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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강진 백운동 원림, 정약용도 잊지 못해 노래한 '백운동 12경'
강진 백운동 원림, 정약용도 잊지 못해 노래한 '백운동 12경'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9.01.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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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다산 정약용 '백운첩' 발견으로 조명 집중
12대에 걸친, 유서 깊은 생활공간으로 11대 동주 이승현 씨 거주
문화재청,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
다산 정약용이 백운동 원림의 경치에 반해 '백운첩'을 만들어 원주이씨 4대 동주인 이덕휘에게 선물했다. 사진은 백운동 원림의 가을 풍경. 사진 제공 / 이재연
다산 정약용이 백운동 원림의 경치에 반해 '백운첩'을 만들어 원주이씨 4대 동주인 이덕휘에게 선물했다. 사진은 백운동 원림의 가을 풍경. 사진 제공 / 이재연

[여행스케치=강진] 임진년(1812) 9월 12일, 다산 정약용은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에서 하산을 하다 하룻밤을 보낸 백운동의 경치를 잊지 못했다. 다산은 <백운첩> 발문에서 백운동 정원의 경치를 두고 “남은 미련이 오래 가시지 않기에 승려 의순을 시켜서 ‘백운도’를 그리게 하고, 12승사의 시를 지어서 주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강진 백운동 원림은 지난 2001년 다산 정약용의 <백운첩>이 발견되면서 ‘백운암’이란 사찰터에서 조선의 정원을 대표하는 명승지로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7일에는 문화재청이 ‘강진 백운동 원림’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월출산 옥판봉 자락의 명당에 위치한, 백운동 원림
전라남도 월출산 옥판봉 아래 위치한 백운동 원림은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인상적이다. 두 사람이 걸으면 좋을 정도의 작은 길에는 그늘이 되어주는 동백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다산 정약용은 이 길을 ‘제2경 산다경(山茶徑)’이라 불렀다.

백운동 원림 제12경 정선대에서 다산 정약용이 바라보았다는 월출산의 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백운동 원림 제12경 정선대에서 다산 정약용이 바라보았다는 월출산의 비경. 사진 / 조용식 기자
백운동 원림으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그늘이 되어주는 동백나무 숲길인 제2경 '산다경'을 만나게 된다. 사진 제공 / 이재연
백운동 원림으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그늘이 되어주는 동백나무 숲길인 제2경 '산다경'을 만나게 된다. 사진 제공 / 이재연
다산 정약용이 초의선사에게 그리게 한 '백운동도'. 안내판에는 사진과 함께 12경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다산 정약용이 초의선사에게 그리게 한 '백운동도'. 안내판에는 사진과 함께 12경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폭포 아래로 물이 흐르는 데, 바로 제4경 홍옥폭(紅玉瀑)이다. 이재연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학예연구사는 “예전에는 물이 많이 흐르고 경치도 좋아 많은 사람이 와서 즐겼던 곳”이라며 “아쉽게도 지금은 건천이 되어 폭포다운 경치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동백나무 숲길이 끝나 다리를 건너가는 지점에 ‘백운동(白雲洞)’이란 글자가 암각화 되어 있는 바위가 있다. 백운동이란 세 글자는 백운동 원림을 가꾸며 거주했던 원주 이씨 이담로 선생이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12대에 걸쳐 유서 깊은 생활공간으로 이어지고 있는 백운동 정원은 원주이씨 병사공파의 종가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에는 11대 동주 이승현 씨가 거주하고 있다. 

계곡을 건널 수 있게 놓여진 다리를 건너면 제6경 창하벽(蒼霞壁)과 제10경 풍단(楓壇)을 만나게 된다. ‘붉은색의 글자가 있는 푸른빛 절벽’이란 뜻의 창하벽에는 오랜 세월을 품은 이끼만이 자리하고, 붉은색의 글자는 흔적이 없다. ‘단풍나무가 심어진 단’의 풍단은 백운동 원림 곳곳에 펼쳐져 있지만, 초의선사는 ‘백운동도’에서 담장 옆으로 단풍나무의 모습을 그려놓았다. 

