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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숨은 여행지] 감춰진 매력이 넘쳐나는 전북 익산
[숨은 여행지] 감춰진 매력이 넘쳐나는 전북 익산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9.01.02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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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풍경 지닌 고스락과 나바위성당
'보석의 도시'에서 만나는 보석박물관
자연과 어울려 차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어
고스락은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류를 만드는 곳이지만 여행지로도 찾기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고스락은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류를 만드는 곳이지만 여행지로도 찾기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익산] 익산은 예부터 철도와 도로 교통의 요지로 역할을 해왔지만, 여행지로는 미륵사지 외에 떠오르는 곳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는 발견하지 못한 곳에 대한 오해일 뿐. 소소한 볼거리와 넉넉한 공간으로 마음 속 풍요를 건네주는 여행지가 넘쳐나는 곳이 바로 익산이다.

김형훈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과장은 깊이 보면 많은 것들이 있는 익산이라고 말한다. 한창 재단장을 하고 있는 백제의 역사유적들과 보석 세공의 역사, 그리고 푸근함을 간직한 자연경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익산을 두루 살펴보면 빠르게 지나치는 일상에 필요한 마음의 여유를 찾아내게 된다.

천연발효식품과 4000개의 항아리
가장 먼저 찾아볼 숨은 여행지는 우리 음식의 전통적인 맛을 책임지는 장을 만드는 곳, 고스락이다. ‘으뜸’, ‘최고를 뜻하는 순 우리말로 이름 지은 고스락은 국산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해 자연발효 숙성을 시켜 장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내세운다.

키 큰 소나무들이 반겨주는 입구를 지나 고스락으로 들어서면 주변 자연과 어울리게 꾸며놓은 장독들과 정원이 눈길을 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물은 고스락의 결과물을 알릴 목적으로 지어놓은 판매장 겸 홍보관. 전통 장의 기본인 된장, 고추장을 비롯해 청국장과 식초 등 건강을 담은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천천히 둘러보라는 듯 홍보장 내에 갖춰놓은 카페에서 커피나 건강차 등을 한 잔 주문해 마시며 바깥 풍경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고스락 홍보관 내에서는 카페를 이용할 수 있고, 직접 만든 장류를 구입할 수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고스락 홍보관 내에서는 카페를 이용할 수 있고, 직접 만든 장류를 구입할 수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망대에 오르면 4000개에 이르는 항아리 대열이 진풍경을 펼쳐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전망대에 오르면 4000개에 이르는 항아리 대열이 진풍경을 펼쳐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홍보관에서는 간단한 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고추장 만들기와 식초 만들기, 메주 만들기 등과 아이들을 위한 쿠키 만들기, 고추장 피자 만들기 등이다. 체험은 예약제로 진행되니 미리 전화로 문의를 하면 된다.

고스락에서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는 홍보관 밖에도 마련되어 있다. 각종 장류를 담아놓은 항아리들을 둘러보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다. 2만평 대지에 펼쳐진 4000여 개의 항아리 대열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산책로가 심심하지 않게 겉면에 꽃그림을 그린 항아리들과 새 모양의 솟대들도 열을 짓고 있어 지붕 없는 전시관이 따로 없다. 이정표를 따라 전망대에 올라서면 높은 위치에서 고스락의 전체 풍경을 내려다보는 장관도 재미를 더한다.

Info 고스락
주소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익산대로 1424-14

체험을 신청하면 간단한 기념품도 챙길 수 있다. 사진은 양파사과식초 만들기 결과물. 사진 / 노규엽 기자
체험을 신청하면 간단한 기념품도 챙길 수 있다. 사진은 양파사과식초 만들기 결과물. 사진 / 노규엽 기자

전통과 외래종교의 조화로움이 남은 나바위성당
고스락에서 북쪽으로 금강이 흐르는 논산시의 경계 무렵까지 올라가면 천주교 성지 중 하나인 나바위성당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한국 천주교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순교자가 중국에서 사제가 된 다음 조국에 입국하여 첫발을 내디딘 곳이기도 하다.

