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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칭기스칸의 나라에 올레길 열다!
칭기스칸의 나라에 올레길 열다!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 승인 2017.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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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걷기여행 – 몽골
몽골 올레 - 복드항산 1코스 & 칭기스산 2코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평원과 초원의 나라 몽골을 걸을 수 있는 올레코스가 만들어졌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몽골] 우리가 여행지에서 지도를 펼쳤을 때 중요한 것은 지난 온 길이 아니라 앞으로 갈 길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위치’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번에 다녀온 몽골 걷기여행은 원나라 간섭기였던 고려시대를 800년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와 몽골의 현위치를 발견하고 자각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800년 전 제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던 몽골에 올레가 열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6월 17일, 몽골 울란바토르 동남쪽 몽골올레 1코스 출발지인 헝허르(Henhor) 마을에서 열린 몽골 올레 개장식에서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이 밝힌 인사말이다. 그는 “과거의 역사는 슬픔과 아픔의 기록일 수 있으나 오늘날 이곳 올레에서 다시 쓰는 역사는 평화와 우정의 기록이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몽골 올레의 시작
500여 명의 몽골 올레꾼들이 광활한 초원의 구릉을 작은 점과 점이 되어 사라지는 장면은 ‘장관’이란 말을 넘어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 두발로 걷는 500명만으로도 저럴진대 800년 전 1만의 몽골 기마부대가 들이닥친 고려는 얼마나 무참했을까. 일순 고개를 가로저어 아픈 과거에 머물려는 생각의 고삐를 당겨 현위치로 끌어낸다. 2017년 지금의 두 나라는 1만 기마부대가 밀고 내려왔던 그곳에 두 발로 걷는 평화의 올레를 내는 것으로 각자의 현위치를 인식할 수 있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몽골 올레 1코스 개장 행사 때 열린 전통공연.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걷는 이들이 작은 점이 되어 소실되는 모습이 기이하게 다가온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한편, 몽골은 아직 자체적인 걷기문화가 태동단계에 있는 곳이어서 개인여행보다는 여러 명이 그룹을 지어 여행하는 것을 권한다. 또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편이 아니므로 그룹으로 드라이빙 가이드나 여행사 대절버스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완만한 구릉의 파도를 건너는 초원 올레, 제1코스 복드항산
야생화 만발하는 초원으로 유명한 복드항산이 몽골 올레 1코스로 낙점되었다. 시원하게 트인 자연경관이 있으며 집중보호구역으로 사냥과 벌목이 엄격히 금지된 곳이다. 본래 걷기여행이 성행하는 곳이었지만 안내 표시가 된 트레일이 없던 곳이어서 몽골 올레 첫 코스가 되었다. 

출발점인 헝허르 마을은 몽골 초원에 자리한 작은 촌락이다. 널빤지를 세로로 잇댄 울타리가 골목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이 마을은 작은 가게와 동네식당, 그리고 학교 등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단체로 이동한 탓에 그런 곳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올레꾼들이 자주 온다면 이런 마을 가게와 식당부터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헝허르 마을은 울란바토르 시내보다 조금 높은 해발 1440m에 있다. 마을 서쪽 들판 1코스 종합안내판 앞을 출발해 첫 번째 언덕의 능선까지는 표고차가 100m 정도 된다. 몽골의 언덕들이 대게 그렇듯 굴곡 없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산등성까지 경사면이 이어지므로 한국처럼 오르내리며 올라가는 표고차 100m보다는 훨씬 가뿐하다. 다만 세찬 바람에 간혹 실리는 작은 흙먼지에 대비하여 멀티두건이나 마스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몽골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끝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한국의 성황당과 같은 어워.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 돌고 기도를 올린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첫 능선을 가볍게 오르면 사방으로 열리는 시야에 자동으로 발걸음이 느려지고 비로소 ‘몽골 땅을 걷는구나’가 실감된다. 몇 개의 언덕을 건너는 동안 시야가 막힘없이 열리며 몽골인 시력 3.0이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간지점인 군즈빌 투어리스트 캠프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투어리스트 캠프란 게르를 기본으로 한 몽골형 관광 야외 숙박시설을 말한다. 

이후의 길도 끝없이 펼쳐진 언덕의 파도 사이를 넘실대며 지난다. 비슷비슷한 땅의 형상과 달리 하늘의 구름은 시시각각 그 모습과 색을 달리하며 거대한 하늘색 도화지 위에 현란한 구름무늬를 그려낸다. 어떻게 흰색 하나만으로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눈으로 보면서도 잘 믿기질 않는다. ‘구름의 대지미술’이란 단어 하나로는 표현되지 않은 ‘하늘그린’작품을 만끽하다보면 어느새 길은 종착 마을인 톨주를랙 마을에 닿는다. 

종착점에는 검은 안장을 단 제주올레의 길표식 ‘간세’가 올레 1코스의 끝을 알린다. 차 타는 곳은 안장 간세가 있는 곳에서 작은 굴다리를 지나 조금 더 가야 한다. 1코스 복드항산을 걸으며 올레 리본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은 북서쪽 45도 방향으로 걷는다는 방향성만 인지하며 걸어도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다만 먼 이국에서 길 안내 리본 하나에 의지하여 걷는 게 불안하다면 GPS트랙을 확보해서 스마트폰 GPS앱을 켜고 걸으면 확실히 안정감 있는 걷기가 가능하다.

