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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여행 레시피] 여름엔 반딧불 겨울엔 설경, 무주의 겨울에 소록소록 눈꽃이 핍니다
[여행 레시피] 여름엔 반딧불 겨울엔 설경, 무주의 겨울에 소록소록 눈꽃이 핍니다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9.01.02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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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으로 떠나는 눈꽃 여행
썰매장, 천문과학관 등이 있는 반디랜드
3월, 이른 봄 개장 준비 중인 머루와인동굴
덕유산은 겨울 무주의 꽃이다. 겨우내 바람과 안개를 모아 새하얀 빛깔의 꽃터널을 만든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덕유산은 겨울 무주의 꽃이다. 겨우내 바람과 안개를 모아 새하얀 빛깔의 꽃터널을 만든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무주] 무주를 가장 무주답게 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능선에 하얗게 눈이 쌓이면 어두운 바다에 불이 켜지듯, 곱고 순한 눈꽃에 끌려 하나둘 새하얀 풍경 안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무주는 군이 속한 전라북도를 포함 경상남도 거창과 함양, 경상북도 김천, 충청남도 금산, 충청북도 영동과 맞물린 중부 내륙 도시지만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군의 서쪽을 지나면서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2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교통 요충지이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어도 인구는 훨씬 적은 2만6천여 명, 하여 쾌적한 전원도시로 손꼽히기도 한다.

경상남북도와 맞물린 무주는 그 지형에서처럼 삼국시대 땐 신라(무풍)와 백제(주계)를 모두 품었던 땅이다. 실제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던 설천면엔 동굴형 터널 ‘나제통문’이 있다. 삼국시대 때 만든 건 아니지만 이 문을 기준으로 나뉜 두 지역은 같은 행정구역 안에 있으면서도 여태껏 언어와 풍속이 다르다.

사투리만으로도 무주와 무풍 사람을 가려낼 정도란다. 이 나제통문을 제1경으로 은구암, 청금대, 와룡담 등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로 뽑아 ‘구천동 33경’이라 부른다. ‘무주’라는 이름은 조선 태종 14년(1414년), 무풍과 주계의 첫 자를 따서 지어졌다. 인근 지역과 더불어 사과, 호두, 오미자, 천마 등의 특산품으로도 유명하다.

덕유산, 겨울에도 꽃을 피우다
무주의 겨울, 그 중심엔 늘 덕유산(1614m)이 있다. 덕유는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백두대간으로 북으론 추풍령 너머 속리산, 남으로는 육십령과 여원재를 지나 지리산에 가 닿는 산줄기다. 1975년 열 번째 국립공원이 되었고, 남한에선 네 번째로 높다.

나라에 난리가 날 때마다 주변 고을의 민초들이 숨어들어 화를 피했다 하여, 광려산 또는 여산 등으로 불렸던 이름이 크고 넉넉한 산이란 뜻의 덕유(德裕)로 바뀌었다고 한다. 덕유산에 서보면 안다. 어디 하나 모난 곳 없이 크고 깊고 너른 산이라는 걸.

선로 길이 2.6km인 곤돌라의 종착점은 설청봉이다. 설천봉에는 식사가 가능한 휴게시설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선로 길이 2.6km인 곤돌라의 종착점은 설청봉이다. 설천봉에는 식사가 가능한 휴게시설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설천봉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세상은 '겨울왕국'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설천봉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세상은 '겨울왕국'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서울의 북한산을 두 개쯤 포개 놓은 높이지만 겨울 향적봉을 오르는 일은 어렵지 않다. 백련사부터 시작해 무룡산~남덕유를 거쳐 함양의 영각사까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혹한의 산길로 자처해 들어선 이도 많지만 무주리조트 입구의 관광 곤돌라 하나면 누구나 쉽게 저 높고 하얀 봉우리로 올라설 수 있다.

선로 길이 2.6km인 곤돌라의 종착점은 설천봉(1522m)이고, 설천봉에서 덕유산 꼭대기 향적봉까진 쉬엄쉬엄 걸어도 20분이면 충분하다.