1907년에 지어진 나바위성당은 독특한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와지붕을 얹은 벽돌집 구조에 입구에는 종탑이 세워져있어 동서양의 모습이 한 건물에 담겨 있다. 최초 완공할 당시만 해도 한옥 전통양식으로 건축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한옥 흙벽을 양식 벽돌로 바꾸고 성당 입구에 고딕식 종탑을 세워 초기의 한옥 성당과 서양 정통 성당의 모습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으로 지금껏 이어져 왔다.

나바위성당은 동서양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으로 유지되어 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나바위성당은 동서양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으로 유지되어 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고딕식 종탑이 아름다운 나바위성당 입구. 사진 / 노규엽 기자
고딕식 종탑이 아름다운 나바위성당 입구. 사진 / 노규엽 기자
성당 내부는 1900년대 초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성당 내부는 1900년대 초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또 다른 모습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중국인들이 와서 시공을 하며 창문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8각형으로 만든 흔적 등이 보이기 때문. 본당 중앙을 좌우로 가르는 듯이 기둥이 세워져있는 점도 독특하다. 기둥 사이에 칸막이를 세워 공간을 나눴던 흔적이다. 칸막이는 옛 시절에 미사를 보는 동안 남과 여가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같은 이유로 옛날에는 남자와 여자가 출입하는 문도 따로 있었다고 한다.

김택영 익산문화 알림이 해설사는 나바위성당은 내외부 모두 1900년대 옛날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라며 한국 3대 성당이라 하면 서울 명동성당, 전주 전동성당, 대구 계산성당을 말하지만, 문화재적 가치로 치면 명동 다음이 나바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나바위성당은 김대건 신부가 처형되고 난 다음 남겨진 목뼈 조각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여 천주교 신자들에게 의미가 깊다. 김택영 해설사는 신자들에게 기증을 받는 등 나바위성당에 관한 옛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봄에 찾아오면 새롭게 지은 전시관에서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좋을 것이라고 추천한다.

Info 나바위성당
주소 전북 익산시 망성면 나바위1146

보석 도시의 이름이 궁금하다면?
익산은 보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 중반 수출산업공단이 만들어지며, 귀금속을 세공하여 수출하는 보석가공산업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수출용으로 시작되었던 산업이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백화점들이 생겨나며 보석의 이동이 국내로도 전환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근 40년 넘게 보석가공산업을 이어오고 있는 익산의 보석가공역사를 알 수 있는 장소가 보석박물관이다.

보석박물관에서는 광물 상태였던 보석이 어떻게 가공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보석박물관에서는 광물 상태였던 보석이 어떻게 가공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다양한 보석과 금으로 만들어진 보석꽃. 사진 / 노규엽 기자
다양한 보석과 금으로 만들어진 보석꽃. 사진 / 노규엽 기자

보석박물관 내부에서는 보석가공산업의 역사와 월별 탄생석의 의미, 보석으로 만든 미륵사지 목탑 등 익산이 보석의 도시임을 뽐내는 전시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3개의 전시관에 걸쳐 다양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어, 광물 상태였던 보석들이 어떻게 세공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변신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보석꽃.’ 세계적인 보석 안마사인 독일인 만프레드 빌드가 보석박물관 개관을 기념하여 다이아몬드와 백수정, 장미수정 등 천연보석과 18K 금을 이용하여 만든 보석꽃다발 앞에서는 누구나 카메라를 들이대게 된다.

보석박물관 관람을 마치면 쥬얼팰리스로 이동하여 각종 귀금속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쥬얼팰리스 동 앞에 자리한 카페 익스(ik’s)’에서는 음료를 즐기는 것과 함께 빛과 모래로 만들어내는 예술인 샌드아트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사전에 문의하면 당일 또는 1박 숙박을 하며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안내받을 수 있다.

