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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문화 산책] 공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찾다
[문화 산책] 공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찾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2.06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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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역사유적지구'인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속한 마곡사
알밤찹쌀떡, 칼국수 등 공주 특산 먹거리도 많아
금강이 가로지르는 공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세 곳 있다. 사진은 공산성에서 내려다 본 금강 물줄기. 사진 / 노규엽 기자
금강이 가로지르는 공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세 곳 있다. 사진은 공산성에서 내려다 본 금강 물줄기.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공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문에 있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우리의 문화유산을 앞에 두고 우리가 지녀야할 자세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충남 공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3개의 유산이 있다. 2015년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속한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2018년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속한 마곡사다. 이 세 곳은 그 존재 자체로 여행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물소리, 숲소리에 풍경이 더하는 마곡사
공주시에서 서북쪽으로 아산예산 방면에 있는 태화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마곡사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된 7개 사찰 중에 하나다. 640(백제 무왕 41)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으며, 고려 이후 중수와 재건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창건 당시만 하더라도 30여 칸에 이르는 대사찰이었으나 현재는 대웅보전과 대광보전, 영산전 등의 전각들이 가람을 이루고 있다.

마곡사 구경은 해탈문을 지나며 시작한다. 속세를 벗어나 불교 세계로 들어서는 해탈문에 이어 사천왕이 지키고 선 천왕문을 지나면 다리를 통해 천을 건너 마곡사 본당 지역에 들어선다.

보물 제801호인 마곡사 대웅보전. 외관은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하나의 공간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보물 제801호인 마곡사 대웅보전. 외관은 2층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하나의 공간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마곡사 대광보전 앞 5층 석탑은 원나라 라마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마곡사 대광보전 앞 5층 석탑은 원나라 라마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정면으로 눈에 들어오는 전각은 대광보전과 5층 석탑. 원나라 라마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5층 석탑의 모양새가 시선을 끌고, 오른편 건물은 김구 선생이 승려로 위장하기 위해 마곡사에 들어왔을 때 처음 기거했다는 심검당이다.

마곡사는 우리나라 화승(畵僧불화를 그리는 승려) 배출의 산실로 불리는 곳이다. 경기 남양주 흥국사(경산화소), 북쪽 금강산의 유점사(북방화소)와 함께 남방화소로 불리며 우리나라 3대 화소로 꼽힌다. 그래서 대광보전 내부는 벽면과 천장 등에 온통 수려한 불화들이 가득 그려져 있어 불화 갤러리라 해도 손색이 없으니 종교적 관심이 아니더라도 예술작품을 감상하듯이 살펴보기 좋다.

대광보전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2층 구조로 지어진 대웅보전이 나온다. 외관상으로는 2층 건물 형태지만 내부는 하나의 공간으로,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아미타불과 약사불을 모시고 있다.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축물 가운데 많지 않은 중층 건물로 목조 건축의 조형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외에도 마곡사에는 응진전과 그 옆에 백범 김구 선생의 흔적으로 꾸며놓은 백범당 등 전각 하나하나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 마곡사를 기점으로 태화산을 올라볼 수도 있고, 삭발바위군왕대은적암백련암 등 김구 선생을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백범명상길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승려로 위장하면서 머리를 깎았다는 삭발바위. 사진 / 노규엽 기자
백범 김구 선생이 승려로 위장하면서 머리를 깎았다는 삭발바위. 사진 / 노규엽 기자
마곡사 영산전은 1천분의 불상이 모셔져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부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마곡사 영산전은 1천분의 불상이 모셔져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부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마곡사를 돌아 나오는 길에는 천왕문 옆으로 자리한 영산전에 꼭 들르길 권한다. 일곱 분의 여래불상과 약 1천 분의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영험한 기도터로도 이름이 높은데, 이곳에서 잠시 기도한 후 눈을 뜬 뒤에 천불을 바라봐서 유독 눈에 띄는 부처님을 닮은 인연이 생긴다는 재미난 전설도 있다.

Info 마곡사
입장료 성인 3000, 청소년 1500, 어린이 1000
주소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공주에는 식당마다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짬뽕이 유명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공주에는 식당마다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짬뽕이 유명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식도락 tip) 짬뽕
공주에는 짬뽕이 유명한 식당이 많다. 전문 중식당으로 운영되는 맛집들도 있지만 중화요리의 기본인 짜장면과 짬뽕만 취급하는 전문점들도 많은 등 분위기가 남다르다. 짬뽕 하나를 두고도 조리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 공주를 방문할 때마다 다른 중식당을 방문해 볼 만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줄을 서서 먹는 짬뽕 전문점들이 수두룩하게 나오며, 영업시간이 짧은 식당도 있으므로 미리 검색해서 갈 곳을 정해야 한다.

