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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2월호
[미식 여행] 동해 어민 먹여 살리는 고마운 가자미
[미식 여행] 동해 어민 먹여 살리는 고마운 가자미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9.01.03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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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덕군 축산항 위판장
방언으로는 물가자미지만 정식 명칭은 기름가자미
새콤하고 매운맛이 독특한 삭힌 가자미식해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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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은 기름가자미, 방언은 물가자미지만 정식 명칭 상의 물가자미는 따로 있다. 사진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편집자 주] 본 기사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www.fira.or.kr)에서 근무하는 수산자원 조사원들의 협조를 받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여행스케치=영덕] 가자미처럼 이름이 헷갈리는 물고기는 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어획되는 가자미 종류만도 수십 가지에 이르는데다가, 가자미 종류가 다양한 걸 알고 따지는 사람도 극히 드물기 때문. 그래도 동해안에서 많이 만나봤을 기름가자미 정도는 알아두면 상식이 되겠다.

물가자미와 기름가자미의 진실
싱싱한 가자미는 회로도 먹을 수 있고 말린 가자미를 쪄먹기도 하지만, 가정에서 가장 흔하게 먹는 방법은 구이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구이용 가자미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기름가자미다.

기름가자미는 뻘과 모래로 이루어진 수심 150~700m 부근에 많이 서식하며 1000m가 넘는 수심에서도 어획이 된다고 한다. 연중 가자미가 흔하게 올라오는 영덕 축산항에서 근무하는 이민선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수산자원조사원은 “동해에서 어획량이 많은 가자미는 부가가치가 높아서 어민들 경제에 도움이 되는 어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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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항은 규모로 치면 작은 어항 중 하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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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가자미는 주로 선어 상태로 위판된다. 사진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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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항에는 가자미 전문 식당들이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축산항에는 기름가자미, 용가자미, 홍가자미 등이 들어오는데 기름가자미가 9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이곳 방언으로는 물가자미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칭 상의 물가자미는 따로 있어서 혼선을 빚을 수 있죠.”

가자미류 어종들은 외형이 거의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구분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물가자미는 연한 암갈색 바탕에 크고 작은 흑갈색 또는 유백색 점들이 흩어져 있고, 특히 옆줄을 경계로 기름가자미에는 없는 3쌍의 큰 흑갈색 점이 있다. 또한, 기름가자미는 다른 가자미류에 비해 두께가 얇고 배 쪽은 내장도 보일듯이 투명해서 구분이 쉬운 편이라고. 그럼에도 명칭이 혼용되는 이유에 대해 이민선 수산자원조사원은 “기름가자미라는 명칭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든 어종이 그렇듯이 생선은 신선도가 제일 중요하잖아요. 기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청정바다와 어울리지 않는 거죠. 그래서 영덕 어민들이 물가자미라고 부른 게 굳어졌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옛날부터 두 가자미를 일본말로 불러온 탓이라는 설도 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물가자미를 미주구리라 부르고, 경북에서는 기름가자미를 미주구리라 부르는 것. 일본에서 가자미를 부르는 명칭인 ‘미즈가라이(미주구리)’를 지역에 따라 다르게 쓰면서 두 어종의 혼동을 야기했다는 이야기다.

기름가자미는 흰 쌀밥과 찰떡궁합
축산항은 규모로는 작은 어항이라 어종이 단조로운 편이다. 위판장 바로 옆의 죽도산과 그 너머의 차유마을은 예로부터 대게 원조 산지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강구항이 명성을 가져간 상태. 그래서 축산항에서는 기름가자미의 중요도가 높다. 깊은 바다에 살기에 주로 저인망 어선에서 어획되는 기름가자미는 물 밖으로 나오면 잘 죽어버려서 주로 선어 상태로 위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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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판장 바로 옆의 죽도산과 그 너머의 차유마을은 예로부터 대게 원조 산지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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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항은 어종이 단조로워 기름가자미의 중요도가 높다. 사진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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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가자미와 물가자미의 명칭이 혼용되는 다양한 설이 있다. 사진 /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어획량이 많아 말려서 파는 게 대부분이지만, 갓 들어와 싱싱할 때는 회나 회무침으로 먹기도 해요. 기름기 때문에 고소하면서도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있죠.”

옛날에는 가자미식해의 원료로도 많이 사용했다고. 이틀 정도 소금에 절였다가 박박 문질러 끈적끈적한 체액을 지워내고, 깨끗이 씻어 꾸덕꾸덕하게 말린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조밥, 고춧가루, 마늘, 엿기름을 한데 버무려 일주일 정도 삭힌 식해는 새콤하면서 매운맛이 독특 하다. 이민선 수산자원조사원은 “요즘은 축산항에서 판매하는 곳을 찾기 힘들게 되었지만, 축산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영해면 시장에 가면 가자미식해를 구입해 맛볼 수 있다”고 알려준다.

시인 백석은 <선우사(膳友辭ㆍ음식 친구에 관한 글)>라는 시에서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고 썼다. 백석이 예찬한 음식 친구가 혹시 잘 말려서 찐 기름가자미가 아닐까? 시에서처럼 흰 쌀밥과 궁합이 천생연분 저리 갈 정도이다.

Tip 축산항 주변 정보

영덕 물가자미&막회 축제
영덕에서 기름가자미를 부르는 방언인 물가자미가 많이 어획되는 시기에 맞춰 작은 축제가 열린다. 막회 축제라는 명칭도 붙으며 기름가자미뿐 아니라 다른 어종 또는 다른 가자미류의 회를 섞어서 맛볼 수 있다. 가자미 밥식해 담그기, 막회 썰기 체험, 매운 물회먹기, 가자미 그물털기 등 체험 행사도 열린다.
축제시기 매년 5월경

가자미 물회
가자미 물회는 뼈가 연해 싱싱한 가자미를 뼈째 썰어 고추장을 넣고 오이, 파, 배, 미나리 등 기호에 맞춰 채소를 섞어 먹는 음식이다. 축산항에는 가자미 전문 식당들이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으며, 대게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코스 메뉴를 준비한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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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는 뼈가 연해 뼈째 썰어 물회로 먹기 좋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영덕블루로드
영덕에는 푸른 동해의 풍광과 풍력발전단지, 대게원조마을 등 명소를 엮어 풍부한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치는 도보여행길이 마련되어 있다. 축산항은 영덕블루로드의 4개 코스 중 B코스인 ‘푸른대게의 길’이 지나는 곳이며, 짧게 죽도산 코스만 올라도 전망대에서 축산항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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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항은 영덕블루로드의 4개 코스 중 B코스인 ‘푸른대게의 길’이 지나는 곳.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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