박물관 건물 옆의 카페 '익스(ik's)'에서는 샌드아트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박물관 건물 옆의 카페 '익스(ik's)'에서는 샌드아트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보석박물관
관람료 성인 3000, 청소년 2000, 어린이 1000
주소 전북 익산시 왕궁면 호반로 8

자연미와 공감하며 만끽하는 여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몰랐던 곳을 보고 재밌는 활동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요소이지만, 일상을 벗어난 장소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익산에는 그런 여유를 느끼게 해줄 장소도 소소하게 마련되어 있다.

먼저 보석박물관에서 멀지않은 왕궁다원은 이 고장의 만석꾼이었던 송병우의 집터이다. 송병우는 왕궁저수지와 함벽정, 지방도 건설 등 지역 발전에 힘쓰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고택의 일부분이 소실되고 훼손되었으나 그의 손자 송호윤이 늘푸른 수목원을 운영하며 고택을 유지 보수하였다. 현재는 송병우의 증손녀가 다원으로 운영 관리하고 있는데, 한옥 그대로의 모습이 남은 곳에서 차 한 잔과 함께 쉬어갈 수 있다.

메뉴는 커피부터 전통차와 꽃차, 발효차 등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가격이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주문한 음료와 함께 나오는 작은 주전부리들과 세팅을 보면 가격 생각이 싹 사라진다. 사랑방처럼 나눠져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고 고택 내부에서 바깥 창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는 대도시 카페에서는 절대 느껴볼 수 없는 호사다.

Info 왕궁다원
메뉴 커피류 6500~7500원 선, 차류 7500~9000원 선
주소 전북 익산시 왕궁면 사곡길 21-5

주말 인파가 몰릴 경우 대기시간이 길 수 있음.

전통 한옥을 유지보수하여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는 왕궁다원. 사진 / 노규엽 기자
전통 한옥을 유지보수하여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는 왕궁다원. 사진 / 노규엽 기자
정갈하게 차려내주는 차 세트는 먹는 즐거움에 더해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정갈하게 차려내주는 차 세트는 먹는 즐거움에 더해 보는 즐거움까지 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익산에서 소개할 마지막 장소는 달빛소리수목원이다. 이곳은 김선기 달빛소리수목원 대표가 약 1만평의 대지에 심은 다종다양한 수목이 자리 잡은 곳이다. 김선기 대표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넓은 들판에 달빛이 들 때를 떠올려 수목원 이름을 지었다수목들을 20년 동안 가꾼 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덧 30년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나무에 정성을 주듯이 수목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정성을 쏟는다. 방문객이 찾아오면 수목원을 함께 돌며 나무 한 그루마다 담긴 이야기를 풀어주며 수목원 구경을 시켜준다.

설명을 듣고 난 후 수목원을 걷는 일도 기분이 좋다. 나무 종류에 따라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 잠시 바라보는 대나무숲, 잠시 걸어보는 소나무길 등 아주 짧은 순간에도 눈이 새로워지는 기분을 받는다.

수목원에는 작은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2층 구조로 지어놓은 실내 공간으로 들어서면 깔끔하게 꾸며놓은 목조주택에서 편안하게 쉬다갈 수 있고, 날이 따뜻할 때는 외부에서 풍경과 함께 커피 한 잔을 즐기기 좋다. 김선기 대표는 야간에도 오후 8시까지 불을 켜고 오픈을 하니 달빛소리를 즐겨보시길 권한다보다 많은 분들이 수목원의 아름다움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달빛소리 수목원을 방문하면 김선기 대표가 직접 설명을 곁들여 안내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달빛소리 수목원을 방문하면 김선기 대표가 직접 설명을 곁들여 안내해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다양한 나무가 자라고 있는 수목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다양한 나무가 자라고 있는 수목원을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달빛소리수목원
입장료 3000(음료 주문시 입장료 없음)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천서길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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