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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올 여름 여행, 어떻게 할까? 아이와의 추천 여행지!
올 여름 여행, 어떻게 할까? 아이와의 추천 여행지!
  • 이동미 여행작가
  • 승인 2016.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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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글씨에 담긴 비밀을 찾아서
둘. 용유도 왕산 해변 캠핑
셋. 기차의 변신은 무죄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동미 여행작가의 여름 추천 여행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추사고책 & 추사 기념관
충남 예산에 자리한 추사고택과 추사 전시관을 방문해보자.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 추사체를 완성한 사람이다. 6살에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였다는 일화로부터 시작해 24살에 청나라 연경을 방문해 중국 제일의 금석학자 옹방강(翁方綱)과 완원(阮元)을 만나 교류하며 깊이를 더했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추사 김정희를 만나라는 것이 아니다. 

글씨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해서다. 글씨를 잘 쓴다는 것이 요즘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다. 컴퓨터를 이용해 숙제를 파일로 올리고 프린트해 제출한다. 편지는 메일로 보내고 상황에 맞게 원하는 글씨체로 바꿀 수 있으니 글씨를 잘 써야할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나 할까? 그런데 옛 선현들은 글씨 쓰는 것을 서예(書藝)라 하지 않고 서도(書道)라 했다. 마음이 흔들리면 손끝이 흔들리고 흥분하면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추사 기념관의 내부 모습.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권돈인이 이한철을 시켜 그린 추사의 정본 초상.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단정한 자세로 앉아 정성스레 글씨를 쓰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고 도를 닦는 것이며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라는 뜻이다. 또한 글씨에는 쓰는 사람의 성품과 학문적 깊이까지 녹아들어간다. 해서 추사는 성리학, 천문, 산술 등 모든 분야의 학문을 섭렵해가며 인품과 학식을 다졌다. 이를 알게 해주는 곳이 바로 추사고택과 추사 기념관이다.

글씨를 정성껏 쓴다는 것은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며 글씨를 또박또박 예쁘게 쓰는 것은 단순한 재주의 서예(書藝)가 아니라 올바름과 올곧음을 세우는 서도(書道)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당나라 때 관리등용 기준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었다. 단정한 몸태도(體貌), 바른 말씨(言辯) 올곧은 글씨(筆跡) 그리고 현명한 판단(文理) 순으로 인물 평가의 기준을 삼았으니 인품과 평정심을 보여주는 글씨의 소중함을 마음에 심어주자. 교과서와 공책에 또박또박 이름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대자연의 오케스트라를 들어봐요
땅을 베고 하늘을 이불삼아 대자연의 품에 안기는 캠핑은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다. 인천 국제공항고속도로로 용유도(龍流島)로의 접근이 용이해졌는데 북서쪽 끝 왕산해변은 을왕리에서 작은 고개 너머로 을왕리 해변보다 고즈넉하다. 모래밭에 텐트를 치면 탁 트인 모래사장과 바다가 펼쳐지며 살랑살랑 갯바람이 품안으로 파고드니 서해 앞바다가 모두 내 집 마당이 된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해지는 왕산 해변에서 조개 잡는 아이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용유도 해변에서 즐기는 캠핑.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그곳에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며 모래놀이와 소꿉놀이를 즐길 수 있다. 썰물이 되면 갯벌은 감추었던 자태를 드러내 조개를 잡고 소라를 주우며 갯벌과 친구가 된다. 해가 저물면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속으로 사라지는 동그랗고 새빨간 왕산 낙조는 용유팔경의 하나, 미술관에 걸린 인상파 화가의 그림보다 황홀하다. 붉었던 하늘이 파랑으로 분홍으로 또 보라색이 섞인 남색으로 변해가다 검어지며 하나 둘 씩 별빛이 등장하는 밤하늘이 경이롭고 갈매기 소리와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어우러지는 대자연의 오케스트라는 감동적이다.

밀려오는 파도와 숨바꼭질을 하다 비가 오면 텐트 속에서 빗소리에 젖고, 해가 나면 갯바위를 거닐어보자.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과학책에서 조수간만의 차를 설명하지 않아도 해와 달의 움직임이 보이고, 펄럭이는 깃발과 텐트에 부딪는 바람은 대기열로 인한 육풍과 해풍의 원리를 전한다. 족집게 과외보다 쉽고 오랫동안 각인되는 무언(無言)의 공부여행이 자연 속에서의 캠핑이다.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다보면 온몸에 감성이 스며들고 자연의 이치가 몸 구석구석에 콕콕 박히고 차곡차곡 쌓인다. 

생각의 전환이 만든 곡성 기차삼종세트
흔히들 ‘고정관념을 버려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해는 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 아이 손을 잡고 전남 곡성으로 기차를 만나러 가보자. 목적지는 섬진강 기차마을, 곡성역(谷城驛)을 찾으면 된다.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지나가던 곳으로 전라선 복선화로 철로가 옮겨지면서 곡성역과 철로는 쓸모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폐역사와 폐철로는 철거해야한다? 아니다. 버려져 있던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의 폐선에 관광용 증기열차를 운행시키니 요란한 기적소리를 울리며 달리는 증기기관차의 운행구간은 10km 남짓, 25~30km의 속도로 30분 정도 달린다. 창밖으로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이 스쳐가고 창틈으로 싱그런 바람이 불어온다. 기차 안에서 아이스케키와 불량식품을 사먹는 즐거움도 한 몫 한다. 1930년대 모습을 간직한 곡성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역사와 수화물창고는 ‘태극기 휘날리며’ ‘경성스캔들’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으로 알려지며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갔다.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더 유명해진 섬진강기차마을.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섬진강기차마을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는 모습. 사진 / 이동미 여행작가

그렇다면 선로 위로는 기차만 지나가야한다? 아니다. 페달을 밟아 철로 위를 움직이는 레일바이크를 타보자. 강바람 꽃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1.6km 구간을 달린다. 그럼 기차는 타는 것의 전유물이다? 그것도 아니다. 잠도 잘 수 있다. 가정역에 이미 기차펜션이 있으며 최근에는 곡성역 쪽에 폐객차를 개조한 레일펜션이 있다. 내부는 편백나무로 리모델링했고 외부는 전망 테라스를 놓아 이색적인 분위기다.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뻔한 곡성역사와 철로는 섬진강기차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변신에 성공했고 여기에 레일 바이크와 레일 펜션 등이 더해지며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모습이 보기 좋다. 마음에 안 들면 버려 버리고 일회용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태워주고 재워주며 가슴에 넣어줄만한 공간들이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7월호 [아이와 떠나는 추천 여행지]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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