아홉 굽이 물길에 잔을 띄워 풍류를 즐기다 
백운동 원림으로 들어서는 정문 옆으로 밖에서 안으로 흐르는 수로를 만나는데, 바로 제5경 유상곡수(流觴曲水)이다. ‘잔을 띄워 보낼 수 있는 아홉 굽이의 작은 물길’의 유상곡수는 조선시대의 풍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홉 굽이 물길에 잔을 띄워 풍류를 즐겼다는 '제5경 유상곡수'. 사진 / 조용식 기자
아홉 굽이 물길에 잔을 띄워 풍류를 즐겼다는 '제5경 유상곡수'. 사진 / 조용식 기자
백운동 원림의 본체인 백운유거. 사진 / 조용식 기자
백운동 원림의 본체인 백운유거. 사진 / 조용식 기자
어린 시절 백운동 원림의 모습을 설명하는 이승현 11대 동주. 사진 / 조용식 기자
어린 시절 백운동 원림의 모습을 설명하는 이승현 11대 동주. 사진 / 조용식 기자
담장 옆으로 100여 그루의 매화가 있었다는 '제3경 백매오'와 담장 너머로는 제12경 정선대를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이재연
담장 옆으로 100여 그루의 매화가 있었다는 '제3경 백매오'와 담장 너머로는 제12경 정선대를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 이재연
제12경 정선대 아래로 사찰에서 많이 자생하는 꽃무릇이 활짝 피어 있다. 사진 제공 / 이재연
제12경 정선대 아래로 사찰에서 많이 자생하는 꽃무릇이 활짝 피어 있다. 사진 제공 / 이재연

이재연 학예연구사는 “발굴조사 과정에서 계곡에서 들어오는 입수구에서 안쪽의 상하연지로 물이 돌아나가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 민가정원에서는 보기 드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산이 말한 제9경 취미선방(翠微禪房:산허리에 있는 꾸미 없고 고즈넉한 작은 방) 바로 앞에는 ‘모란이 심어져 있는 돌계단의 화단’을 노래한 제8경 모란체가 봄을 기다리고 있다. ‘부귀, 영화’라는 꽃말의 모란은 꽃이 화려하고 풍염(豊艶)하여 위엄과 품위를 갖추고 있는 꽃이다. 

취미선방에서 만난 이승현 씨는 어릴 적 향수를 기억하며 “백운동 윈림은 빨간 애기단풍이 많아서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최근에는 잎파리가 다 떨어지고 감이 달려 있는 풍경과 겨울철 설경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뜀한다. 

제3경 백매오(百梅塢)에서 ‘백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는 언덕’을 노래했지만, 지금은 담장 아래와 취미선방 아래쪽 담장 밑에 수백년 된 고매 두 그루만 남아있다. 담장 가운데로 난 쪽문을 나서면 신선조차 길을 멈춰 머물렀다는 제9경 정선대(停仙臺)가 보인다. 이곳에서는 멀리 월출산 옥판봉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다산 정약용은 정선대에서 담장 너머의 단풍과 내려다보이는 백운동 원림을 노래하고, 멀리 옥판봉을 올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왕대나무 숲을 돌아 백운동 원림 둘레길까지 
백운동 원림의 왼쪽 담장 밖으로 1만 그루의 왕대나무 숲이 보인다. 제12경 운당원(篔簹園)으로 ‘늠름하게 하늘로 솟은 왕대나무 숲’을 말한다. 왕대나무 숲으로 길을 조성해 놓았으며, 이 길은 따라가면 무수한 나무들로 그늘이 되는 백운동 원림의 계곡과 용 비늘처럼 생긴 붉은 소나무가 있는 언덕인 ‘제7경 정유강(貞蕤岡)’을 만날 수 있다. 

담장 밖으로 제6경 창하벽과 제10경 풍단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담장 밖으로 제6경 창하벽과 제10경 풍단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새롭게 조성된 백운동 원림 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는 강진 설록다원. 멀리 월출산의 비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새롭게 조성된 백운동 원림 둘레길에서 만날 수 있는 강진 설록다원. 멀리 월출산의 비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하늘에서 바라본 백운동 원림의 풍경. 사진 제공 / 강진군청
하늘에서 바라본 백운동 원림의 풍경. 사진 제공 / 강진군청

백운동 원림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양지바른 곳에는 이담로의 묘가 있다. 이담로 묘를 옆으로 백운동 원림을 복원하면서 새롭게 조성한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월출산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둘레길 옆으로 월출산 설록다원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설록다원을 따라 올라가면 백운동 원림 주차장이 보이고, 주차장 옆으로 조성된 둘레길을 걸어가면, 백운동 원림 입구로 이어지게 조성 중에 있다. 이재연 학예연구사는 “오는 3~4월이면 둘레길이 조성될 것”이라며 “백운동 원림을 주변으로 무위사, 이한영 생가, 월남사지, 달빛한옥마을로 이어지는 강진 월출산 달빛길도 걸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 월출산 달빛길은 총 5km로 약 1시간 15분 소요되며, 일제강점기에 최초로 ‘백운옥판차’라는 차를 판매한 이한영 생가에서 담소를 나누며, 우리 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다. 

