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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여행 레시피] 트롤리버스 타고 순천 여행, 버스 차창을 넘나드는 순천 도심의 봄
[여행 레시피] 트롤리버스 타고 순천 여행, 버스 차창을 넘나드는 순천 도심의 봄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9.04.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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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도심을 도는 트롤리버스 타고 다니는 순천여행
당일에 한해 회수 제한 없이 승하차 가능, 표 보관에 유의해야...
봄꽃 피는 계절, 순천만 정원에서 만끽하는 꽃향기
순천시에는 '자연생태코스'와 '도심순환코스'로 운행되는 두 종류의 시티투어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순천시에는 '자연생태코스'와 '도심순환코스'로 운행되는 두 종류의 시티투어가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순천시엔 ‘자연생태코스’와 ‘도심순환코스’로 운행되는 두 종류의 시티투어가 있다. 입장료가 포함된 자연생태코스는 선암사(1만3500원)와 송광사(1만4000원) 등으로 나뉘고, 도심순환코스 즉 트롤리버스는 순천역과 버스터미널을 출발해 연향동 패션의 거리~드라마촬영장~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웃장~문화의 거리 등 순천 도심을 중심으로 하루 9회 순환 운행한다.”

순천 트롤리 버스표(5000원)는 차 안에서 직접 끊는다. 입장료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승차권 소지자에 한해 20%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당일에 한해 횟수 제한 없이 승하차가 가능하다. 따라서 일정이 모두 끝날 때까지 버스표는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단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며, 월요일과 신정, 추석, 설연휴엔 운행하지 않는다. 흔히 ‘뚜벅이족’들에게 시티투어버스만큼 편하고 경제적인 여행은 없다. 길어진 낮 덕분에 전 구간 두루두루 알찬 여행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체력 부담이 크므로 취향에 맞게 적절한 일정을 선택하는 게 좋다.

순천 트롤리 버스표는 차 안에서 직접 끊는다. 당일에 한해 횟수 제한 없이 승하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일정이 끈날 때까지 표를 보관해야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순천 트롤리 버스표는 차 안에서 직접 끊는다. 당일에 한해 횟수 제한 없이 승하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일정이 끝날 때까지 표를 보관해야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순천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은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순천역을 출발한 트롤리버스는 언젠가, 한 번쯤 봤을 법한 유럽풍이다.

‘잡초 속에서 튀어나온 이정비’ 대신 빼곡하게 늘어선 건물 사이사이를 지나 덜컹덜컹 낭만 운행을 시작한다. 버스에 탄 승객은 모두 여자다. “어디에서 왔어요?” “여수에 갔다가 어제 순천으로 넘어왔어요.” “나처럼 운전 못하는 사람한텐 딱 좋아요.” 마치 장날 버스에서 만난 시골 아낙처럼 스스럼없다. 순천여행을 공유하고 타 지역의 알짜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곳 오픈 세트장에선 드라마 '사랑과 야망'부터 영화 '허삼관'까지 다양한 작품을 촬영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드라마 '사랑과 야망'부터 영화 '허삼관'까지 다양한 작품을 촬영을 한 드라마 촬영장.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누군가에겐 향수가 되고, 다른 이에게는 신기한 풍경이 되는 곳.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누군가에겐 향수가 되고, 다른 이에게는 신기한 풍경이 되는 곳.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드라마촬영장
드라마촬영장에 내린 손님은 나 혼자 뿐이다. 버스에 남은 이들은 어디로 갈 생각일까? 붉은 버스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황망히 사라진다. 터벅터벅 매표소로 향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 오픈 세트장에선 드라마 <사랑과 야망> <자이언트> <빛과 그림자> <제빵왕 김탁구>, 영화 <그 해 여름> <님은 먼 곳에> <허삼관> 등을 촬영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시대별로 지어진 마을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향수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신기한 풍경이 된다. 대포집과 음악실, 철공소와 빵집을 차례로 지난다. 세트라는 걸 알면서도 혹여 먹을 수 있는 건 아닐까, 빵 앞에서 혹은 빈 병과 기울어진 그릇 앞에서 괜스레 서성인다.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 세트장으로 사진 속 장소는 옛 서울의 달동네를 표현한 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 세트장으로 사진 속 장소는 옛 서울의 달동네를 표현한 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등용문을 지나 언덕으로 올라선다. 그 옛날 서울 봉천동 일부를 그대로 옮긴 달동네다. 상자처럼 조각조각 맞닿은 집들과 그 너머 마천루처럼 늘어선 고층 건물의 어긋난 조화에 잠시 머리가 아찔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집인데도 누군가 살까 하여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여다본다.

텅 빈 공간은 이사를 떠나 버려진 동네인 양 공허하고 쓸쓸하다. 마을 가장 끝 작은 교회에 한 남자가 섰다. 줄을 당겨 종을 울린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녹슨 종에선 뎅그렁, 맑은소리가 퍼져 나갔다. 드라마촬영장은 현실 같기도 하고 먼 곳에 두고 온 과거의 기억 같기도 한 곳이다.

