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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전시] 주류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다가서다...'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시
[전시] 주류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다가서다...'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시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4.11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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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작가 아스거 욘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오는 4월 12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려
아거스 욘이 '구겐하임 어워드' 담당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원본의 카피본. 사진 / 김세원 기자
아스거 욘이 '구겐하임 어워드' 담당자에게 보낸 텔레그램 원본의 카피본.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1964년 '구겐하임 어워드'에서 상을 받게 된 작가 '아스거 욘'은 상을 거절하며 담당자에게 텔레그램을 보냈다. “이 상금 가지고 너는 지옥에나 가라 나는 상을 받지 않겠다.” 지금 들어도 상당히 직설적인 그의 표현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떤 미술관도 어떤 제도도 나의 예술의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 내 예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이는 오직 관객 뿐이다." 예술은 대중을 향해야 하는것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던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시를 4월 12일부터 9월 8일까지 MMCA서울 5전시실과 서울박스에서 열린다. 

덴마크의 대표작가 아스거 욘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4월 12일부터 열린다. 사진은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의 포스터.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덴마크의 대표작가 아스거 욘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 4월 12일부터 열린다. 사진은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의 포스터.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는 1950~70년대‘코브라(CoBrA)’,‘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 등 사회 참여적 예술운동을 주도했던 덴마크의 대표작가 아스거 욘(1914-1973)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이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인전을 여는 만큼 그는 우리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전시회장에 들어서는 순간 머릿속에 뜨는 생각은 “재밌다!” 

그의 작품은 그가 주목받았던 회화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특히 출판물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련된 멋이 느껴진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그의 작품은 그가 주목받았던 회화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특히 출판물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련된 멋이 느껴진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그의 작품은 회화에 국한되어있지 않다. 조각을 시작으로 드로잉 출판물, 직조까지 약 90여 점의 다양한 전시물들이 관객을 반기며 전시에 재미를 더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7년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등 여러 전시에 이어 2018년 《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에 이르기까지 서구 주류미술사 편중에서 벗어나 현대미술을 좀 더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전시를 국내에 소개하는 데 힘써왔다.

전시명 ‘대안적 언어’는 서유럽 중심 미술사에서 벗어난 대안적 미술사 쓰기를 제안한다는 의미다. 작가가 일생 동안 ‘대안적 언어’로서 추구한 예술적 실험, 정치적 참여 그리고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는 주류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회화로만 주목받았던 아스거 욘의 전시에 차별화를 주었다. 

'대안적 언어-아스거'전은 전시품 뿐 아니라 전시품을 전시해 둔 공간 자체도 매력적이다. 세워진 책을 연상시키는 전시공간. 사진 / 김세원 기자
'대안적 언어-아스거'전은 전시품 뿐 아니라 전시품을 전시해 둔 공간 자체도 매력적이다. 세워진 책을 연상시키는 전시공간. 사진 / 김세원 기자
자신의 예술에 대한 판단은 관객만이 할 수 있다고 말하던 욘의 말이 전시장에서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자신의 예술에 대한 판단은 관객만이 할 수 있다고 말하던 욘의 말이 전시장에서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아스거 욘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지향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화가”라며 “엘리트 주의의 미술에서 동떨어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대중도 이미지를 기반으로 직관적 해석을 할 수 있는 미술을 추구한 작가”라고 설명하며 그의 개인전을 추진한 이유를 밝혔다. 

전시는 ‘실험정신, 새로운 물질과 형태’, ‘정치적 헌신, 구조에 대한 도전’, ‘대안적 세계관, 북유럽 전통’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첫 번째 주제에서는 고전적 미술 언어의 틀을 깨는 아스거 욘의 초기 작업(1930~40년대)을 살펴본다. 박 학예연구사는 “아스거 욘이라는 작가가 끊임없이 매체에 대한 실험을 계속 했다.”며 “그는 창조란 천재 작가 한 명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가져오거나, 끊임없는 배움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말 그대로 예술에 대한 실험을 지속해서 해나갔다. 시멘트 직조 등을 가지고 표현한 작품이 그 결과. 

두 번째 주제에서는 아스거 욘의 사회적,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는 그룹 활동‘코브라(CoBrA)’,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 SI)’ 등을 소개한다. 1948년 결성된 코브라는 코펜하겐, 브뤼셀, 암스테르담의 앞 글자에서 따온 명칭으로, 여기서 욘은 공동체 활동과 연대, 창의성에 바탕을 둔 대안적 문화를 실험하고자 했다. 1957년 결성된 SI는 예술의 상품화를 지양하고 소비 자본주의를 비판했으며 예술적 창의력을 일상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했다. 

세 번째 주제에서는 북유럽 전통으로부터 대안적 이미지를 탐구한 아스거 욘의 연구를 살펴본다. 욘은 SI를 떠나 1961년 스칸디나비아 비교 반달리즘 연구소(the Scandinavian Institute for Comparative Vandalism, SICV)을 설립했다. SICV는 스칸디나비아 중세 예술 연구를 통해 북유럽 문화가 예술의 역사를 새롭게 조망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삼면축구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체험으로 아스거 욘이라는 작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삼면축구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체험으로 아스거 욘이라는 작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한편 이번 전시에는 관객 참여형 작품  <삼면축구>를 선보인다. <삼면축구>는 아스거 욘이 고안한 경기 방식으로,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하여 실점을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골 득실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일대일의 경기와 달리, <삼면축구>는 세 팀의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뤄야 승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아스거 욘이 냉전시대 미·소 양국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예술을 통해 찾고자 한 대안적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삼면축구>를 설명하며, “관람객들이 수동적으로 전시를 보고, 작품 아래 적힌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이 쉬고, 움직이고,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 다양한 연령층들이 게임을 해보면서 아스거 욘이라는 작가에 대해 체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며 설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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