백운동 원림은 다산 정약용의 <백운첩>, 청자 출토, ‘백운암’이라는 불교 문화의 터전, 이한영의 차 문화까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재연 연구사의 말처럼 백운동 원림은 ‘강진의 역사·문화·자원이 집약된 곳’이다. 꽃피는 봄에는 백운동 원림을 돌아보며 ‘명승’의 아름다움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Info 백운첩
다산 정약용이 백운동 원림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보았던 12곳의 아름다운 경승을 시로 지었으며, 승려 의순(초의선사)이 그린 ‘백운동도’와 ‘다산도’가 그려진 <백운첩>을 4대 동주인 이덕휘에게 선물했다.

Info 백운동 원림
월출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민간 별서 원림으로 이담로에 의해 조성됐다. 다산 정약용의 <백운첩>에 실린 정약용의 <백운동12승정>시와 초의선사의 <백운동도> 등 원림 조성에 관한 고문헌고 수 많은 선비와 문인들이 경승을 예찬한 고시와 고서화 등이 전해져오는 역사문화명승지이다.
주소 전남 강진 성전면 월하리 546번지 일원


백운동 원림 주변 여행지

무위사

천년 사찰인 무위사의 극락보전. 사진 / 조용식 기자
천년 사찰인 무위사의 극락보전. 사진 / 조용식 기자

천년을 지켜온 불교 미술의 백미, 무위사. 1430년에 지어진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을 비록해서 아미타여래삼존좌상(보물 1312호), 아미타여래삼존벽화(국보 제313호), 선각대사탑비(보물 제507호), 극락전백의관음도(보물 제1314호), 극락전내벽사면벽화(보물 제1315호) 등이 천년을 넘게 자리하고 있다.
주소 전남 강진 성전면 무위사로 308

이한영 생가

'백운옥판차'라는 브랜드로 차를 판매한 이한영의 생가. 사진 / 조용식 기자
'백운옥판차'라는 브랜드로 차를 판매한 이한영의 생가. 사진 / 조용식 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녹차상표인 ‘백운옥판차’를 선보인 이한영은 다산 정약용 선생과 초의선사로부터 시작되는 우리나라 차 역사의 맥을 이어온 다인이다. 2010년 강진군이 이한영 선생의 생가를 복원했으며, 바로 옆에는 그의 후손인 이현정 이한영전통차문화원 원장이 운영하는 ‘월출산 다향산방’에서 직접 제다한 녹차를 맛볼 수 있다.
주소 전남 강진 성전면 백운로 107

월남사지

월남사지 삼층석탑은 현재 보수 중에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월남사지 삼층석탑은 현재 보수 중에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이한영 생가 바로 옆에 위치한 월남사지는 월출산 정상과 양자암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평지에 위치해 있다. 백제계 양식의 삼층석탑(보물 298호)과 진각국사비(보물 313호) 등 2점이 남아 있으며, 현재 삼층석탑은 보수 정비 중이다. 월남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 진각국사 혜심이 월남사를 창건했다는 기록이 전할 뿐, 절이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주소 전남 강진 성전면 월남1길 100-1

강진 달빛한옥마을

다양한 모습으로 개성을 살린 달빛한옥마을의 전망대에서는 월출산의 아름다운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다양한 모습으로 개성을 살린 달빛한옥마을의 전망대에서는 월출산의 아름다운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주인장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지어진 강진 달빛한옥마을은 월출산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만점. ‘푸소(FUSO) 체험의 집’이란 간판이 달린 곳에서는 숙박과 3식, 체험을 할 수 있다. 가격은 1인당 5만원(4인 이상 신청 가능)이며, 일반 민박은 3인 기준 10만원이다.
주소 전남 강진 성전면 달빛한옥길 2 달빛한옥마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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