순천만정원 동문 일대에서 펼쳐지는 퍼레이드. 5월 6일까진 ‘봄꽃 향연’ 축제가 펼쳐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순천만정원 동문 일대에서 펼쳐지는 퍼레이드. 5월 6일까진 ‘봄꽃 향연’ 축제가 펼쳐진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봄꽃 향연 펼쳐지는 순천만정원
순천만정원과 순천만습지는 도심순환코스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이다. 아무리 짧아도 각각 2시간쯤은 걸려서 두 곳 중 하나를 포기해야 일정상 여유가 있다. 요즘처럼 꽃이 피는 계절엔 당연히 순천만정원이 낫다. 5월 6일까진 뮤직 서바이벌, 코미디 서커스 쇼, 꼬꼬마 DJ 파티 등이 더해진 ‘봄꽃 향연’ 축제가 펼쳐진다. 벚꽃과 튤립이 지고 나면 철쭉과 유채와 작약이 5월의 정원을 장식한다.

볕이 쏟아진 길목마다 화사한 꽃들이 탱글탱글, 상큼한 바람이 불 때마다 향긋한 꽃냄새가 달콤달콤, 폭발하듯 가득하다. 14만여 점의 그림으로 꾸며진 ‘꿈의 다리’를 건너면 서문지구다. 트롤리버스는 동문에만 정차하므로 적절한 시간 분배를 위해선 동문지구에 머무는 게 낫다.

요즘처럼 꽃이 피는 계절엔 순천만 정원으로 가보자. 다양한 쇼와 파티가 눈을 즐겁게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요즘처럼 꽃이 피는 계절엔 순천만 정원에 가보자. 다양한 쇼와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동문 입구에서 왼쪽은 꿈틀정원, 태국정원, 일본정원, 영국정원, 스페인정원이고 오른쪽은 장미정원, 네덜란드정원, 중국정원, 한방체험센터다. 왼쪽과 오른쪽이 만나는 곳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있다. 봄에는 샛노란 유채가 장관이지만 가을엔 이 일대에 분홍색 핑크뮬리와 코스모스가 만발한다.

걷기가 힘들다면 관람차(3000원)에 앉아 정원 일대를 돌아볼 수도 있다. 2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걸어서 보는 길과 앉아서 보는 길은 다르다. 과감히 서문 일대의 철쭉정원에 올라도 좋고,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만문학관에 다녀와도 좋다.

푸짐한 살코기에 순대 서비스 인심까지 넉넉한 웃장 돼지국밥. 국물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푸짐한 살코기에 순대 서비스 인심까지 넉넉한 웃장 돼지국밥. 국물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웃장에선 국밥을, 문화의 거리에선 휴식을
5와 10으로 끝나는 날에 오일장이 서는 순천 웃장은 무엇보다 국밥을 먹으려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순천 돼지국밥은 국물 맛이 담백해 인기가 높다. 푸짐한 살코기에 순대 서비스까지 두둑해 한 그릇 먹고 나면 아픈 다리에 힘이 솟는다. 좁은 골목을 마주하고 고만고만한 국밥집들이 나란히 붙었다.

문 앞마다 뽀얀 육수가 팔팔 끓고 있었다. 솥뚜껑을 열고 닫을 때마다 뿌옇고 하얀 김이 마법처럼 솟았다 가라앉았다. 저절로 꿀꺽, 침이 넘어간다. 뜨거운 육수에 넉넉한 콩나물, 대파와 버섯까지 더해져 국물 맛이 개운하다. 후루룩, 하아,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문화의 거리는 늦가을 샛노란 은행나무로 인기가 높다. 매년 푸드아트페스티벌이 열리고, 수시로 오픈마켓도 열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문화의 거리는 늦가을 샛노란 은행나무로 인기가 높다. 매년 푸드아트페스티벌이 열리고, 수시로 오픈마켓도 열린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기저기 맛있는 식당과 예쁜 카페 들이 즐비해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기저기 맛있는 식당과 예쁜 카페 들이 즐비해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10년 전쯤 지역 예술인들이 모여 문화 공간으로 거듭난 문화의 거리는 맛있는 식당과 예쁜 카페, 아기자기한 공방과 갤러리가 즐비해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문화의 거리는 순천부읍성이 있던 곳으로 지금도 700년 된 골목 흔적이 빛바랜 역사서처럼 남았다. 웃장에서 국밥을 먹고 문화의 거리와 순천향교, 옥리단길을 걸으며, 혹은 커피를 마시고, 사진과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딱 좋은 곳. 웃장과 문화의 거리는 고작 1km여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도 무방하다.

국밥이 내키지 않는다면 순천만습지를 코스에 넣어도 좋다. 여느 단체관광처럼 “몇 시까지 여기로 오세요. 이 깃발을 따라오세요!” 채근하는 이도 없고, 우르르 몰려다닐 필요도 없다. 순천 트롤리 시티투어는 시간과 코스에 제약이 없다.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결정한다. 버스를 타고내릴 때마다 가방 가득 차곡차곡 추억을 담는 낭만 자유여행이다. 

원데이 순천 여행 레시피
① 순천역 앞에서 트롤리버스를 탄다. 승차권은 버스 안에서 끊는다. 출발 20분 후쯤 드라마촬영장에 닿는다. 달동네까지 다 돌아보려면 1시간쯤 걸린다.

② 20분 거리의 순천만국가정원 동문에서 내린다. 최소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정원 안에 식당과 카페가 있다. 식수와 간식을 미리 챙긴다.

③ 10분 거리의 웃장에 도착해 국밥을 먹는다. 다음 목적지인 문화의 거리는 걸어서도 금방이다. 3번 코스를 뺄 경우 순천만습지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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