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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겨울 여행] 드라마, 설화, 동화속 겨울의 풍경을 찾아 떠나다, '안동‧봉화'
[겨울 여행] 드라마, 설화, 동화속 겨울의 풍경을 찾아 떠나다, '안동‧봉화'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1.02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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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배경지 만휴정
능인대덕 설화 전해 내려오는 봉정사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산타마을
사진 / 유인용 기자
안동의 대표 사찰 중 하나인 봉정사의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안동] 각 여행지에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풍경이 있기 마련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소개되며 유명해진 풍경도 있고 오래된 이야기가 구전되어 내려오는 고즈넉한 풍경도 있다. 또 아기자기한 모습이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도 있다. 드라마 속, 설화 속 그리고 동화 속 풍경을 찾아 안동과 봉화로 떠났다.

안동은 하회마을부터 시작해 다양한 서원들과 사찰, 누각까지 ‘선비의 고장’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명소가 많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인기 명소가 된 만휴정, 안동의 대표 천년고찰인 봉정사는 고아한 분위기가 특히 겨울에 잘 어울린다. 안동과 북쪽으로 맞닿은 봉화의 산타마을은 겨울에 찾아야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안동 만휴정은 계곡 위로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고 단촐한 정자가 산세와 어우러져 멋스럽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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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휴정 앞으로 흐르는 계곡은 겨울에 얼어붙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합시다, 러브…” 드라마 속 외나무다리 그 곳
안동 길안면 산기슭의 계곡 옆에 자리한 만휴정은 뒤쪽으로는 폭포가 떨어지고 앞으로는 계곡이 흐르는 아담한 정자다. 계곡 위로는 정자로 들어가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고 단촐한 정자가 산세와 어우러져 멋스럽다.

최근 만휴정을 찾는 관광객들이 발길이 부쩍 늘었는데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에서 도공 황은산(김갑수 분)의 집으로 나오면서 화면에 자주 등장했고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정자 앞 외나무다리는 “합시다, 러브, 나랑 같이”라는 명대사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권혁대 안동시티투어 대표는 “드라마를 보고 ‘저 곳이 어디냐’며 문의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며 “이전에도 관광객들이 꽤 있었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사실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인 김계행이 15세기 말 낙향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만든 정자다. 김계행이 조선 초 청백리로 꼽히기도 했던 인물인 만큼 만휴정은 꾸밈없이 담백한 멋이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정자는 동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또 앞쪽 3면이 개방된 누마루 형식으로 우리나라 정자 중 흔하지 않은 건축 양식을 갖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만휴정은 조선시대 문신 김계행이 15세기 말 낙향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만든 정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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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휴정으로 올라가는 길. 겨울에는 빙판길일 수 있으므로 발이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만휴정이 있는 곳이 높진 않지만 길이 좁기 때문에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 ‘500m 만휴정’이라고 적힌 팻말 근처에 차량 몇 대를 주차할 수 있으며 이후는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팻말부터 만휴정까지는 오르막길인데 특히 눈이 녹지 않은 겨울에는 빙판길인 경우가 많다. 겨울철 만휴정을 방문한다면 발이 편한 운동화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Info 만휴정
주소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하리길 42

봉황이 내려와 앉은 천년고찰 봉정사
안동 천등산에 자리한 봉정사는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덕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신라시대 사찰이다. 경내의 극락전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국보 제15호로 지정됐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봉정사는 지난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곳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봉정사는 10여 채의 건물이 오밀조밀 모인 아담한 규모이지만 지난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기도 했고 이후 여러 유명 인사들이 찾으며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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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의 일주문. 일주문에서 5분 정도 오르면 봉정사에 닿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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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는 능인대덕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신라시대 사찰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찰로 들어가는 돌계단은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아 자연과 어우러지는 멋이 있다. 돌계단을 층층이 올라서면 정면에서 대웅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지붕에는 다포계 양식이 적용돼 견고하면서도 예스럽다. 대웅전 왼편에 세로로 길쭉하게 자리한 건물은 화엄강당이고 그 왼쪽의 노란색 건물이 바로 극락전이다.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같이 배흘림기둥이 사용됐다. 사찰을 지탱하는 받침돌과 목재에는 곤때가 묻어 있고 7~800년 전 지어졌다는 점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권혁대 대표는 “극락전과 대웅전, 화엄강당은 각각 고려, 조선 초기,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갖췄다”며 “이 세 건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봉정사는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사찰”이라고 설명한다.

