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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일상의 쳇바퀴를 벗어나는 것, 그게 여행이죠”, 커피여행자 이담
“일상의 쳇바퀴를 벗어나는 것, 그게 여행이죠”, 커피여행자 이담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6.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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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노란 커피 트럭 풍만이와 이담씨의 여행
지금 시대가 만들어낸 다양한 여행방법 중 하나
사진 / 노규엽 기자
커피와 이야기를 찾아 여행하는 이담 바람커피로드 대표.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서울] 노란트럭에 커피를 싣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커피는 판매가 목적이지만 푸드트럭들이 흔히 모이는 장소로 가지 않고, 여느 동네의 골목길로 방향을 잡는다. 트럭이 도착하는 곳은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다!? 그렇게 이담씨가 가는 곳에는 커피 향이 물씬 풍기는 여행이 피어난다

“처음에는 1년만 다녀볼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3년이 넘었네요. 실제로 다녀보니 여행 욕구를 채우기에 1년은 턱없이 부족했고, 지금으로서는 아직 끝을 낼 기미가 보이지 않아요. 다닐 만큼 다니고 끝내려고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커피여행자로 유명해지고 있는 이담씨는 지난 7월 11일에 커피여행을 시작한 지 딱 3년이 되었다. 그의 직업을 굳이 꼽으라면 커피를 파는 트럭의 사장이지만, 커피를 파는 일보다 돌아다니는 일을 주로 하니 여행을 업으로 삼고 있다 봐야 한다.

이 남자의 여행법
현재 이담씨가 사는 곳은 제주도다. 혹한기와 혹서기 등 여행을 다니기 힘든 시기에는 제주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커피트럭을 몰고 육지로 올라와 전국 여러 곳의 카페를 방문한다. 카페에서 주인이 내어주는 커피를 맛보고, 본인이 만든 커피로 보답하며 커피를 나누는 여행을 하고 있다. 지금은 그를 아는 사람들도 많아져, 이담씨가 어느 동네에 간다는 이야기가 돌면 사람들이 모이고 소소한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카페를 찾아가는 여행, 이담씨의 기본 여행방법이다. 사진 제공 / 이담 바람커피로드 대표
사진 / 노규엽 기자
가끔은 본인이 직접 볶은 커피를 팔며 커피트럭으로서의 임무(?)도 수행한다. 사진 제공 / 이담 바람커피로드 대표

“페이스북,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이런 여행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인터넷을 통하면 여행정보가 넘쳐나잖아요. 검색만으로 여행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니 큰돈 안들이며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그러면서도 막상 본인은 “여행정보 많이 안 찾아본다”고 말하는 이담씨.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이담씨의 여행은 명승지에 가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도착한 장소에서 1~2일 정도 머물며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다. 정말 대표적인 명소는 찾아가지만, 그보다는 동네사람들만 아는 장소를 물어 찾아가는 일에 집중한다.

“보통 지역주민들은 본인들이 자주 가는 장소가 얼마나 좋은지 인지하지 못해요. 갈만한 곳을 물어보면 흔히 유명한 장소를 답해줄 뿐이죠. 그래서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해요. 카페 주인이라든가 게스트하우스 사장 같은 사람들 말이죠.”

커피트럭은 여행의 수단이자 동반자
이담씨의 이동수단인 노란 커피트럭에게는 ‘풍만이’라는 이름이 있다. 바람 풍(風)에 충만할 만(滿). 그는 바람이 가득한 트럭을 타고 전국을 누빈다. 본래 여의도에서 커피트럭 장사를 하던 사람에게서 중고로 매입했다는 트럭은 이담씨의 손을 거쳐 노란트럭으로 변신했다. 얼굴을 만들어주고 손수 페인트칠을 하며 꾸미니 여행의 동반자로 손색이 없는 풍만이가 완성되었다고.

“직접 고치다보니 더 정이 붙었어요. 완성하고 나니 제 모습과도 닮았고. 낡은 트럭이니 고장도 만만치 않지만 여행의 동반자로 계속 고치면서 다니는 거죠. 이제는 사람들이 저보다 풍만이를 더 반가워해요.”

태생이 커피트럭이지만 풍만이의 몸 안에 담긴 것은 이담씨의 생활도구 반, 커피가 반이다. 핸드드립 커피를 더 선호하는 그의 성향에 따라 커피기계들을 빼고 여행에 필요한 소품들을 채우고 다닌다. 그 내용물도 거창하지 않다. 본인의 입을 거리와 잠자리 도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행 중에 사람들과 나눠먹을 커피다.

왜 커피트럭으로 여행을 하는가
“돌아다니면서 커피를 팔면 여행비를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막상 시작하고보니 커피를 나눠 마시는 게 여행을 하는 방법이 되었죠. 어차피 큰돈을 벌려던 생각도 아니었고,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면 된 거죠.”

이담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본인이 커피를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한다. 서울에서 사업을 할 때는 그저 일상적으로 마시던 커피였다. 그런데 사업에 실패한 후 제주도로 내려가 커피를 마시는데, 맛이 없어 못 먹겠더란다.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독학을 하고, 카페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실력을 늘렸다. 한 달 정도 마음을 정리하러 간 제주도였지만 제주도와 커피에게 시린 상처를 치유 받으며, 언제 끝낼지 모르는 제주도 여행을 10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제주도 홍보 블로그와 여행자센터를 운영하고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이 이담씨로 하여금 전국 커피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에는 전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잖아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이 온 지역에 대해 아는 게 없더라고요. 성주 하면 참외가 유명한가? 정도인 거죠. 내가 참 우리나라에 대해 모르는구나. 알고 싶으니 다녀보자는 게 시작이었어요.”

여행도 경력이 필요하다
“여행자로서의 경력은 3년? 아니죠.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부터 여행을 시작한 거니 10년을 더해 13년이 되었죠. 최근 3년은 제주도를 넘어 여행의 범위가 확장된 거라고 봐요.”

사진 / 노규엽 기자
독학과 토론으로 커피를 배운 그는 능숙한 바리스타이기도 하다. 사진 제공 / 이담 바람커피로드 대표
사진 / 노규엽 기자
이담씨는 유명한 명소보다 그 동네의 풍경이 담긴 곳을 찾아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들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움직이는 동선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집과 직장, 그리고 지인을 만나기 위해 가는 번화가 몇 곳이 전부. 이담씨는 이를 ‘쳇바퀴의 범주’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일상의 쳇바퀴를 벗어나 동선의 반경을 넓히는 일이다. 맴도는 것을 그만두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는 말.

“훗날, 은퇴를 한 후에 여행을 다니겠다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지금부터 조금씩 반경을 넓혀야 해요. 여행을 하려면 여행에 필요한 근육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 5㎞부터 시작하듯이, 여행자로서의 마음, 정신을 만들어가야 꿈꾸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겠죠.”

최근에는 그의 이런 마음과 정신이 널리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그의 독특함에 주목한 사람들이 그를 방송에도 출연시키고 라디오 게스트로도 초청하고 있는 것. 9월말에 열리는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는 그의 여행을 다룬 영화 <바람커피로드>가 상영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알려지고 있는 그의 여행방법이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인생을 즐기면서 더 재밌게 사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커피여행자 이담씨의 모습은 지금 시대가 만들어낸 다양한 여행방법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10월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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