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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만화로 떠나는 람사르습지 도시] '황금짱순이'의 배경지, 순천에 가다
[만화로 떠나는 람사르습지 도시] '황금짱순이'의 배경지, 순천에 가다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9.01.10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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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 '황금짱순이'
우화로 재탄생한 순천만 습지 보전 역사
주인공들이 누볐던 습지 인근과 솔섬까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사진 / 권호상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사진 / 권호상

[여행스케치=순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풍경은 언제나 조용한 의지로 가득하다.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을 굽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의지, 나아가기 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의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생명들의 의지. 그 모든 의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순천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나와 순천의 첫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순천만 쪽에서 보는 일출이 꽤 괜찮다“는 동생의 말을 따라 전남 여행의 시작점을 순천으로 정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대에 지도 한 장 없이 밤 기차를 타고 나선 길. 무모했지만,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속 희뿌연 느낌만은 챙길 수 있었다. 

이후로도 알음알음 순천에 들를 일이 있어 인연이 느껴지던 찰나, 순천만을 소재로 한 만화가 등장했다. 2009년 끝자락에 연재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 <황금짱순이>가 그 주인공이다.

순천만 습지의 생명을 이야기하다, <황금짱순이>
웹툰 <황금짱순이>는 영화 <애기섬>을 만든 장현필 감독이 쓴 이야기를 <학마을 사람들 이야기>, <도바리> 등을 발표한 만화가 탁영호가 그린 작품으로 2012년에는 인형극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주로 선 굵은 사회적 화두와 민초들의 이야기를 그려온 탁영호 작가의 필체와 <황금짱순이>의 동화적인 이야기는 묘한 조화를 이룬다.

작품은 행동력과 의지가 강한 짱뚱어 ‘짱순이’와 겨울을 나기 위해 순천만을 찾은 철새 흑두루미 ‘두룩이’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서로 다른 성장 환경 속에서 고난과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끝에 두 주인공이 순천만에서 친구의 연을 맺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금짱순이' 단행본 표지. 사진 / 출판사 제공
'황금짱순이' 단행본 표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순천만 습지의 대표 격인 물고기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는 물고기로 펄과 갈대밭을 노상 신나게 뛰놀다시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흑두루미 역시 겨울이면 시베리아에서 순천만까지 날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다. 사실 흑두루미는 짱뚱어에게 천적이지만, 작품에서 이 둘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황금짱순이> 속에는 연안습지와 하구의 S자 수로를 비롯한 순천만의 풍경을 고스란히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건 인간들에게 소중한 자연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생물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황금짱순이>의 이야기를 쓴 장현필 감독은 이 작품을 시작한 이유를 “순천만을 다녀가는 사람들은 사진 몇 장 찍는 것으로 만족하고 순천만을 가슴에 담아가는 사람이 없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중요한 은유로 작용하는 것은 각자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과 희생, 그리고 생각이 다른 이(작중의 ‘종’)들과의 연대다.

순천만 갈대숲을 배경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새.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순천만 갈대숲을 배경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새.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순천 동천의 선착장. 이곳에서 배를 타고 순천만 해수로를 따라 순천만 앞을 돌아볼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순천 동천의 선착장. 이곳에서 배를 타고 순천만 해수로를 따라 순천만 앞을 돌아볼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역사를 되짚어 보면 순천만 연안습지가 지금만큼 유명해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인근 여수와 광양에 이어 공장지대가 들어서려던 찰나, 지질 특성상 배수가 잘 안 되어 곧잘 홍수 피해를 입었던 탓에 갈대밭을 밀어내고 갯벌을 파 없애려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가 1990년대 초중반 무렵이며, 시민단체의 반발을 시작으로 순천만 습지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후 전문가들에 의해 최초의 생태조사가 시행됐고, 습지와 갯벌이 지닌 가치가 재조명되었다. 

