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만나는 사색의 시간
아이와 함께 갯벌 체험도
[여행스케치=인천] 여름철 여행지로 인기가 많았던 섬들이 가을로 들어서며 한적한 느낌이다. 외포항에서 주문도를 오가는 ‘삼보 12호’의 선실도 한산하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 정도로 여유롭다. 사색을 즐기고 싶은 가을, 강화도 주문도로 여행을 떠났다.
주문도로 떠나는 ‘삼보 12호’에 사람들이 올라타면서 주변의 갈매기들이 배 주위를 선회한다. 배가 출발을 하자 아이들이 손에 새우깡을 들고 있다가 갈매기가 가까이 오자 새우깡을 던진다. 날렵하게 낚아채는 갈매기들을 보니 아이들의 손이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가 무서워 울먹이던 아이도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는 재미에 무서움도 떨쳐버렸다. 아이들에게 1시간 40분은 갈매기와 함께 놀며, 웃고 떠드는 시간이었고, 어른들은 선실에 누워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다.
아이도 어른도 함께 즐기는 낚시체험
볼음도와 아차도를 지나 도착한 주문도 대합실에는 주문도와 볼음도의 강화 나들길 코스가 소개된 안내도가 걸려있다. 주문도는 강화 나들길 12코스로 트레킹과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엄마와 외삼촌 가족이랑 함께 주문도로 여행 온 강지우양(11)은 “삼촌이랑 함께 낚시를 했는데, 제가 고기를 잡았어요. 그것도 엄청 큰 고기를...”이라며 무척 재미있는 표정이다. 다른 한편에서도 낚시의 손맛을 제대로 보는 어른들의 표정이 해맑기만 하다. 주문도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곳이다. 그래서 바다가 밀려올 때 낚시를 해야 제법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우럭, 숭어 등이 많이 잡힌다.
주문도의 대빈창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가 2km로 백사장을 걸어 다니기 좋다. 오전 11시경이면 갯벌에 물이 차고 백사장만이 존재한다. 낚시를 매고 돌아서는 어부의 손에는 망둥이로 가득한 그물 바구니가 들려있다. 모두 낚싯대로 잡은 것이라고 한다.
대빈창 해수욕장에서는 아이들끼리 갯벌체험, 머드체험 등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즐거운 지내고 있다. 모래사장에 ‘주문도’라고 적어놓고 기념촬영도 하고, 모래로 두껍이 집짓기 놀이도 한다.
해수욕장 뒤로는 곰솔 군락과 함께 캠핑장도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여름철 성수기가 끝난 상태라 관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곰솔 숲 사이로 앉아서 해수욕장을 바라볼 수 있는 벤치도 있다.
팔각지붕의 강화 서도 중앙교회
‘한옥 교회’로 인상이 깊은 강화 서도 중앙교회는 1902년 설립된 인천 문화재자료 제14호이다. 건물구조는 팔각지붕으로 본당과 그 옆으로 종루가 세워져 있다. 초기 서양교회 건축양식으로 동양 양식과 절충한 형태를 하고 있다. 교회를 내려오는 계단으로 강화 나들길 12코스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강화 나들길을 따라 주문도리 마을을 걷다 보면 넓은 평야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농사와 어업을 병행하는 주문도 주민들은 여름철이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박과 식사제공을 겸하기도 한다. 주문도에는 식당이 없기 때문에 민박집에 식사를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간조 시에는 조개류를 채취할 수 있다는 ‘뒷장술 해수욕장’은 대빈창 해수욕장과 비슷하다. 주문도 마을 주민은 “매년 뒷장술 해수욕장에서 조개류를 채취해 왔다”며 “그런데 지난해부터 갯벌이 딱딱해지면서 조개류가 많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직 그 원인은 알 수 없으나 2년 전 사람이 몰려 조개류를 많이 캤던 것 때문이라는 설과 지난해부터 유난히 갯벌이 딱딱해지는 현상과 함께 올해 유난히 무더웠던 더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해가 지면 주문도는 고요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감성에 빠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여행지다.
한적한 캠핑장에서 함께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으며, 민박집 앞마당에서 소주 한 잔을 마시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관광객들까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가을을 맞이할 수 있는 주문도.
그렇게 섬 여행은 모두에게 자유와 사색의 시간을 주고 있다. 이 가을, 한적하고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주문도로 여행을 떠나자.
info 강화도 연안여객터미널 외포항
주소 인천 강화군 내가면 해안서로 915
문의 032-932-6619
Tip 메모가 필요한 여행정보
1 외포항에서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로 이어지는 뱃길은 하루 2번. 오전 9시 10분과 오후 4시 10분이다. 돌아오는 배편은 주문도에서 오전 7시와 오후 2시에 출발한다.
2 배편은 인터넷으로 예약하거나 출발 30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표를 구매할 때에는 반드시 신분증이 필요하다. 아이의 경우 건강보험증이나 주민등록등·초본을 가져가야 한다. 요금은 외포-주문 7800원이며, 주문-외포는 7200원이다. 외포리에서 출항하는 승객 요금에는 대합실 이용료 600원이 포함되어 있다. 주말의 경우 할증 10%가 적용된다. 계절에 따라 운항시간이 변경되기 때문에 홈페이지나 전화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3 배를 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도 몇 가지 있다. 낚시체험을 위한 도구를 미리 장만하는 것과 1시간 40분 동안 배 안에서 지루하지 않으려면 갈매기와 함께 즐길 수 있게 새우깡을 사는 것이다. 큰 봉지의 새우깡 가격은 4000원.
4 주문진의 경우 식당이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민박에서 직접 식사를 준비할 경우, 장을 보는 것이 좋다.
5 아이들과 함께 주문도 여행을 한다면 해수욕장이나 한옥 교회 등을 방문하기 위해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승용차의 경우 1600cc 이하 3만2000원, 1700cc 이상은 4만5000원이다. 승합차의 경우 12인승 이하는 4만5000원, 15인승 이상일 경우 5만8000원이다.
6 최근 주문도에는 마트가 생겼다. 생필품에서 음료와 주류까지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다 준비되어 있다. 주문도 마트에서는 ‘오쉐프가 끓여주는 사누끼우동, 어묵탕’과 함께 낚싯대 대여 및 민박 예약도 가능하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11월호 [아름다운 섬 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