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과 대구의 중간 즈음에 자리한 중앙고속도록 단양휴게소
[여행스케치=단양] 아직도 고속도로휴게소를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거나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방편으로만 이용하고 있는가? 이제는 휴게소도 하나의 여행지로 받아들이기 충분한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 잠시 쉬어가더라도 다양한 음식메뉴와 새로운 즐길 거리가 있는 곳에 끌리는 게 사람 마음. 상하행선의 휴게소가 각각 특징을 가진 단양휴게소를 둘러보자.
강원도 춘천에서 시작해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연결된 중앙고속도로는 경상도 여행을 떠남에 있어 경부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대안이 되어주는 노선이다. 춘천과 대구의 중간 즈음에 자리한 단양휴게소는 2~3시간 운전 후 들르기 딱 좋은 위치. 금수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과 남한강 줄기가 가로지르는 주변 환경을 갖춰 공기 좋고 물 좋은 휴게처이다.
야생화정원에서 망중한을 - 부산방향
부산방향 단양휴게소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옥녀금반(玉女金盤)’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옥녀금반터란 여인이 금쟁반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형국으로, 주변으로 소백산, 금수산 등의 봉우리들이 빙 두르고 있는 가운데 둥글고 평평한 지형을 갖춰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을 말한다. 실제 휴게소에 발을 디뎌보면 주변 산들의 보호를 받는 듯한 기분과 소음이 사그라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핵심은 휴게소 건물 뒤편에 마련된 야생화테마공원. 휴게소를 보다 좋게 만들기 위해 직원들이 근 10년간 공을 들여 2012년에 오픈했다는 휴게공원이다. 거창하게 넓지는 않지만 형형색색의 야생화 등으로 작은 숲을 꾸며놓았고, 인형이나 나무조형물들을 배치해놓아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야생화공원은 장승공원도 겸하고 있어 ‘108염주 장승도사’ ‘머털도사’ 등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장승들이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체크포인트는 공원 내에 있는 정자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 메뉴는 한정되어 있지만 답답한 실내 공간을 피해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음식 배달 방법은 정자마다 부여된 번호(O번 쉼터)를 확인한 후, 휴게소 사무실(043-423-5401)로 전화를 걸면 된다. 이용가능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사류로는 양푼이비빔밥(5500원), 짜장면(4000원) 중에 고를 수 있으며, 아메리카노(4100원), 카페라떼(4600원) 같은 음료도 주문 가능하다. 카드결제는 안되므로 현금 준비 필수.
아쉬운 점은 산 속에 위치한 휴게소가 추운 편이라 11월부터의 동절기에는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것. 부산방향 단양휴게소를 관할하고 있는 안기성 소장은 “내년 봄에는 배달이 가능한 음식 메뉴를 바꾸는 등 서비스를 달리 할 것”이라고 말하며, “테마공원도 정돈하고 다른 아이템들도 생각해내어 이용객들이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휴게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부산방향 단양휴게소에서는 단양 특산물인 마늘을 넣은 식사메뉴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단양마늘낙지갈비탕, 단양마늘돌솥비빔밥, 마늘돈까스 등 일반적인 메뉴에 마늘을 가미한 정도지만 색다른 맛을 즐겨볼 수 있다. 식사와 함께 가벼운 공원 산책을 하다보면 1~2시간 정도는 금세 지나가고 졸음을 깨우기에도 좋다.
Tip 단양휴게소(부산방향) 대표메뉴
단양마늘낙지갈비탕 9000원, 마늘돌솥비빔밥 7000원, 마늘돈까스 5500원
휴게소에 국보가 있다고? - 춘천방향
춘천방향 단양휴게소는 남한강이 충주호로 향하는 길목에 반도처럼 툭 튀어나온 자리에 있다. 덕분에 남한강 줄기를 조망해보기도 좋다. 그리고 휴게소 뒤편의 언덕에 사적 제265호로 지정된 적성산성과 국보 제198호 신라적성비가 있어 남다른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휴게소 건물을 정면으로 보는 방향에서 왼쪽으로 향하면 적성산성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샛길로 들기 전에 정자가 있는 곳에서 남한강 줄기를 조망할 수 있으니 참고. 산성으로 향하는 길은 좁은 샛길을 걷다가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는 길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계속 직진만 하다가는 마을길로 내려서게 되니 주의하자.
적성산성은 성재산 정상과 남쪽으로 이어지는 비탈에 둘러쌓은 테뫼식 산성이다. 성의 둘레는 923m로 삼국시대의 산성으로는 비교적 큰 규모에 속한다. 현재는 성벽이 대부분 무너져있고 북동쪽 성벽이 그나마 잘 남아있다. 성이 쌓인 형태로 보아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쪽에 대응하기 위한 성이었음이 짐작되어, 신라와 고구려의 세력관계 변동을 알아보는 데 의미를 가진다. 발굴 당시 신라의 기와나 토기 조각이 많이 발견되었으며, 고려시대 토기와 청자 조각들도 일부 나와 대략 고려말까지 성의 구실을 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신라적성비는 비석 윗부분이 크게 깨져 정확한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비문에 등장한 인물들의 활동시기를 보아 진흥왕 6~11년(545~550) 사이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가 고구려땅이던 적성을 빼앗은 후, 그 과정에서 공을 세운 현지인의 노고를 기리고 앞으로도 충성할 것을 독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다. 즉, 다른 곳에 남아있는 진흥왕 순수비처럼 새로운 점령지의 민심을 다독이는 취지로 건립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산성을 볼 수 있는 영역이 넓지는 않아 대략 1시간 정도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휴게소를 들러 운동도 할 겸 산에 올라 남한강과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죽령천과 단양천을 내려다보는 조망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자.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11월호 [여행길 휴게소]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