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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버스 타는 것부터 시장 흥정까지 농촌의 삶은 쉽지 않구나-보성 다향울림촌③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버스 타는 것부터 시장 흥정까지 농촌의 삶은 쉽지 않구나-보성 다향울림촌③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4.25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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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다리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타다
50분 미리 나온 할머니에게 시골 버스 타는 법 배워 
보성에서 살아보는 셋째 날, 벌교에서 열리는 오일장을 다녀왔다. 벌교 오일장은 벌교역 맞은편에서 열린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에서 살아보는 셋째 날, 벌교에서 열리는 오일장을 다녀왔다. 벌교 오일장은 벌교역 맞은편에서 열린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보성] 보성에서의 셋째 날, 4일 9일마다 열린다는 벌교 오일장에 가보기로 했다. 오일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전날 늦게까지 원고 마감을 하느라 느지막이 출발했다. 율포에서 벌교를 가려면 보성터미널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보성터미널에서 사진 찍어 두었던 시간표에 율포에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10시 5분에서 15분 사이에 온다고 해 9시 50분부터 미리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시골에서의 삶, 차가 필요하다

바닷가 경치를 감상하며 한참 버스를 기다리다 시계를 보니 벌써 15분이다. 정류장 앞 슈퍼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정류장은 여기가 맞다”며 일단 기다려보라고 하셨다. 잠시 뒤 반대 방향으로 버스가 지나갔다. 슈퍼 아주머니는 “저 버스가 다시 나와야 타는 것인데 3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며 “삼거리로 나가면 다른 버스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나가보라”고 하셨다.

율포의 버스 정류장. 시골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나와야 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율포의 버스 정류장. 시골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고 나와야 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의 농어촌버스는 구간과 상관없이 900원이다. 40분 내에 1회 환승도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의 농어촌버스는 구간과 상관없이 900원이다. 40분 내에 1회 환승도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아주머니 말씀대로 삼거리로 걷고 있는데 율포해수욕장 방향에서 별안간 버스가 나타나더니 뛰어서 잡아탈 새도 없이 빠르게 사라졌다. 알고 보니 율포에서 터미널로 나가는 버스는 두 종류가 있고, 내가 타려던 버스는 슈퍼 앞이 아닌 삼거리까지 나가서 타야 하는 것이었다. 터미널 시간표만 믿고 있었는데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11시에는 벌교행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이대로라면 그 다음 버스도 간당간당하게 생겼다. 마침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탔다. 기본요금은 서울(3800원)과 맞먹는 3500원. 탄 지 5분 만에 6000원을 찍더니 보성터미널까지 15분 거리가 1만7000원. 만 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거의 곱절이었다. 생각보다 택시비가 비싸다는 말에 기사 아저씨는 ‘5월부턴 전남 지역 기본요금이 4000원으로 올라 더 비싸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터미널에 도착해 애꿎은 택시 영수증을 쳐다보고 있으니 옆에서 버스 기다리던 할머니 한 분이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을 건네신다. “이 아가씨는 카메라맨인가벼?”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나니 입이 트여 일찍 나와 버스를 30분이나 기다린 것, 택시비가 2만원 가까이 나왔다는 것까지 구구절절 풀었다.

할머니는 한 마디로 받아치셨다. “시골이 다 그라제!”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셨다. 

“그니께 젊은 사람들이 시골서 살려면 차가 꼭 필요한거여.”

알고 보니 할머니는 시간표보다 무려 50분이나 미리 와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다. 벌교 오일장에 간다고 말씀 드리니 “요즘엔 꼬막보다 바지락이 맛있을 거여. 홍교는 꼭 보구”라고 당부하셨다.

꼬막과 참다래로 유명한 벌교시장

보성터미널에서 약 1시간을 달려 벌교에 도착했다. 벌교시장은 벌교역 맞은편에 자리한다. 바닷가가 가깝다보니 벌교시장에서는 수산시장이 메인이다. 어머니들이 저마다 꼬막을 몇 소쿠리씩 앞에 내놓고 판다. 수산시장이지만 생선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그만큼 수산물이 신선하다는 뜻이다.