역사의 중심이자 공주 여행의 중심, 공산성
공주를 가로지르는 금강의 남쪽 강변에 있는 공산성은 웅진백제시기(475~538)를 대표하는 왕성이다. 백제는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으로 문주왕 원년에 한성에서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옮기게 되었고, 문주왕을 비롯해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 16년에 사비(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적으로는 추정왕궁지와 백제시대 건물 80여 동의 흔적이 확인되었고, 갑옷화살촉 등의 군사 유물과 더불어 알밤 화석도 발견되어 공주 지역이 오래 전부터 밤이 많았음을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공산성은 백제 이후에도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주요 요충지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조선시대 감영과 군인시설, 사찰 등이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웅진백제시대의 왕성이었던 공산성. 금서루가 출입문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웅진백제시대의 왕성이었던 공산성. 금서루가 출입문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공산성 진남루에서 마을로 내려가면 지난 11월초에 오픈한 박찬호 기념관도 둘러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공산성 진남루에서 마을로 내려가면 지난 11월초에 오픈한 박찬호 기념관도 둘러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공산성은 오랜 세월에 걸쳐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만큼 볼거리와 남아있는 이야기도 풍부하다. 공산성 출입구인 금서루를 지나면 좌우 정면으로 길이 펼쳐지는데, 어느 방향이 먼저랄 것 없이 전체를 둘러보는 것이 좋다. 코스를 정하기 어려우면 금서루를 지난 바로 왼편에 문화해설사의 집이 있으니 해설을 요청하거나 코스를 추천받으면 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만큼 단 한 번 방문으로 모든 걸 보겠다는 욕심보다는 자주 방문하며 조금씩 둘러보고 매번의 감회를 새롭게 정리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성을 한 바퀴 돌며 공북루나 공산정전망대에 오르면 금강 물줄기와 시야가 트인 평야를 볼 수 있고, 성 내 사찰인 영은사로 향하면 강물을 활용한 우물인 연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옥순 공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연지가 있는 만하루에서 광복루로 이어지는 성벽을 걷다보면 지나게 되는 이름 없는 전망대를 최고의 경관이 있는 곳으로 추천한다. 부여를 향해 흘러가는 금강의 모습과 용을 닮아 미르섬으로 불리는 건너편 강변, 공주 시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광복루에서 진남루로 향하는 성벽길에서는 백제시대 토성도 살펴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조옥순 해설사는 “467m 길이가 남아있는 백제토성은 공산성의 외성 개념으로 본다흙으로만 만든 것이 아닌 판축식 석성이 섞여있어 견고한 성벽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산성시장 방면이 내려다보이는 성벽에서 백제토성으로도 걸어볼 수 있으니, 조선시대까지 개보수가 진행됐을 현재의 공산성과 1천년 전 백제시대의 토성 윤곽을 둘러보며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공주시내 방면에서 바라본 공산성 야경. 사진 / 노규엽 기자
공주시내 방면에서 바라본 공산성 야경.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금서루로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공산성 남문인 진남루에는 공주가 고향인 전 야구선수 박찬호가 이곳을 오르내리며 체력을 단련했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진남루를 통해 공산성을 빠져나와 마을로 내려가면 201811월초에 오픈한 박찬호 기념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Info 공산성
관람시간 오전 9~오후 6
입장료 어른 1200, 청소년 800, 어린이 600
주소 충남 공주시 웅진로280

공주는 칼국수로도 유명하다. 해물칼국수, 샤브식 칼국수 등 식당마다 대표 메뉴가 다르다. 사진은 비빔칼국수. 사진 / 노규엽 기자
공주는 칼국수로도 유명하다. 해물칼국수, 샤브식 칼국수 등 식당마다 대표 메뉴가 다르다. 사진은 비빔칼국수. 사진 / 노규엽 기자

식도락 tip) 칼국수
손으로 반죽한 밀가루를 칼로 자른 면으로 끓여내는 칼국수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공주에서는 오랜 유명세와 함께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로 꼽힌다. 해물칼국수와 샤브식 칼국수 등 집집마다 다른 종류를 내세우고 있으며, 타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비빔칼국수가 있는 곳도 있다. 공주 내 어디에서나 유명 칼국수 집들을 찾을 수 있고, 공산성과 가까운 산성시장 인근에도 칼국수 전문점들이 모여 있다.

