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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2월호
[미식 여행] 미안할 정도로 못생긴 아귀가 입맛을 당긴다
[미식 여행] 미안할 정도로 못생긴 아귀가 입맛을 당긴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9.01.04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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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산수협공판장
겨울이면 울산수협공판장의 위판량 1/4 차지
흉측하게 생겼지만 찜으로도 포로도 맛있는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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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귀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편집자 주] 본 기사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www.fira.or.kr)에서 근무하는 수산자원 조사원들의 협조를 받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여행스케치=울산] 아귀찜이라는 음식으로 더 친숙한 이름, 아귀. 몸 전체에서 거의 절반에 가깝도록 큰 머리와 머리 크기에 못지않게 큰 입을 실제로 본다면, 아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못생겼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나라 바다에 널리 분포해서 어민들의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소중한 물고기이다.

연중 어획되지만 아귀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
아귀는 최대 몸길이가 1미터에 이를 정도로 큰 생선으로, 바다 수심 55~150미터에서 주로 서식한다. 우리나라 서해 남부, 남해, 동해 남부 등지에 분포하고 연중 내내 어획되지만, 특히 어획량이 많아지는 시기는 겨울이다. 울산 시내에 위치한 울산수협공판장에서 수산물을 조사하는 김경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수산자원조사원은 “겨울철 울산수협 공판장에서 위판되는 대표 어종으로는 용가자미, 대구, 문어, 아귀 등이 있다”며 “그중 아귀 위판량이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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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아귀를 잡아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아 바다에 다시 던져버려 ‘물텀벙’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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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서는 주로 자망어업으로 조업하기에 선어 위판이 대부분.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아귀는 4~6월이 산란기라서 겨우내 먹이 활동을 많이 합니다. 당연히 살이 오르면서 맛도 좋아지기 때문에 겨울 생산량이 많아지죠. 동해에서는 주로 자망어업으로 조업하기에 선어 위판이 대부분입니다.”

주로 바다 밑바닥에 서식하는 아귀는 다른 해저생물들에게는 공포영화에서나 나오는 괴물 같은 존재다. 몸과 머리는 납작하고 유난스럽게 큰 입에 난 빗처럼 촘촘하고 가늘면서, 날카로운 그 이빨로 먹이를 물면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입 바로 위쪽에는 안테나처럼 생긴 가느다란 촉수가 있는데 이걸로 먹이를 유인해서 잡아먹는다. 아귀의 촉수를 만만한 먹잇감으로 알고 접근했을 때 큰 입을 벌려 한입에 삼켜버리는 것. 이런 행동으로 인해 <자산어보>에서는 아귀를 ‘낚시를 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조사어(釣絲魚)라고 하고, 서양에서도 ‘낚시꾼 고기(anglerfish)’로 부르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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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는 우리나라 바다에 널리 분포해서 어민들의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소중한 물고기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아귀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온 용어로도 알려져 있다. 탐욕이 많았던 사람이 죽으면 입만 크고 목구멍이 작아 많이 먹지 못하는 귀신이 되는 형벌을 내리는데, 이를 아귀(餓鬼)라고 부르는 것. 김경한 수산자원조사원은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흉측하게 큰 입과 탐욕스러운 먹성을 지녀 아귀라 부르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아귀는 소화력이 강해서 어종을 가리지 않고 잡아먹습니다. 몸 크기의 절반 정도 되는 물고기도 통째로 삼키는 식성을 지녔죠. 이런 식성 때문에 어획된 아귀의 위나 입안에 소화가 덜 된 다른 어종이 그대로 있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아귀만큼 값이 나가는 어종이 들어 있을 때는 덤을 받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별미 음식과 간식으로 탄생한 아귀
지금은 어느 지역에서나 흔하게 아귀찜 전문점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정작 우리가 아귀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이유는 단지 못생긴 외모 탓으로, 옛날에는 어부들이 아귀를 잡아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아 바다에 다시 던져버렸다고. 그래서 ‘물텀벙’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경남 마산에서 어느 할머니가 말린 아귀를 황태찜처럼 만들며 먹기 시작한 게 아귀찜의 시초라고 한다. 고춧가루를 넣고 새빨갛고 맵게 요리한 아귀찜은 껍질과 입, 머리, 지느러미 부근 살에 붙은 점액질의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뼈는 연하고 살은 쫄깃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이 있어 별미로 대접받기까지 한다. 김경한 수산자원조사원은 “실제로 아귀 살 자체는 맛이 거의 없는 밍밍한 생선”이라며 “아귀 요리를 아귀찜처럼 매운맛이 강하게 양념하거나 소금, 찍어 먹는 소스 등을 곁들여 준비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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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는 살이 오르면서 맛도 좋아지는 겨울이 제철이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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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를 어획한 현장에서 구매하면 신선한 아귀 간도 먹어볼 수 있다. 사진 / 홍원문 사진작가

아귀는 간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어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양에서 고급 식재료로 치는 푸아그라(거위 간)에 견줄 정도로 맛이 좋다고. 다른 어종의 간도 마찬가지이듯이 아귀 간도 신선할 때만 식용이 가능하므로 맛보고 싶다면 아귀를 어획한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아귀를 말려 아귀포로도 먹는데, 쥐포보다 부드럽고 향 또한 식욕을 자극해서 간식과 술안주로도 인기가 많다.

Tip 울산수협공판장 주변 정보

울산대공원 장미원 빛축제
울산이 산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전환하고자 조성한 울산대공원에서는 늦가을에 시작해 겨울을 지나는 동안 울산대공원 장미원에서 빛축제를 연다. 공원 전체를 테마별로 다른 빛을 내는 LED 전구와 조명들로 꾸며서 마법 같은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축제시기 매년 11월경~익년 1월경

아귀찜
아귀찜은 경남 마산 지역에서 시작된 조리법으로 알려져 있다. 원조 마산 아귀찜은 말린 아귀로 만들어서 다소 질긴 편. 주변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녹말을 첨가해 아귀 살을 촉촉하게 즐길 수 있는 양념의 아귀찜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들깻가루나 땅콩가루를 뿌려 고소함을 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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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양념에 아귀 살과 콩나물을 함께 먹으면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1970~1980년대 울산은 고래잡이가 성황을 이뤘던 곳으로, 생업으로써 희망이자 자부심이었던 고래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보존하고자 고래문화마을을 만들어 그 역사를 기리고 있다. 고래문화마을은 마을 전체를 고래로 모티브 삼아 만든 테마 공원으로, 다양한 고래 조형물과 울산 장생포의 고래잡이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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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문화마을은 마을 전체를 고래로 모티브 삼아 만든 테마 공원이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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