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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트레킹 여행] 대나무의 미학과 함께 걷는다, 죽도 트레킹
[트레킹 여행] 대나무의 미학과 함께 걷는다, 죽도 트레킹
  • 김태우
  • 승인 2016.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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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으로부터 정상부까지 나있는 365개의 나선형 계단
대나무 물결이 넘실거리는 죽도의 산책로
울릉도 동북쪽 관음도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뷰포인트
사진 / 김태우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죽도는 천혜의 비경이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다. 사진 / 김태우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울릉도] 사시사철 푸른 사군자 중 하나인 대나무는 예로부터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대나무의 미학을 온전히 품고 있는 섬 죽도를 걷다 보면 마음 한 뼘이 자라난 것을 느낄 수 있다.

맞다. 사람들은 울릉도를 말할 때 절경이라고 말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이 있을까 싶은 울릉도에 또 하나의 비경이 있다. 365개의 나선형 계단이 있는 ‘죽도’다.

울릉도 옆 작은 섬, 죽도는 말 그대로 대나무의 섬이다. 올곧은 대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이 섬은 도동항에서 약 7km, 저동항에서 약 4km에 위치하며 울릉도 북동 방향에서는 채 2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사진 / 김태우
죽도라는 이름처럼 섬은 온통 대나무의 물결로 넘실거린다. 사진 / 김태우
사진 / 김태우
대나무가 만들어낸 터널. 사진 / 김태우

Info
죽도는 1993년부터 관광개발사업이 착수되어 약 4km의 산책로 정비 사업을 했고 전망대, 피크닉장, 헬기장, 낚시터, 야영장 등의 편의시설도 설치했다.
죽도에는 수도시설이 없어 식수는 울릉도에서 가져오고 일반 용수는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곳인 만큼 개인이 마셔야 할 물은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선착장으로부터 정상부까지 나있는 나선형 계단은 꼭 365개다. 마치 1년의 하루씩, 한 계단을 밟으며 살아가라는 뜻일까.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며 죽도의 절벽을 장식하고 있는 유채의 푸름을, 그 화사함을, 삐죽빼죽 드러난 암벽의 자연미를 음미하며 천천히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걸어본다. 

죽도라는 이름처럼, 죽도의 산책로는 대나무 물결로 넘실거린다. 365개의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라보는 대숲은 영원할 것만 같은 대나무 터널을 지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대나무와 함께 걷는다
죽도의 트래킹은 대나무의 미학을 실천한다. 대나무는 싹을 틔우는 데만 5년이 걸린다. 4년 동안 대나무의 싹은 땅 속에서 힘을 축적하는 셈이다. 그 다음해, 대나무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 속이 비어 있고 마디가 있어 길고 높게 뻗어나간다. 

죽도의 산책로는 우리가 잠시 힘을 비축할 수 있도록 울릉도 방향으로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평상이 곳곳에 놓여 있다. 한가로이 앉아 바다를 바라보거나 너른 처지를 바라봄으로써 더 높이 뻗을 수 있도록, 더 크게 자랄 수 있도록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도록 우리를 기다려주는 셈이다.

검푸른 바다와 관음도가 만들어내는 수려한 경관
조금 더 걷다 보면 전망대가 보인다. 죽도에는 두 개의 전망대가 있다. 동쪽 전망대는 깊고 푸른 동해를 바라볼 수 있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이곳 전망대는 울릉도 동북쪽인 관음도를 바라볼 수 있어 죽도 최고의 뷰포인트라 할 수 있다. 

관음도는 죽도에서 실제 직선거리가 1.7km 정도로 매우 가깝다. 깍새섬이라고도 불리는 관음도는 무인도로 울릉도 3대 절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12년에는 울릉도 섬목 관선 터널 부근에 연도교가 만들어져 다리를 건너 다녀올 수 있다.

사진 / 김태우
죽도에 접안하는 배는 죽도를 중심으로 도동과 저동을 오가므로 계획을 세운다면 도동 8시 출발을 기준으로 하면 된다. 사진 / 김태우
사진 / 김태우
죽도의 설치된 조형물들은 관리가 되지 않아 초목에 둘러싸여 흉물스럽게 변해 있다. 이 또한 자연의 풍경이 되어가는 과정인걸까. 사진 / 김태우

전망대에서 보이는 울릉도와 관음도 사이에 우뚝 솟은 바위는 삼선암이다. 사람이 오를 수 없는 곳이지만 울릉 일주 도로를 이용해 천부에서 관음도 방향으로 가다 보면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명소다. 관음도를 바라보던 시선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마을이 하나 보인다. 조선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활동을 하신 위인 안용복의 기념관이 있는 곳이다. 

전망대를 내려와 이어지는 산책로를 계속해서 걷는다. 또 다시 등장하는 대나무 터널을 지나 기념 정원에 들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의자에 앉아 목마름을 해소하며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과 함께 몸을 땅 속에 묻고 대나무 피리를 불고 있는 사나이의 음률에 취해본다. 

‘바람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곳은 발걸음을 들여놓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너른 평상에 잠시 몸을 눕혀 보았다. 쏴―쏴― 댓잎들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와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니 어느 새 마음이 바람의 일부가 된 것 마냥 마음이 두둥실 떠오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람이 헤집어 놓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세를 바로하고 앉으니 그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넓게 펼쳐진 유채꽃밭과 뒤로 보이는 울릉도의 비경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대나무처럼 속을 비워내기 위해 떠난 죽도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이쯤되면 배 시간이 야속해지기만 한다. 빼어난 경치를 앞에 두고 허락된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탓이다. 돌아서다가도 다시금 뒤돌아 힐끔거리게 만든다.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조각을 그곳에 떼어놓고 온 것만 같다. 

사진 / 김태우
365개의 나선형 계단이 있는 '죽도'는 울릉도에 있는 또 하나의 비경이다. 사진 / 김태우
사진 / 김태우
죽도의 들판에는 온통 샛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초록의 대나무들과의 대비가 아름답다. 사진 / 김태우
사진 / 김태우
곱게 파인 밭고랑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사진 / 김태우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
초록빛이 가득한 길을 걷다 보면 잡초가 무성한 야영장과 초목에 둘러싸여 흉물스럽게 변한 조형물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우리는 간혹 관광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공적인 조형물보다 자연 그 자체로도 더없이 아름답다는 것을 잠시 잊고 산다.

내게는 오히려 곱게 파인 밭고랑이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밭을 갈고 계신 어르신은 인사를 건네도 듣지 못하고 바쁘게 손을 움직이신다. 

다시 선착장이 보인다. 죽도를 빠져나가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내가 타고 가야 할 배가 들어오고 있다. 대나무가 자라듯 죽도를 걸으며 나의 삶 한 마디가 자라난 것 같은 기분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Tip
죽도에 접안을 하는 배는 오전 8시 도동에서 출발하며 같은 배가 저동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죽도를 중심으로 도동과 저동을 오가는 것이므로 죽도 관광을 위해 계획을 세운다면 도동 8시 출발을 기준으로 하면 되며 선박 이용료는 1만5000원이다. 이외 비정기적으로 운항이 되므로 계획 수립 시 반드시 사전 확인을 해야 한다.
울릉도저동여객선터미널 054-791-9330, 0701 도동 관광안내소 054-790-6454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7월호 [국내 이색 트레킹]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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