봉정사에는 능인대덕과 봉황에 얽힌 창건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능인대덕이 대망산의 한 바위굴에서 도를 닦을 때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그를 유혹했는데 능인대덕은 끝내 넘어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여인은 옥황상제가 능인대덕을 시험하기 위해 보낸 선녀였고 능인대덕의 불심에 감복한 선녀는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능인대덕이 수도하고 있는 굴을 환히 밝혔다. 이 빛 덕에 능인대덕은 득도를 했고 대망산은 ‘하늘에서 내려온 등불’이라는 뜻의 천등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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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의 극락전과 3층석탑.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의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됐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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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사의 말사인 영산암은 암자가 나무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이후 능인대덕이 종이로 봉황을 접어 날리자 현재의 봉정사 자리에 내려 앉아 ‘봉황이 머무른 곳’이라는 뜻에서 봉정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한편 봉정사에서 산 위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산암은 봉정사의 말사다. 암자가 나무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봉정사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퇴계 이황이 공부했다는 작은 정자 명옥대도 볼 수 있다.

Info 봉정사
주소 경북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

산골짜기 겨울왕국, 분천 산타마을
만휴정과 봉정사에서 고즈넉한 겨울 풍경을 감상했다면 이번엔 알록달록하고 활기 넘치는 겨울을 만날 차례다. 봉화군의 분천 산타마을은 겨울이 되면 이름 그대로 온 마을이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꾸며지는 겨울 테마마을이다.

반짝반짝 장식된 트리와 선물 꾸러미, 빨간 코의 루돌프와 복슬복슬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산타 할아버지까지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모든 풍경을 알차게 담았다. 마을 입구에서는 풍차가 돌아가고 곳곳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닥불까지 더해져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으로 성큼 들어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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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2일 열린 분천 산타마을 개장식의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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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 산타마을은 온 마을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며진 겨울 테마마을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마을의 언덕 위에 자리한 분천역은 이전에는 산골마을의 작은 역사였지만 2013년부터 관광열차인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이 운행하고 뒤이은 2014년 산타마을이 운영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역이 됐다.

분천역 오른편으로는 올 겨울 첫 선을 보인 산타우체국이 자리한다. 느린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일 년 뒤의 나에게 배달된다. 마을에서는 감자와 옥수수 등을 땅 속에서 익혀 먹는 우리나라의 겨울 전통 구이방식인 ‘삼굿구이’를 체험해볼 수 있다. 산타 레일바이크와 산타 썰매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개장식 날 가족과 함께 산타마을을 방문한 함태준 씨는 “2014년 첫 운영 이후 매년 산타마을을 찾고 있는데 아이가 특히 좋아한다”며 “이젠 겨울이 되면 자연스레 산타마을이 생각날 정도”라고 소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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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산타우체국의 내부 모습. 1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써 보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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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역과 분천역을 잇는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 사진 / 유인용 기자

이번 겨울 산타마을은 오는 2월 17일까지 개장한다. 서울에서 산타마을이 있는 분천역까지 한 번에 이동하려면 청량리역에서 중부내륙관광열차 O-train을 이용하면 된다. 또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이 분천역부터 철암역까지 일 2회 운행한다. 주말에는 동대구역에서 분천역까지 경북나드리열차가 운행한다.

손삼호 경상북도 관광마케팅과 국내마케팅 팀장은 “산타마을이 우리나라의 겨울철 대표 테마마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산타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산타박물관, 북유럽 느낌의 숙박 시설 등을 점진적으로 조성해 분천 산타마을 인프라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Info 분천 산타마을
주소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2리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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