벌교역 맞은편의 벌교시장. 매 4일 9일마다 오일장이 열린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벌교역 맞은편의 벌교시장. 매 4일 9일마다 오일장이 열린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바다가 가까운 벌교시장은 수산물이 메인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바다가 가까운 벌교시장은 수산물이 메인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수산물을 파는 정일순 씨는 “꼬막은 지금 거의 끝물이지만 6월까지는 그래도 맛이 괜찮다”며 “봄에는 갑오징어와 칠게, 바지락이 딱 제철로 맛있다”고 말한다. 크기가 엄지손가락만한 칠게들이 바구니 안에서 그 작은 집게발로 아우성을 친다. 칠게는 튀겨서 먹기도 하고 게장을 담그기도 한다. 갑오징어는 일반 오징어보다 살집이 많아 통통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려면 흥정도 잘해야 한다. 한 어머님이 갑오징어를 가리키며 정 씨에게 물어온다. “갑오징어 요만큼 얼마유?” “5만원이요” “아 4만원에 줘~” “아이, 4만원은 안 되지” 한참의 흥정 끝에 결국 어머님이 이겼다. 손자가 갑오징어볶음을 무척 좋아한다며 웃으신다.

장을 한 바퀴 돌아 이번엔 과일 가게 앞에서 발을 멈췄다. 주먹만 한 참다래가 한 망에 만원이란다. 참다래는 꼬막만큼이나 유명한 벌교의 특산물이다.

정일순 씨는 “벌교시장의 수산물은 인근 바다에서 잡은 것들을 그날그날 들여와 무척 신선하다”고 말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정일순 씨는 “벌교시장의 수산물은 인근 바다에서 잡은 것들을 그날그날 들여와 무척 신선하다”고 말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제철 맞은 칠게와 벌교의 상징 꼬막. 사진 / 유인용 기자
제철 맞은 칠게와 벌교의 상징 꼬막. 사진 / 유인용 기자
한경자 씨는 “벌교는 날이 따뜻해 참다래가 많이 난다”고 설명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한경자 씨는 “벌교는 날이 따뜻해 참다래가 많이 난다”고 말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벌교시장에서 20년 째 과일을 팔고 있다는 한경자 씨는 “보성은 우리나라에서도 남쪽에 자리해 따뜻하다보니 참다래가 많이 난다”며 “품종은 레드가 가장 달고 골드가 그 다음, 일반 참다래도 맛있다”고 말한다.

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허기가 졌다. 벌교에 왔으니 그래도 꼬막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에 한 식당을 찾았다. 벌교시장 뒤편으로는 꼬막 파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꼬막비빔밥이 한 그릇에 8000원. 서울에서 먹으려면 최소 1만 2000원은 잡아야 하는데 확실히 싸고 양도 많다.

식당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둘러 앉아 숟가락으로 꼬막 살을 발라내고 있다. 식당 아주머니는 “꼬막 한 망이 20kg인데 바쁠 때는 하루에 30망씩 까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식당 한 곳에서 하루에 꼬막 600kg라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벌교시장의 과일 노점에서는 참다래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벌교의 한 식당에서 맛본 꼬막비빔밥. 사진 / 유인용 기자
율포의 회천수산물위판장. 근방에서 가장 큰 위판장으로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도 장을 보러 온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식당에서 나와 벌교 주변을 둘러본 뒤 율포로 돌아왔다. 다향울림촌 바로 앞의 회천수산물위판장에 잠깐 들렀는데 벌교시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꼬막은 없고 갑오징어나 도다리 등 제철 맞은 큰 물고기들이 위주다. 다원이 가깝다 보니 관광객들도 많고 2층에는 바로 회를 떠 주는 초장집이 있다.

보성시장은 아무래도 내륙이다 보니 농산물이 위주고 벌교시장은 수산물과 과일이 많다. 율포에서는 보성시장이 더 가깝고 수산물위판장도 있기 때문에 벌교시장까지 나가는 일은 거의 없다. 꼬막이나 참다래와 같은 벌교 특산품을 사는 일이 아니라면 보성시장에서 장을 봐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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