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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미식 여행] 바닷바람에 잘 말린 쫄깃한 오징어 맛을 찾아서
[미식 여행] 바닷바람에 잘 말린 쫄깃한 오징어 맛을 찾아서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2.1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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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울진군 죽변항 위판장
어민들 '손맛'을 아는 동해 오징어
온천 등 휴가계획으로 함께 찾기 좋아
사진 / 노규엽 기자
팔팔한 활오징어를 만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여름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 주] 본 기사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www.fira.or.kr)에서 근무하는 수산자원 조사원들의 협조를 받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여행스케치=울진] 기다란 몸통에 세모꼴 모자를 쓰고 열 개의 다리를 가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오징어의 정식 명칭은 살오징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이 되면 전국의 살오징어 금어기가 풀리는데, 그래서 여름은 잠시 잊고 지낸 오징어를 다시 만나기 좋은 때다.

여름 오징어를 만나러 울진 죽변항으로 가자! 
동해안에 있는 항구는 어디나 오징어가 유명하지 않은 곳이 드물지만, 울진 죽변항에는 좀 더 특별함이 있다. 전통적인 오징어 어장으로 이름난 울릉도와 직선거리가 가까워 울릉도 어선들도 오징어를 싣고 죽변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꽁치와 임연수어, 오징어, 대게, 복어 등 사계절 내내 다양한 어종이 들어오는 죽변항에서 근무하는 장명희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수산자원조사원은 “특히 여름은 팔팔한 활오징어를 만나기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울진 죽변항은 울릉도와 직선거리가 가까워 어선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오징어를 잡아 들어오자마자 선어 위판을 진행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어선 한 척당 1000~2000마리의 오징어를 어획해 어민들은 쉴 새 없이 분주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오징어는 수온에 민감한 어종이에요. 보통 18~22℃ 사이에서 살아가기에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에서 많이 잡히는 대표 어종이죠. 이렇게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해역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는 영양염류가 풍부해서 다양한 물고기 떼가 모이는 좋은 어장이 만들어진답니다.” 

사실 여름철에 잡히는 오징어는 최고 제철이라는 가을 오징어에 비해 크기가 작고 살집이 얇다. 다른 계절에 비해 어획량도 많은 편이 아닌데, 그래서 생기는 이점이 있다. 어민들이 오징어 값을 보다 잘 받기 위해 활어로 유통하는 것이다. 활오징어를 잡기 가장 좋은 어법인 근해 채낚기는 4월 한 달 동안이 금어기라 5월부터 오징어잡이를 시작할 수 있다. 장명희 수산자원조사원은 “5월에는 양이 많지 않고 6월부터 어획량이 점점 늘어난다”고 알려준다. 

“채낚기는 여러 개의 바늘이 달린 낚싯줄들을 바다에 던져서 오징어를 끌어올리는 어법이에요. 이미 유명하다시피 오징어는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어서 오징어잡이 어선은 밤에 바다로 나가 불(집어등)을 밝히고 조업을 하죠. 채낚기 어구는 기계로 잡아당기는 자동조획기와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수동조획기가 있는데, 어민들 말로는 요즘 오징어들이 손맛을 알아서 수동으로 잘 잡힌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죽변항에 해가 밝기 시작하면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이 한 척씩, 두 척씩 항구로 들어오고 위판도 배가 들어오는 족족 진행된다. 살아 있는 오징어는 마리당으로 가격이 책정되고, 낙찰되면 고무대야에 10마리씩 담아 옮긴다. 수를 정확하게 헤아리기 위해서다. 채낚기 어선 한 척당 1000~2000마리 정도의 오징어를 어획해오니, 어선에서 활어 수조차로 오징어를 옮기느라 어민들은 쉴 새 없이 분주하다.

여름 오징어는 금값이어도 괜찮아 
오징어는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먹어왔던 어종이다. 싱싱한 오징어는 내장만 제거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회로 먹을 수 있고, 냉동ㆍ냉장 오징어는 빨갛게 양념에 볶아먹거나 해물을 이용한 국물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날씨가 선선할 때 바닷바람에 잘 말린 오징어는 사계절 내내 쫄깃하고 짭짤한 맛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기도 좋다. 2000년대 이후로 어획량이 줄어들며 예전에 싼 값에 즐겼던 오징어가 이제는 ‘금값’이 되었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미식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죽변항 인근에 횟집과 어시장이 잘 형성돼 신선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차가운 육수를 부어 밥과 함께 먹는 오징어 물회는 대표적인 오징어 요리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특히 휴가철이 집중되는 여름에는 바닷가에서 오징어회를 맛보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한 아쉬움이 남는다. 크기가 작은 대신 육질이 부드러운 여름 오징어만의 쫄깃한 맛이 있어서다. 장명희 수산자원조사원은 “죽변항 인근으로 불영계곡과 덕구온천 등 관광지가 있어서 휴가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 죽변항에 들러 오징어를 찾는다”며 “횟집들과 어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어 다양한 여름 수산물을 만나기 좋다”고 소개한다. 

여름 오징어는 역시 날것으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다. 얇게 썰어낸 투명한 살을 한 젓가락 가득 집어먹는 회도 좋고, 차가운 육수를 부어 밥과 함께 훌훌 털어 넣는 물회도 빠질 수 없다. 쫄깃하면서 시원한 맛으로 더위에 가신 입맛을 도로 모셔오는 오징어가 새삼 소중한 때다. 

Tip 죽변항 주변 정보

울진 워터피아 페스타 
생태문화관광도시인 울진에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여름 축제이다. 동해에 빠져드는 해수욕과 금강송 숲길을 거니는 산림욕, 이열치열로 더위를 쫓는 온천욕을 고루 즐길 수 있고, 밤에는 해변에서 열리는 야간 공연도 볼 수 있다. 
축제시기 7월말~8월초 

비빔짬뽕 
울진에는 오징어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죽변 재래시장 내 중식당에서 찾을 수 있는 비빔짬뽕이다. 오징어를 양파 등의 야채와 함께 국물 없이 볶아낸 비빔짬뽕을 면이나 밥 위에 얹어 먹는다. 적당히 맵고 짠맛이 매력이라 한 번 맛보면 다시 찾게 될 맛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울진에서는 비빔짬뽕으로 오징어를 색다르게 맛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불영계곡(불영사) 
바다와 맞닿은 왕피천을 거슬러 오르며 36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계곡이다. 약 15km에 이르는 계곡 주변으로 기이한 모습을 한 바위들을 감상할 수 있다. 불영계곡을 거슬러 가면 닿게 되는 불영사는 신라 시대 세워진 사찰로, 연못에 부처님 그림자가 비친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불영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불영사가 나타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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