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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미식 여행] 만선의 활기로 빛나는 제주 은갈치
[미식 여행] 만선의 활기로 빛나는 제주 은갈치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2.2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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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항 위판장
갈치, 참조기 들어오는 제주도 내 가장 큰 항구
갈치는 꼬리가 빳빳할수록 신선해
사진 / 노규엽 기자
한림항은 은갈치 만선의 활기로 가득하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편집자 주] 본 기사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www.fira.or.kr)에서 근무하는 수산자원 조사원들의 협조를 받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여행스케치=제주] 한림항은 제주 서쪽 해역에 발달한 풍부한 어항과 가까워서 일제강점기에도 일본인들이 어업 전진 기지로 이용했던 역사가 있다. 광복 직전 폭격을 받고 항만 시설이 파괴되어서 어항으로 서의 역할을 잃기도 했지만, 이후 경제개발계획 기간 동안 항만이 복구되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항구이며, 매일 새벽 엄청난 양의 수산물이 위판된다. ‘돌아온 갈치’도 그 사이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한림에는 고기가 많다 
오랫동안 거의 잡히지 않던 갈치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자 방대한 어획량이 줄어들 줄을 모른다. 제주도 일원뿐 아니라 거제, 부산 등 남해안 일대에 갈치 어장이 형성되어 갈치잡이 어선들은 밤마다 환한 불을 밝히고 갈치를 쫓고 있다.

“대형 어선도 접안할 수 있는 한림항은 채낚기와 연승 등 낚시 어법으로 잡은 갈치뿐 아니라 저인망, 유자망, 선망 등 그물 어법으로 어획된 갈치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에요. 그 중 유명한 제주도 은갈치를 잡아오는 채낚기 어업은 5월부터 11월까지(금어기 7.1~7.31 제외/근해채낚기 및 연안복합 어업 은 금어기 제외) 성업을 이룬답니다.”

5년 이상 한림항에서 수산자원을 조사해 온 강민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조사원도 최근의 갈치 동향이 놀랍다고 말한다. ‘갈치 흉년’으로 인해 대형 어선의 그물에서나 혼획된 갈치를 겨우 구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갈치를 잡으러 조업 나가는 배가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강민주 수산자원조사원은 “갈치 어획량이 늘어난 이유는 먹이 어장이 풍부해져서인 것 같다”고 말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먹이 어장이 풍부해져서 갈치 어획량이 늘어났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가장 높은 값을 받는 갈치는 채낚기로 어획된 은갈치. 채낚기 어선은 당일 조업을 다녀오기에 신선도가 가장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갈치들은 주로 멸치를 잡아먹거든요. 최근 제주도 바다에 멸치가 많아진 것이 눈에 띕니다. 새우류나 소형어류 등을 먹는 참조기들도 멸치를 먹는 바람에 배가 터져서 어획되어 오는 경우가 있어요. 멸치 어장이 형성되면서 갈치도 덩달아 많아진 게 아닐까 짐작합니다.”

한림항은 고등어와 옥돔 등 제주도를 대표하는 다종다양한 어종이 들어오는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추자도에서 주로 어획해 오는 참조기가 가장 많은 물량을 자랑했다. 그런데 이제는 연중 갈치가 보이는 것은 물론, 참조기 못지않게 많은 양의 갈치가 거의 매일 위판되고 있다. 한편, 강민주 수산자원조사원은 “한림항에 들어오는 갈치는 같은 종이지만, 이곳 어민들은 조금 다르게 인식한다”고 말한다.

“낚시 어법으로 잡아 상처가 거의 없는 갈치를 은갈치, 그물에 섞여 들어오며 은빛이 벗겨진 갈치를 먹갈치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 한림 어민들은 옛날부터 다른 종으로 알고 계시더라고요. 위판 단가 차이도 많이 나니까요.”

위판 단가는 신선도와도 연관이 있다. 그물 어법을 사용하는 대형 어선들은 먼 바다까지 오랜 기간 조업을 다녀오면서 냉동 상태의 갈치들을 들여오기에 단가가 낮은 편이다. 가장 높은 값을 받는 갈치는 채낚기로 어획된 은갈치. 채낚기 어선은 당일 조업을 다녀오기에 신선도가 가장 좋다.

신선한 은갈치가 가득 담긴 풍경 
한림항은 항구가 큰 만큼 위판장도 두 곳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중 은갈치를 볼 수 있는 곳은 1위판장으로, 약 10kg 단위로 박스에 담긴 신선한 은빛 갈치들을 잔뜩 구경할 수 있다.

“신선한 갈치는 눈동자가 선명하고, 몸통을 만져봤을 때 뻣뻣할 정도로 탄력이 느껴져요. 위판장에서 볼 때도 박스 뒤쪽으로 삐죽 삐져나온 꼬리가 빳빳한 갈치들이 신선합니다. 신선도가 떨어질수록 꼬리가 아래로 처지거든요.”

사진 / 노규엽 기자
한림은 수산시장이 없는 대신 수협 건물을 방문하면 수산품을 살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유통단계가 줄어든 만큼 제주도 내 수산시장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 사진 / 노규엽 기자

이는 어시장에서 갈치를 구입할 때도 알아두면 좋은 정보이다. 또 하나 한림항에서 수산물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알아 둘 것이 있다. 강민주 수산자원조사원은 “한림은 수산시장이 없는 항구 중 하나”라며 “대신 수협 건물을 방문하면 특별한 수산품을 살 수 있다”고 전한다.

그 장소는 위판장 뒤편, 한림수협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사무실 입구 옆에 자리 잡은 수산물 전시판매장이다. 수협에서 직접 경매에 참여하여 낙찰 받은 수산물을 가공하여 판매하는 곳인데, 진공 포장된 냉동 갈치를 비롯해 옥돔, 참조기, 고등어, 민어 등 제주 특산 어종들이 모두 모여 있다. 유통단계가 줄어든 만큼 제주도 내 수산시장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서 더 좋다.

Tip 한림항 주변 정보

한림 꽃 축제 
한림항에서도 조금 더 서쪽에 위치한 한림공원은 금능해수욕장과 맞닿아 있다.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어나 5월에는 야생화축제, 6월에는 수국축제, 7~8월에는 연꽃축제 등 꽃 축제가 잇달 아 열린다. 이국적인 제주 풍경 속에서도 또 다른 별천지가 펼쳐진다. 
축제시기 연중 제철 꽃에 맞춰 개최

갈치조림 
토막 낸 갈치를 매콤하게 조린 갈치조림은 담백한 맛의 갈치 살을 칼칼한 맛의 무와 감자를 함께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옛날에는 길이가 2m까지도 자라는 갈치의 두툼한 몸통은 소금을 뿌려 불에 굽거나 튀겨 먹었고, 꼬리와 머리에 가까운 토막은 조림으로 먹었다고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담백한 맛의 갈치 살을 칼칼한 맛의 무와 감자를 함께 곁들여 먹는 갈치조림. 사진 / 노규엽 기자

애월카페거리 
제주도는 커피 투어를 목적으로 다녀도 좋을 만큼 개성 있는 카페들이 모인 거리들이 많다. 그중 한림항과 가까운 애월카페거리는 ‘애월한담공원’과 접해 올레길15코스가 지나는 등 아름다운 제주 바다와 돌담을 거닐며 산책을 즐기기 좋다. 근처에는 바닥이 투명한 보트를 타고 수면 아래를 구경하는 관광상품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한림항과 가까운 애월카페거리는 ‘애월한담공원’과 접해 산책을 즐기기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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