Info 대중교통 정보
울란바토르에서 시작점 찾아가기 – 재래시장 버스정류장에서 헝허르마을로 가는 버스를 탄다. 첫차 아침 7시30분, 막차 오후 9시(버스 운행간격은 약 44분이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종점에서 울란바토르로 돌아가기 – 종점인 톨주를랙 마을 기찻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 마을을 거쳐 자동차도로까지 걸어간 후 차도를 건너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세계자연유산 테렐지국립공원의 드라마틱한 올레, 제2코스 칭기스산 
몽골 올레 2코스는 부동의 몽골 생태관광 1번지인 고르히-테렐지국립공원 안에 열렸다. 테렐지의 젖줄 톨강이 키운 푸른 초지와 기암괴석으로 머리를 올린 칭기스산 언덕을 넘는다. 길을 걷는 동안 압도적인 풍광이 몇 번에 걸쳐 옷을 바꾸므로 지루함 없이 걸음을 잇는 올레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고 진입하면 얼마 안가 시작점이자 종점인 바앙차강 투어리스트 캠프에 버스가 닿는다. 

칭기스산 코스는 시작점에서 톨강을 향해 동쪽으로 걷다가 방향을 바꿔 칭기스산 남쪽 기슭을 넘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루트다. 몽골에서 그 귀한 강물이 흐르는 곳답게 다른 곳보다 진한 푸르름의 초원을 만난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테렐지국립공원의 젖줄, 톨강을 따라 걷는 몽골 올레 2코스.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그 광활함에 압도되는 몽골 하늘과 초원을 걷는 진귀한 경험.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몽골 올레의 투어리스트 캠프. 사진 /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에는 노란 양지꽃이 바람을 피해 낮게 포복하며 깔렸고, 쇠별꽃 무리가 구름 때문에 밤하늘의 별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위로한다. 그밖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에 단 한 곳 밖에 남지 않아 야생화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 쉬쉬한다는 피뿌리풀이 형형색색의 고운 자태로 올레꾼들을 반긴다(피뿌리풀의 원산지가 몽골이고, 원나라 간섭기 때 제주에 들여온 식물이라고 한다). 몽골 초원의 야생화는 5월부터 피기 시작해 6~8월에 절정을 이룬다. 올해는 비가 덜 내려 7월 중순 이후가 절정일 듯싶다. 

우리의 성황당과 비슷한 ‘어워’는 몽골 올레에서 만나는 그들의 정신적 상징이다. 몽골인들은 어워를 시계방향으로 세 바퀴 돈 후 삶의 터전인 땅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다른 돌 하나를 얹고 지난다. 몇몇 올레꾼들도 어워에서 이런 격식을 갖추고 지났다. 

칭기스산 능선은 표고차 200m 정도를 2km에 걸쳐 천천히 오른다. 역시나 굴곡이 없어 이 정도는 가뿐하다. 고갯마루의 커다란 어워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을 카메라에 달리 담을 길 없어 파노라마로 펼쳐서 촬영했다.

몽골 하늘에 흰 구름이 예술적으로 떠다닌다면 땅에는 양, 염소, 소 등의 가축들이 구름처럼 군집을 이루며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한편, 가축들 사이에 숨어서 가축을 보호하는 개들이 생각 외로 사나우므로 어디에서건 가축 무리에는 너무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Info 대중교통 정보
울란바토르에서 시작점 찾아가기 – 노조문화센터 정류장에서 승차(출발시간 오후 4시, 6월 1일~9월 31일까지는 오전 11시 출발 운행), 몽골 올레 시작점에는 버스 정류장이 없으므로 운전기사에게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난 지 5분 정도 지난 지점인 바양차강 투어리스트 캠프에 내려달라고 미리 알려야 한다. 
종착점에서 울란바토르 돌아가기 – 오전 8시경 버스가 지나간다. 정류장이 없으므로 지나는 버스에 손을 흔들어 세워야 한다. 
※연중 운행하는 대중교통 버스를 이용한다면 도착시간이 오후 5시이므로 게르 캠프 숙박을 미리 예약해야하고, 돌아오는 버스도 오전 8시이므로 1박을 추가하는 게 좋다. 

About 몽골 올레 프로젝트
몽골을 사랑하는 제주도민 모임인 ‘제몽포럼’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약 1년의 사전 준비과정을 거쳐 개장에 이르렀으며, 몽골과의 문화관광교류 확대를 위해 제주관광공사에서 후원했다. 그리고 (사)제주올레에서 코스 개발 자문 및 길 표식 디자인 등을 지원한 후원 올레의 성격을 지닌다. 그래서 이곳도 제주올레의 길표식을 동일하게 사용한다. 이 사업에는 몽골에 진출한 한인기업은 물론 주몽골한국대사관과 몽골한인상공회의소 등도 힘을 보탰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8월호 [해외 걷기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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