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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slow travel] 청송의 보석, 신성계곡을 만나다
[slow travel] 청송의 보석, 신성계곡을 만나다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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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travel 청송군 ②
오랜 세월, 풍화가 빚어낸 아름답고 독특한 자연경관
사진 / 조용식 기자
청송의 보석 같은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와 지질공원에서 힐링을. 사진 / 조용식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청송] 청송에는 한반도를 온전히 기억하는 지질공원이 있다. 수억만년 전부터 활발한 지각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암석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산과 계곡으로 형성된 것이다. 청송의 보석 같은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를 만나면 자연에서의 힐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신성교가 있는 갯버들 하천길을 따라 올라가면 청송지질공원 신성학습관을 만난다. 이곳에서 받은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 안내책자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길안천을 따라 펼쳐놓은 한 폭의 산수화, 신성계곡을 만나러 떠난다.

어머니가 그리워 절벽 위에 세운, 방호정
길안천을 따라 걸으니 절벽 위에 정자 하나가 보인다. 바로 ‘방호정’이다. 방호정이 세워진 절벽은 약 1억년 전 백악기 퇴적암으로 원래는 퇴적물들이 수평으로 쌓였으나, 암석으로 고화되면서 지층이 융기되어 기울어졌다고 한다. 

절벽 밑으로는 구멍이 나 있는 이유는 이곳을 지나는 길안천의 모양이 꾸불꾸불하고 가파른 곡벽이 바짝 접해있어 하천이 밑으로 깊게 파 내려갈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방호정은 조선 시대 방호 조준도 선생이 어머니의 묘에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방호정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 아이와 여행을 함께 한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다. 어릴 적부터 공룡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토사가 쓸려 내려가며 발견됐다고 한다. 덩치가 큰 대형 용각류의 발자국, 이리저리 뛰어다닌 듯한 작은 소형 용각류 그리고 중·소형 수각류의 발자국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 공룡발자국 화석의 현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 3구간이 시작되는 반딧불농장.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청송을 대표하는 사과밭 길을 만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소나무 숲과 사과밭 길을 걷다
다시 방호정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 한참을 가다 보면 가파른 절벽 위에 우거진 소나무 숲이 보인다. 피톤치드를 내 뿜는 소나무 숲과 계곡을 따라가면 청송의 유명한 사과밭을 만나게 된다. 

홍영숙 청송지질공원 해설사는 “봄이면 사과꽃 향기가 진동하고, 여름이면 파릇한 사과가 햇살을 받아 자란다”며 “가을 수확이 끝나는 11월이면 매년 ‘청송사과축제’가 열린다”고 말한다. 올해 청송사과축제 기간은 오는 11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개최된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청송사과축제는 체험과 참여가 어우러지는 축제이다. 특히 사과 도깨비퍼레이드와 사과 춤 경연대회는 지역주민이 직접 제작한 사과 도깨비탈과 의상을 갖추고 퍼레이드를 펼친다. 이외에도 사과요리 전시, 농특산품 품평회, 사과왕선발대회, 청송사과 깜짝 경매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다. 

2구간이 시작되는 헌실쉼터를 지나 갯버들과 참나무가 터널을 만든 봇도랑을 따라 걷는다. 헌실교를 건너 계곡의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편에 작은 봇도랑이 나온다. 봇도랑이란 봇물을 대거나 물이 빠지도록 만들어 놓은 도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붉은 병풍바위의 행렬, 다슬기 축제도 열려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의 매력적인 코스는 자암적벽길이다. 홍영숙 해설사는 “단풍 시즌이 되면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에서도 붉은 기운이 감돈다”며 “신성계곡은 천천히 바라보면 적벽의 행렬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파노라마로 펼쳐진 신성계곡을 ‘붉은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방호정 아래에 세워진 지질탐방로 이정표.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단풍 계절이면 '붉은 병풍바위'라고 불리는 자암적벽.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조상들의 여름나기인 '푸질'을 즐겨 하던 곳. 사진 / 조용식 기자

신성계곡의 강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길안천과 노래천이 합류하는 지점(새마을교 인근)이 있다. 이곳은 다슬기가 지천으로 깔린 곳이다. 매년 7월 말~8월 초면 이곳에서 ‘다슬기 축제’가 열린다. 동네잔치에서 시작된 다슬기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알짜배기 지방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3구간은 백석탄길이라 부른다. 백석탄은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의 하이라이트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백석탄 길의 시작은 반딧불 농장에서 시작된다. 반딧불 농장 앞에 세워진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푸질 : 삼복이 지난 광복절 전후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 모여 반도나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다. 꺽지, 쏘가리 등 잡은 물고기는 온갖 푸성귀를 넣고 큰 솥에 매운탕을 끓여 동네 사람들이 함께 먹으며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곤 한다’

‘푸질’은 마을 사람들끼리 피서도 하면서 우애를 나누는 조상들의 여름나기 지혜가 담긴 마을 공동체 놀이의 하나이다. 

다양한 지질현상의 하나, 백석탄
징검다리를 건너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니 하천 과수원길이 보인다. 사과밭을 끼고 걸어가니 가장 궁금했던 백석탄길을 마주하게 된다. 백석탄은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개울 바닥의 흰 바위가 오랜 세월 동안 깎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다양한 지질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히말라야산맥을 옮겨놓은 듯한 '백석탄'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사진 / 조용식 기자
지질탐방로 스탬프를 다 찍어 청송지질학습관을 방문하면 기념품을 준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백석탄을 주변의 풍경과 함께 바라보니 ‘마치 히말라야산맥을 미니어처로 옮겨다 놓은 것 같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청송의 관광안내판, 안내책자에서 빠지지 않고 ‘흰 바위들의 여울’로 소개되는 백석탄은 신비롭기만 하다.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 물과 함께 멋진 그림이 만들어내는 백석탄. 매끈하면서도 실핏줄 같은 절개 자국 그리고 작은 자갈이 빙글빙글 돌며 만든 타원형의 구멍까지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지질공원. 가을, 아이들과 함께 땅 위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신성계곡 녹색길 지질탐방로로 여행을 떠나보자.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10월호 [slow travel]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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