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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행지의 숨은 이야기] 걸을수록 깊어지는 마음, 월정사 전나무숲길
[여행지의 숨은 이야기] 걸을수록 깊어지는 마음, 월정사 전나무숲길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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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고단함 씻기는 전나무향 내음
찾아가는 길부터 아름다운 월정사
사진 / 김샛별 기자
전나무숲은 찾는 이들을 생각의 고요 속으로 인도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평창] 니체는 말했다. 모든 생각은 걷는 발뒤꿈치에서 나온다고. 그래서일까? 전나무 숲길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내딛다 보면 복작거리어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차분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강원도 오대산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월정사는 절도 아름답지만, 찾아가는 그 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천년의 숲’이라 불리는 전나무숲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천년’에 담긴 겹겹의 시간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하늘을 빼곡하게 가릴 정도로 높이 솟아 있는 전나무들이 숲을 이룬 것은 언제부터일까. 

월정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원래 이 숲길은 전나무가 아닌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단다. 고려 말 노옹선사는 매일 콩 비지를 부처님께 봉양하였는데, 한 날은 소나무가 가지 위에 쌓인 눈을 떨어뜨렸다. 이를 안 산신령이 공양을 망친 소나무를 꾸짖어 내쫓고 그 자리에 전나무를 들인 것이 전나무숲에 내려오는 전설이다. 

오래된 전설 속 전나무숲이 월정사를 지켜낸 세월의 무게감이 더해질수록 그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 역시 깊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높아지는 가을 하늘과 맞닿을 만큼 높이 솟은 전나무숲을 천천히 걷다 보면, 전나무향이 우리를 휘감고 그 내음에 세속의 고단함이 씻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월정사 적광전과 고려 초기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8각 9층탑.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전나무 숲길을 지나는 이들이 세운 돌탑. 사진 / 김샛별 기자

무성한 전나무숲길을 걷는 동안에도 사찰복을 입고 있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띤다. 월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들이다.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고단한 마음을 덜어내고 바깥으로 향했던 마음을 온전히 자신에게로 돌아보기 위해 온 이들에게 전나무숲은 생각의 고요 속으로 이들을 인도한다. 내딛는 한 걸음마다 깊어지는 마음. 이번 주말, 전나무숲을 걸으며 한발짝 자신의 마음과 더 깊이 만나보는 산사의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으리라.

Info 월정사
템플스테이 주말(1박2일) 성인 7만원, 초중고등학생 4만원
주소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문의 033-339-6800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10월호 [여행지의 숨은 이야기]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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