<황금짱순이> 속에서도 우화의 형식을 빌린 습지 보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14, 15회에서는 작중 짱순이를 비롯한 짱뚱어들이 온몸에 황금색 꽃가루를 묻혀 자신들을 공격하는 깡패 갈매기 부대 ‘깡치’의 시야를 교란시킨다. 더불어 게와 순천만에 사는 다른 생물들과의 협공까지 진행해 끝내 쫓아내기에 이른다. 

황금색 짱뚱어들의 반격은 사람들로 하여금 갯벌에 생명이 있음을 알리고, 결과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묘사는 단순히 재미난 장면이 아니라 순천만이 치열한 과정을 통해 보전되었다는 사실을 그린 것이다.

순천만 갈대숲 사이 뻘밭을 노니는 게. 작중에서 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순천만 갈대숲 사이 뻘밭을 노니는 게. 작중에서 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이런 연유로 <황금짱순이>는 단지 환경 보호를 외치는 만화가 아니라 순천만의 과거와 현재가 시사하는 바를 전달하는 만화로 볼 수 있다. 

Tip 웹툰 <황금짱순이>
장현필 글, 탁영호 그림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우수문화콘텐츠 지원사업 당선작. 2009년 12월 30일부터 네이버 웹툰에 주 2회씩 연재되어 2010년 3월 18일까지 22화로 완결을 맺었다.

주인공들이 누볐던 순천만 인근 돌아보기
‘순천만’ 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역시 S자 수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다. 하지만 <황금짱순이>를 읽고 나면 다른 장면들에도 눈이 가게 된다. 푸드덕거리며 갈대숲 사이를 오가는 철새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끊임없이 꼬물거리며 갯벌 위를 노니는 짱뚱어들은 이곳이 생명이 움직이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순천만 습지는 갈대숲과 갯벌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조성된 덕에 수월하게 돌아볼 수 있다. 습지 입구에서 일몰이 유명한 용산전망대까지의 도보 경로는 순천만 풍경을 샅샅이 감상할 수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 매력적이다. 목제 데크로 조성된 길을 따라 갈대군락지를 따라 걷다가 산길을 오르면 용산전망대에 닿게 된다. 

순천만 자연생태관 내부. 순천의 시조이기도 한 흑두루미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순천만 자연생태관 내부. 순천의 시조이기도 한 흑두루미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순천만 자연생태관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순천만 자연생태관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습지와 더불어 작중에서 곧잘 등장하는 섬인 ‘솔섬’까지 둘러본다. ‘똥섬’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순천만 안쪽에 자리한 작은 섬이다. <황금짱순이>의 마지막 화에서는 짱순이가 흑두루미를 타고 하늘 위에서 이곳을 바라본다. 

이 섬을 보기 위해서는 순천만 습지 동쪽으로 돌아 와온해변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사진 애호가 사이에서는 용산전망대와 더불어 와온해변 쪽의 솔섬도 중요 포인트로 꼽힌다. 이 섬은 한때 주막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한편으로는 갯벌로 작업 나간 이들의 화장실(?)로 쓰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와온해변에서 만나는 솔섬 풍경과 일몰은 장관을 이룬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와온해변에서 만나는 솔섬 풍경과 일몰은 장관을 이룬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꼬막정식 등 맛 좋고 푸짐한 메뉴를 선보이는 순천만 인근 식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꼬막정식 등 맛 좋고 푸짐한 메뉴를 선보이는 순천만 인근 식당.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황금짱순이>의 도입부에는 둑 같은 곳도 등장하는데 서쪽의 간척용 방조제 방향이다. 농경지와 함께 쭉 뻗어 있으며,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아니어서 조용히 걷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길이다.

이곳저곳 걸으며 둘러보다 보면 허기가 질 법도 한데, 전라도 음식이 대체로 그러하지만 특히 순천은 어딜 가도 밥이 대체로 맛있는 편이다. 관광지에 인접해 있는 음식점은 그저 그렇다는 편견과 달리 순천만 근처의 밥집들은 맛이 좋고, 양까지 푸짐해 만족스럽다.

Info 순천만습지 순천만자연생태관
주소
전남 순천시 순천만길 5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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