쪽 입구가 멀지 않다. 서쪽 입구에 다다르면 선흘1리 마을로 빠져나와 탐방을 마무리해도 되고, 습지센터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약 1.5km의 곶자왈 지역을 더 걸어 습지센터까지 원점회귀할 수 있다.

Info 동백동산 탐방코스
동백동산습지센터-도틀굴-상돌언덕-먼물깍-서쪽입구(시멘트길)-포제단-동백동산습지센터 (5.1km,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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