겨울에 유독 더 예쁜 덕유산은 오전일찍 다녀가야 더 멋있다. 나뭇가지마다 핀 설화를 보려면 한낮 햇살보다 먼저 오르는게 낫기때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겨울에 유독 더 예쁜 덕유산은 오전일찍 다녀가야 더 멋있다. 나뭇가지마다 핀 설화를 보려면 한낮 햇살보다 먼저 오르는게 낫기때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가쁜 숨을 내쉬는 일부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오히려 찬바람 속에서 기운차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가쁜 숨을 내쉬는 일부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오히려 찬바람 속에서 기운차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덕유산은 겨울 무주의 꽃이다. 산은 겨우내 바람과 안개를 모아 새하얀 빛깔의 꽃터널을 만든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덕유산은 겨울 무주의 꽃이다. 산은 겨우내 바람과 안개를 모아 새하얀 빛깔의 꽃터널을 만든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계절 다 좋지만 겨울에 유독 더 예쁜 이 산은 오전 일찍 다녀가야 멋이 더 하다. 스키어들과 곤돌라를 타려는 인파로 북적이기도 하지만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꽃을 피운 설화를 보려면 한낮 햇살보다 먼저 오르는 게 낫기 때문이다.

땅을 박차고 출발한 곤돌라는 설천봉에 올랐다가 방향을 바꿔 출발지로 돌아온다. 탑승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대기줄만 길지 않다면 금세 산 아래 사람을 산 위로 옮겨놓는다. 설천봉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세상은 ‘겨울왕국’이다.

잘 닦인 길을 따라 조금씩 정상으로 올라선다. 목책 너머엔 나무를 절반쯤 집어삼킨 눈더미가 쌓였지만 길은 어린아이도 오를 만큼 뚜렷하다.

가쁜 숨을 내쉬는 일부 어른과는 달리 아이들은 오히려 찬바람 속에서 기운차다. 정상석 ‘인증샷’ 따위엔 관심이 없다. 벌렁 누워 눈천사를 만들거나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 눈을 뭉쳐 귀여운 눈사람을 만든다.

능선 사이로 켜켜이 선 적상산, 마이산, 가야산, 지리산, 계룡산, 무등산 등에 안부를 전하고 왔던 길을 되짚어 그대로 내려선다. 향적봉은 저만치 멀어졌지만 곤돌라는 잠시도 쉬지 않고 오르는 이와 내려설 이를 차례로 실어 나른다. 덕유산은 겨울 무주의 꽃이다. 그 산은 겨우내 바람과 안개를 모아 새하얀 빛깔의 꽃터널을 만든다.

무주반디랜드 안에는 반디별천문과학관을 비롯해 곤충박물관, 사계절썰매장 등이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반디별천문과학관, 곤충박물관, 사계절썰매장, 야외 물놀이장 등이 있는 무주반디랜드.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볼거리 즐길 거리, 무주반디랜드
반디랜드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손색없지만 어른들만 간다 해도 재밌고 신기한 곳이 틀림없다. 반디랜드 안엔 곤충박물관, 사계절썰매장, 야외 물놀이장, 환경테마공원, 통나무집, 반디별천문과학관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단연 곤충박물관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연두색 불빛을 내뿜는 반딧불이를 포함 약 2천여 종에 1만3천 마리가 넘는 희귀 곤충 표본이 전시돼 있다. 작은 규모의 열대식물원과 아쿠아리움, 공룡화석, 돔스크린, 3D 영상실 등도 있다.

반디별천문과학관에서 우주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반디별천문과학관에서 우주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반디랜드 안의 사계절썰매장은 이름에서처럼 계절에 상관없이 썰매를 탈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반디랜드 안의 사계절썰매장은 이름에서처럼 계절에 상관없이 썰매를 탈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찬 바람이 쌩쌩 부는데도 썰매를 타고 내려와 출발 지점으로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은 땀에 흠뻑 젖었다. 속도에 비례해 더 높아지는 환호성은 어른들 몫이다.

