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되어버린 청풍면, 호수는 여전히 고요할 뿐
[여행스케치=제천] 물빛이 맑고 맑아 거울 아닌 거울이요, 산 기운이 자욱하여 연기 아닌 연기로다. 차고(寒) 푸름(碧)이 서로 엉키어 한 고을이 되었거늘, 맑은 바람(淸風)을 만고에 전할 이 없네. 「주열, 신승동국여지승람」
고려 시대 주열(朱悅, ?~1287)이 청풍 한벽루에 올라 지은 시이다. 청풍은 남한강 물이 반달같이 굽이쳐 흐르고 산수가 빼어나 예로부터 많은 묵객이 찾아와 풍류를 즐기던 곳이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상징하는 청풍명월(淸風明月),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기 위해 청풍호 모노레일을 타고 비봉산에 오른다.
모노레일은 비봉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하려는 사람과 장비 등을 실어 나르기 위해 비봉산 중턱에 설치되면서 운행을 시작했다. 총 12대의 모노레일이 있으며 4분에 한 대씩 운행하며 정원은 6명이다. 정상이 좁고 나무 데크로 되어있어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 못해 소수의 인원으로 천천히 운행한다.
회전목마 타듯이 뾰족한 의자에 앉아 안전띠를 하고 손잡이를 잡으면 탑승 완료. 안전띠의 ‘찰칵’ 소리와 함께 출발한 모노레일은 경사를 오르기 시작한다. 몸이 뒤로 젖혀지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유리창도 없고 옆에 안전바(Bar)도 없지만,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 불안은 재미로 바뀐다. 신선한 자연이 여과 없이 온몸으로 들어온다.
오가며 반대편 모노레일에 탄 사람들이 스칠 때는 반갑기 그지없다. 양옆으로 보이는 숲속의 동물 모형들은 어린이 탑승자들을 즐겁게 한다. 비봉산 정상이 가까워져 오면 거의 80도의 급경사를 오른다. 속도는 줄어들고 몸은 누운 듯이 하늘을 향하고 머리는 더 세우게 된다. 모노레일 타는 중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다. 함께 탄 동료들이 재미있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멈추게 되어 있지만, 어린아이나 노약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2.9km, 24분 만에 도착한다.
비봉산 정상에 서니 충주호와 산이 어우러져 ‘물 반 산 반’이다. 오밀조밀 초록 물줄기가 계곡 사이사이에 들어가 비경을 만들어 내고 논과 집들이 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난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앞에 서니 날개를 달고 자연을 향해 뛰어들고 싶어진다. ‘자연은 황홀경을 인간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청풍호 모노레일을 타고 비봉산 정상에 오를 때 든 생각이다. 날씨도 허락해야 하고 탑승표 예매가 필수며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긴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오르기 어려운 만큼 날씨가 허락하면 황홀한 절경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수몰되어버린 청풍면을 상상해 본다. 청풍면은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푸른 물속에 고스란히 잠겼고 그곳에 있던 문화재는 청풍 문화재단지로 옮겼다. 제천 사람들은 제천 쪽에 있는 충주호를 ‘청풍호’라고 부르며 아쉬움을 달랜다. 충주호가 사람을 이롭게 하고, 많은 이들과 실향민들이 찾아와 충주호를 굽어본다. 볼 수 없는 옛 모습과 고향을 잃은 실향민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360도를 돌아가며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호수는 우리 눈에 여전히 청풍명월이다.
Info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
주소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명월로 879-17
문의 043-653-5121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월호 [여행지의 숨은 이야기]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