웅진 백제의 시작과 끝을 둘러보는 송산리고분군
백제역사유적지구인 공주에서 백제의 흔적을 둘러봄에 있어 송산리고분군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웅진백제시대의 왕과 왕족의 묘들이 모인 곳으로 추정되는 송산리고분군은 동쪽에는 1~4호분, 서쪽에는 5~6호분과 무령왕릉이 남아있다. 유일하게 무령왕릉만 이름이 있는 이유는 다른 곳은 묻힌 인물의 정체가 불분명한 반면, 무령왕릉에서는 무령왕과 왕비의 묘라는 기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1~5호분까지는 굴 모양의 돌로 만든 무덤(굴방식 석실묘)으로 만들어져 있고, 6호분과 무령왕릉은 벽돌로 쌓은 형태로 만들어져 매장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

송산리고분군은 주차장 앞의 웅진백제역사관을 둘러보며 여행을 시작한다. 64년간의 웅진백제 역사와 이곳에서 왕을 지냈던 5인의 왕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 고구려의 침공으로 인해 쫓기듯이 남하해 내려왔지만, 불과 약 반세기만에 왕권을 회복하여 발돋움을 위한 사비 천도를 이뤄낼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읽을 수 있다.

송산리고분군은 웅진백제역사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송산리고분군은 웅진백제역사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송산리고분군에는 무덤 1~6호분과 무령왕릉까지 총 7기의 무덤이 발굴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송산리고분군에는 무덤 1~6호분과 무령왕릉까지 총 7기의 무덤이 발굴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역사관을 빠져나와 송산리고분군으로 향하면 매표소를 거쳐 실제 무덤들을 확인할 수 있다. 왕의 묘를 거대하게 만들었던 당시 시대상에 따라 봉분 형태라기보다는 큰 언덕들이 이어진 것처럼 연결된 송산리고분군. 문화재 관리에 관한 개념이 부족했던 옛 시절에는 어린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뛰놀았다는 이야기가 심히 수긍 가는 모습이다. 당연하게도 현재는 무덤 위는 물론 실제 무덤 안으로 들어가서 관람을 하지 못한다. 이런 아쉬움을 위해 고분군 앞쪽으로 모형전시관을 갖추어 실제 고분들의 내부 모형과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국보들과 유물들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201811월부터 전시관 리모델링을 진행 중으로, 공사완료 예정기간인 20193월까지 모형전시관을 방문할 수 없어 아쉽다. 새롭게 문을 열게 될 모형전시관의 알찬 전시를 기대해보도록 하자. , 고분군 왼편으로 웅진백제시대에서 왕을 지내고 사망한 4인의 왕(문주왕~무령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숭덕전은 잠시 둘러볼 수 있다.

송산리고분군은 현재도 새로운 유적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역사적 진실과 유물 등이 발견될 수 있는 곳이다. 정경희 공주시문화관광해설사는 옛 기록들을 계속 조사하여 공주향교 뒤쪽에서 무령왕릉보다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전축분(무덤)을 발견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공주에서의 백제 유물 발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조금씩 더 백제의 흔적을 찾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한편, 송산리고분군 인근에는 국립공주박물관이 있어 무령왕이 몸 담았던 관 등 백제시대의 진품 유적들과 시기마다 달라지는 기획전을 볼 수 있고, 공주한옥마을도 가까워 연계 관광지로 활용하기 좋다.

Info 송산리고분군
관람시간 오전 9~오후 6
입장료 어른 1500, 청소년 1000, 어린이 700
주소 충남 공주시 왕릉로 37

공주밤연구소에서 개발한 알밤찹쌀떡. 사진 / 노규엽 기자
공주밤연구소에서 개발한 알밤찹쌀떡. 사진 / 노규엽 기자

식도락 tip) 알밤찹쌀떡
오랜 옛날부터 밤이 유명했던 공주에는 밤을 활용한 특산품이 많다. 그중 공주밤연구소에서 개발한 알밤찹쌀떡은 여행길 오고가며 간식거리로 제격이다. 팥앙금과 백앙금 두 가지 맛으로 준비되어 있는 알밤찹쌀떡 안에는 알밤이 하나씩 앙증맞게 들어있어 보는 재미도 보증한다. 공주한옥마을이나 공주종합버스터미널 내 율찬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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