부모도 아이도 쏜살같이 내달리는 튜브 썰매 위에선 똑같은 어린이다. 썰매장 옆 반디별천문과학관에선 우주의 탄생과 역사, 태양계, 별자리, 우주환경 등 최신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두루두루 3시간은 잡아야 한다.

머루와인동굴의 변신
적상산 기슭의 머루와인동굴은 무주 특산품인 머루와인을 숙성 저장해 판매하는 길이 270m의 인공 동굴이다. 복층 건물인 와인하우스에는 지역 특산물 판매장과 와인카페를 겸한 전통찻집이, 와인 동굴 ‘비밀의 문’ 안엔 와인카페와 시음장 등이 있다.

연중 13~17℃의 온도를 유지 중인 동굴 내부엔 붉은진주, 샤또무주, 루시올뱅, 구천동머루와인, 마찌끄 등 5개 업체 약 2만 병의 와인이 저장 중이다.

적상산 기슭의 머루와인동굴은 무주 특산품인 머루와인을 숙성 저장해 판매하는 길이 270m의 인공 동굴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적상산 기슭의 머루와인동굴은 무주 특산품인 머루와인을 숙성 저장해 판매하는 길이 270m의 인공 동굴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은은한 불빛 아래 찰랑이는 붉은 액체 앞에선 누구나 쉽게 마음이 흔들린다. 종류별로 한 모금씩 마셔본다. 달큰하면서도 떫고, 쓴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다. 특징은 다르지만 맛있는 건 똑같다.

기호에 맞게 한 병, 아쉬운 마음에 또 한 병, 돌아서는 손길마다 머루와인이 들렸다. 다만 3월 9일까진 내부 수리 중이어서 현재는 무료 시음과 구입만 가능하다. 새롭게 단장해 이른 봄 방문객을 맞을 와인동굴의 모습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연중 13~17℃의 온도를 유지 중인 동굴 내부엔 붉은진주, 샤또무주, 구천동머루와인, 마찌끄 등 약 2만 병의 와인이 저장 중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연중 13~17℃의 온도를 유지 중인 동굴 내부엔 붉은진주, 샤또무주, 구천동머루와인, 마찌끄 등 약 2만 병의 와인이 저장 중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머루와인동굴에서 산으로 난 길에 올라서면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적상산 사고지, 적상산 사고를 지키기 위해 승병들의 숙소로도 사용됐다던 안국사, 지난 호에 소개했던 논개의 정인 최경회가 임진왜란 당시 머물기도 했던 적상산성 등이 있다. 와인동굴에 왔다면 그 길을 따라 모두 가볼 만 한데 역시 3월 말까진 빙판에 의한 사고 방지를 위해 차량 통행을 금지한다.

걸어갈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봄은 산의 눈꽃을 거두어 가는 대신 벙글벙글 온 산에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그 계절이 오기 전까지, 지금 무주의 겨울은 빛나는 절정기다.

원데이 무주 여행 레시피
① 무주리조트 입구의 덕유산 관광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올라간다. 주말과 휴일엔 오전 9시부터 탈 수 있으며, 사전 예약도 가능하다. 출발 15분 후에 도착지점인 설천봉에 닿고, 설천봉에서 등산로를 따라 20분만 올라서면 향적봉에 닿는다. 설천봉에는 식사가 가능한 휴게시설이 있다. 승차지점으로 돌아올 때까지 2시간쯤 걸리지만 인파가 몰릴 땐 대기 줄이 길다.
② 무주리조트에서 북으로 20km, 약 50분 거리에 반디랜드가 있다. 곤충박물관, 반디별천문과학관, 사계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기본 입장료는 어른 5천 원, 어린이 2천 원이며 이용 시설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부가된다.
③ 반디랜드를 나와 적상산 방향으로 30분간 달리면 머루와인동굴이다. 현재는 내부 수리 중으로 무료 시음과 구입만 가능하다. 3월 10일부터 다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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