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봄과 여름 사이 초록 물결이 빛나는~ "해남연호 보리축제"
봄과 여름 사이 초록 물결이 빛나는~ "해남연호 보리축제"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4.22 11:1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맨틱한 초록빛 보리밭의 추억
남도음식과 남도소리가 곁들여진 보리축제
오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개최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초록빛 보리밭이 펼쳐진 땅끝마을, 해남연호 보리축제가 열린다사진 제공 / 해남군청

[여행스케치=해남] 땅끝마을 해남에서 보리축제가 열린다. 전남에서 농지가 가장 넓은 고장 해남, 흙 색깔이 전국에서 가장 고운 황토밭이 있다는 해남의 청보리밭에서 펼쳐지는 보리축제를 미리 가본다. 

로맨틱한 초록빛 보리밭의 추억
누구는 봄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여름이라고 한다. 보리꽃이 필 무렵에 사람들은 봄과 여름 사이에서 행복한 갈등을 한다. 봄옷을 입을까 여름옷을 입을까?
남도땅은 봄도 일찍 오고 여름도 일찍 온다. 보리꽃이 피기 전에 봄기운이 감돌고, 그 이후에는 거친 여름 바람이 분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던 진달래꽃이 시들어 버릴 때 야산에 살던 꿩들이 보리밭에 내려와 알을 낳는다. 그리고 보리가 익어갈 무렵 보리밭에선 어린 꿩들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보리밭은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린 보리는 지난겨울을 추운 땅속에서 보내고, 저 멀리 바다건너에서 봄바람이 불면 언 땅에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봄이 되면  파릇파릇한 새싹으로 세상에 얼굴을 들이댔다.

사람들은 보리의 강인한 생명력, 부활의 정신을 이야기했다. 이때 남도 사람들은 어린 보리순을 솎아다가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중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 시절 보리된장국 맛을 잊지 못하고 입맛을 다시곤 한다.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언 땅에 뿌리를 내렸던 보리가 파릇파릇한 새싹을 틔웠다.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사진 제공 / 해남군청
보리밭에 얽힌 추억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마련이다. 사진 제공 / 해남군청

보리가 어른들 무릎 높이로 키를 키울 때 봄바람이 분다. 산들바람은 초록빛 보리밭을 거대한 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초록물결이 출렁이는 바다. 좌에서 우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다 흐느적거리고, 드러눕다 일어난다. 이런 초록 물결은 한없이 로맨틱한 소문들을 동네마다 뿌려댔다. 꼬맹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돌아다닌 소문은 아무개네 오빠랑 누구네 언니랑 보리밭에서 얼레리골레리 했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이런 소문의 근거는 하나도 없었다. 

보리가 허리를 키울 때 아이들은 보리대를 꺾어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었고, 닐릴릴 피리소리에 아랑곳없이 어른들은 보릿고개를 겪으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하루해가 길어진 5월 중순 청년들은 배고픔을 속이기 위해 보리이삭을 꺾어다 구워 먹었다. 적당히 익은 보리를 손바닥으로 비벼서 까만 재를 털어내고 알갱이만 남겨서 한입에 털어 넣고 씹으면 고소한 맛이 온몸에 번진다. 보리타작이란 은어로 불린 이 놀이는 촌놈들의 기억 속에 오롯이 남아 있다. 

사진 제공 / 해남군청
노란 유채꽃밭이 지기 전에 서둘러 가보자.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이순신 장군의 승전보, 우수영문화관광지. 사진 제공 / 해남군청

남도음식과 남도소리가 곁들여진 보리축제
해남군 황산면은 과거에 옥광산이 있어서 유명했고, 해남군에서 부자들이 많다고 소문난 고장이다. 지금도 황토색 들녘이 아름다운 땅에서 보리축제가 열린다. 연호마을 20만 평 넓은 들판과 냔냔이농원과 청인농산 주변 보리밭에서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풍년기원제, 청보리 사진 콘테스트, 통기타가수 노래 공연과 남도소리공연이 열린다. 그리고 체험부스를 운영하는데 주로 보리 관련 음식물 먹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먹거리 장터에서는 연호마을부녀회원들이 국밥, 새싹보리 해물전, 새싹보리 라떼, 도토리묵, 보리떡과 밀떡구이, 보리뻥튀기, 수제맥주 등을 판매한다. 비용은 손해 보지 않을 만큼 저렴하게, 마을 잔치에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는 마음으로 싼 값으로 판매한다. 

또한 연호마을 사람들이 직접 농사지어 생산한 참깨, 참기름, 미숫가루, 검정콩 등을 판매하고, 김과 다시마 등 농수산 가공식품들을 판매한다.

관광 상품이 넘치는 땅 해남
황산면에는 공룡박물관과 옥공예전시장, 어촌체험마을이 있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조선 해군이 왜군을 물리친 명량해전의 현장 우수영이 있다. 자동차로 20분 거리에는 겨울철 가창오리의 군무로 유명한 고천암과 노란 유채꽃 들판이 자리하고, 주변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대흥사와 달마산 천년고찰 미황사, 그리고 땅끝마을 등 유명 관광지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해남 공룡박물관.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사진 제공 / 해남군청
고즈넉한 천년 고찰 미황사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해남군청

Info 해남연호 보리축제
주소 해남군 황산면 연호마을 냔냔이 농원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 482-1번지 일원)
축제기간 2019년 4월 27일 ~ 5월 12일
입장료 무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상대 2019-04-22 13:44:03
해남의 봄소식을 알려주는 달마산과 주작산 진달래는 이제 시들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