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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책과 맥주, 여름에 딱 좋아! ‘책맥’ 즐기기
책과 맥주, 여름에 딱 좋아! ‘책맥’ 즐기기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7.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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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야경과 함께 주(酒)경야독, 산복도로북살롱
시(詩)의 거품 속에 퐁당, 카페 파스텔 블루
우연히 조우한 나의 책, 나의 인연, 북스포즈
사진 / 김샛별 기자
시원하고 낭만적인 여름밤의 완성은 ‘책맥’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서울] 한낮의 무더위에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도, 선선해진 밤바람에 곁들이는 맥주도 모두 다 좋은 당신, 여기에 책 한 권이 슬쩍 끼어들면 어떨까? 시원하고 낭만적인 여름밤의 완성은 ‘책맥’이다.

우리 함께 읽고 이야기 할까요?
부산의 오래된 헌책방 거리 보수동에 있는 ‘산복도로북살롱’은 중앙계단 꼭대기에 있다. 작지만 튀는 주황색 이층 건물이 바로 그것. 헌책들이 그득그득했던 서점들을 지나 오른 곳의 책장은 오히려 비어 있다. 서점보다는 ‘공간’에 욕심을 둔 탓이다. 사람들이 언제라도 편하게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모여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책에서 받았던 인상과 감상을 맥주 한 잔 기울이며 나눌 수 있는 공간. 그야말로 ‘북’ ‘살롱’인 셈이다.

사진 / 김샛별 기자
맥주를 주문하면 나초를 함께 준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테라스 자리에서 내려다 보이는 보수동 풍경. 사진 / 김샛별 기자

정소영 산복도로북살롱 대표는 “우연히 오연호의 <우리도 그들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북토크를 듣고 인상 깊었던 것이 서점을 열게 된 계기”라고 말한다. 그 기회를 나누고 싶어 저자를 초청해 북토크를 자주 연다. 함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 저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제는 책뿐 아니라 부산의 유명한 인디밴드들의 공연, 독서모임 운영 등 작지만 꽉 찬 문화공간을 만들고 있다. 

긴 여름밤, “산복도로 끄트머리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야경이 일품”이라는 그의 말처럼, 야경과 맥주, 저자와 책 이 행복한 조합을 놓치고 싶지 않다.

Info 산복도로북살롱
운영시간 오후 1시~8시 (월요일 휴무)
주소 부산 중구 고가길 24-1
문의 010-4564-1809

시와 독립출판물, 카페가 하나의 공간으로
여름은 호흡이 짧아진다. 덥고 습한 공기, 흩어지는 집중력. 그럴 때 무슨 ‘책’이냐 싶겠지만, 단 한 문장만으로도 가슴을 울리는 ‘시(詩)’라면 말이 달라진다. 짧고 강렬한 시의 세계를 보다 풍성하게 감싸주는 특별한 맥주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카페 파스텔 블루는 조금 특별하다. 카페와 서점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위트 앤 시니컬’이라는 시집 전문 서점과 독립서적, 음반, 소품을 파는 ‘프렌테샵’이 한 공간을 사용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시와 독립서적, 음반, 소품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카페 파스텔 블루.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맥주와 함께 하는 매콤한 닭다리 과자와 시집이 모두 안주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시인이 엄선한 시집 서가를 보는 것만큼이나 시중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맥주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쌉싸래함은 적고,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듯 시트러스함이 강한 스페인 맥주 ‘라벨라로라’, 꼭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듯 달고 청량한 스페인 맥주 ‘이네딧 담’, 강렬한 첫맛을 자랑하지만 탄산은 강하지 않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국민IPA’,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양조한 맥주인 ‘대동강 페일에일’, 체리와 함께 브루잉되어 체리의 새콤한 맛과 향이 매력적인 덴마크 맥주 ‘서율’ 등 맥주 라인업이 화려하다. 그뿐 아니다. 홍대 인디 음악 레이블 중 하나인 ‘파스텔 뮤직’이 운영하는 카페인지라 공간을 감싸는 음악도 남다르다.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 팁! 책장 한 켠의 토토로가 보인다면 날짜를 꼭 확인할 것. 만년달력의 날짜를 오늘 날짜로 맞춰놓으면 시집 구매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루에 단 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할인인 만큼 놓치지 말자.

Info 카페 파스텔 블루
운영시간 오후 12시~11시
주소 서울 마포구 독막로5길 26 2층
문의 070-7745-8973

가장 전주다운 책과 맥주
북스포즈가 있는 골목에 들어갔을 때,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졌고 서점까지 달려야 했다. 불이 켠 서점을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 입구에 적혀 있는 로리오트의 문장.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우리는 운 좋게도 서점으로 들어선다.”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스포즈의 문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책장은 서점에서 가장 공들이고, 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가장 ‘전주다운’ 서점을 위해 전주가 배경이 되거나, 전주 출신의 작가들 책을 모아놓은 서가가 눈에 띈다. 전주를 사랑했던 작가 양귀자의 <모순>부터 한옥마을 이외의 전주를 보여주는 <전주편애> 등 자연스레 책을 펼치게 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 적힌 것만을 보고 구매하는 독특한 Blind Pause. 사진 / 김샛별 기자
사진 / 김샛별 기자
조용히 책맥 하기 좋은 분위기다. 사진 / 김샛별 기자

그 옆 칸은 더 독특하다. 어떤 책인지 알 수 없게 종이봉투로 감싸진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종이봉투에는 책에서 발췌한 문장과 간단한 서평이 적혀 있다. 일명 Blind Pause. 노유리 북스포즈 디렉터는 “우연히 만난 책이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며 “직접 책을 읽고 인상 깊었던 문장과 그 책에 대한 서평을 봉투에 적었다”고 설명한다.

이 특별한 서점은 맥주도 특별하다. 책뿐 아니라 좀 더 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맥주를 선보이기 위해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시’의 맥주를 공수해온다. 전주 수제맥주 ‘시’는 전주에서 자란 보리로, 제조한 수제 맥주로 흑맥주의 쌉싸래한 맛은 있되 무겁지 않은 깔끔함이 특징이다. 전국에서 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시’와 ‘북스포즈’ 단 둘 뿐. 가장 전주다운 서점에서 우연한 나의 책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Info 북스포즈
운영시간 오후 12시~9시 (일요일 휴무) 
주소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명륜1길 13
문의 063-714-30251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8월호 [여름철 추천 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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