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미식 여행] 겨울철 별미 ‘멍텅구리’를 아십니까?
[미식 여행] 겨울철 별미 ‘멍텅구리’를 아십니까?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9.01.25 1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 삼척시 삼척항 위판장
정식명칭보다 별명이 더 유명한 삼척 뚝지
이름은 별로지만 맛은 최고
사진 / 노규엽 기자
동그란 눈과 입이 심통난 표정 같아 '심퉁이'라고 불리는 뚝지.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 주] 본 기사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www.fira.or.kr)에서 근무하는 수산자원 조사원들의 협조를 받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여행스케치=삼척] 추운 겨울이 오면 동해안에 희한한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등장한다. 정식 명칭은 ‘뚝지’이지만, ‘멍텅구리’ 또는 ‘심퉁이’라는 별명으로 더 흔하게 불리는 이 물고기는 왠지 억울하게 여겨지는 이름과는 달리 특별한 맛을 지닌 녀석이다.

‘심퉁’스러운 얼굴을 한 ‘멍텅구리’ 
뚝지는 몸체가 타원형이면서 풍선처럼 둥글게 부푼 모습이다. 거기에다가 꼬리 쪽으로 갈수록 급격히 가늘어지는 몸매 때문에 얼핏 약이 올라 몸을 부풀린 복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뚝지와 얼굴(?)을 마주하면 동그란 눈과 사람 입술처럼 생긴 퉁퉁 부은 큰 입이 영락없이 심통난 표정 같아서 ‘심퉁이’라 불린다. 

뚝지는 어리석고 맹한 사람을 일컫는 ‘멍텅구리’의 어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동작이 굼뜨고 느린데다가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아 ‘멍텅구리’로 불렸다는 것. 배에는 찰옥수수를 세로로 내려다보는 듯한 흡반(빨판)이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바위에 한 번 달라붙으면 사람이 다가가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단다. 이름이나 하는 행동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하는지 몰라도, 강원도에서는 겨울철 위판장을 채우는 수산물 중 하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겨울철엔 강원도 위판장을 흔하게 채우는 수산물 중 하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삼척항 위판장에 입항하는 어선. 사진 / 노규엽 기자

“뚝지는 동해에서 베링해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는 한대성 어종이에요. 수심 1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데, 산란기인 겨울이 되면 바위틈에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들어옵니다. 한 개체가 한 번 산란할 때 알을 6만 개 정도 낳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삼척항에서 도루묵과 오징어, 대게 등의 TAC 어종을 관리하는 김정우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수산자원조사원은 “뚝지는 추울 때만 잠깐 보이는 어종이라 인기가 많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뚝지는 보통 정치망 등의 그물에 혼획되어 뭍으로 올라오는데, 암수 구분도 없이 같은 고무대야에 담겨 위판을 치른다. 겉모습으로는 암수를 판단하기 어려운 어종이기 때문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뚝지는 퉁퉁한 몸체가 얼핏 복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뚝지는 몸 빛깔이 검거나 붉거나 노랗기도 하고 개체마다 무늬도 조금씩 다르지만 이런 차이가 성별과는 관계가 없어요. 암컷에게 알주머니가 있는 대신 수컷은 물주머니 같은 걸 지니고 있어서 배 상태를 보고 구별하기도 어렵죠. 흡반 크기로 성별 구분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조차 정확한 방법은 되지 못합니다.” 

이쯤 되면 이름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정말 ‘멍텅구리’ 같은, 재미있는 물고기가 아닐 수 없다.

이름은 별로지만 음식으로는 엄지 척~ 
뚝지는 오징어나 가자미, 아귀, 방어 등과 함께 겨울철 동해안에서 흔히 잡히는 어종이다. 위판장과 어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막상 음식으로 맛보려 하면 뚝지를 메뉴로 내어놓는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 김정우 수산자원조사원은 “정식 명칭이 뚝지이고 사람들도 뚝지라고 부르지만, 음식으로 찾을 때는 ‘도치’라는 이름을 찾아야 한다”며 “그마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 판매하는 식당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그래서 뚝지를 맛보려면 어시장을 방문하는 편이 낫다. 한편, 뚝지가 음식으로 인기가 적은 이유도 겉모습 탓인 듯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위판장과 어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식당에서는 보기 드물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뚝지를 먹는 방법 중 하나인 숙회는 쫄깃하고 담백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뚝지는 겉보기에는 어른 주먹보다 커서 먹을 게 많아 보이지만, 막상 내장과 알을 빼고 나면 거의 껍질만 남습니다. 껍질과 살을 뜨거운 물에 데쳐 숙회를 먹거나 암컷의 경우 알탕으로도 먹죠. 알찜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이처럼 크기에 비해 양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뚝지이지만, 입에 맞는 사람에게는 겨울철 별미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약간의 살점을 껍질과 함께 먹는 뚝지 숙회는 쫄깃하면서 기름기 없이 담백해 씹는 맛에 중독성이 있기 때문. 그리고 도루묵 알처럼 동글동글한 뚝지 알을 묵은지와 함께 알탕으로 끓여내면 양도 푸짐하면서 시원한 맛이 그만이다. 특히 추운 겨울과 너무나 잘 어울리니, 뚝지가 겨울에만 보이는 이유가 이것인가 싶다.

Tip 삼척항 주변 정보

삼척대게축제 
대게 하면 경북 영덕이나 울진이 먼저 떠오르지만, 최근 수 년 간 삼척에서도 대게가 많이 어획되며 축제가 시작되었다. 삼척항이나 임원항에서 조업한 대게와 홍게, 수입대게들을 구매할 수 있으며, 대게빵·대게튀김 등의 먹을거리와 삼척 특산 수산물을 활용한 요리들도 맛볼 수 있다.
축제시기 2월말

뚝지(도치) 알탕 
뚝지 알탕은 강원도 향토 음식으로 먹어왔던 겨울철 별미이다. 신김치와 뚝지 살을 넣고 국을 끓이다가 알을 첨가해 한 번 더 끓여내는 알탕은 알이 씹히는 맛과 시원한 국물의 조화가 끝내준다. 뚝지 알에는 필수아미노산과 무기질이 많아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뚝지는 알탕으로 먹기도 하는데, 알이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삼척 동굴신비관 
2002년 개최되었던 삼척세계동굴엑스포에서 주행사장이었던 곳으로, 종유석ㆍ석회순 등을 실감나게 재현해 놓았다. 1,2층에서는 세계유명동굴과 동굴의 과거ㆍ현재ㆍ미래, 박쥐의 생태 등 동굴과 관한 자료들을 둘러볼 수 있고, 3,4층에서는 영상을 통해 동굴을 체험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삼척 동굴신비관. 사진 / 노규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