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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선비정신이 깃든 아리 아리 아리랑여행
선비정신이 깃든 아리 아리 아리랑여행
  • 양소희 여행작가
  • 승인 2017.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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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몰랐던 향교여행이야기 
향교여행 ② - 정선향교
사진 / 임준선
정(情)이 흐르는 선(線), 정선(旌善)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진행되는 정선향교의 문화관광프로그램. 사진 / 임준선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정선] 해마다 같은 여행에 싫증이 났다면 이번 가을에는 아리랑 기차를 타고 정선으로 향교여행을 떠나보자. 선비 정신이 깃든 아리 아리 아리랑 여행은 색다른 체험, 놀라운 여행이야기로 속이 꽉 찬 가을여행이 되어 줄 것이다. 

아리랑 열차 타고 정선의 3味를 즐기러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아리랑 열차를 타고 개방형 통유리 창밖으로 들어오는 그림 같은 자연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정선역에 도착한다. 정선아리랑 열차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비둘기호 열차가 없어질 위기를 겪게 되었을 때 정선5일장을 접목시켜 거듭나는 데 성공한 관광열차이다. 아리랑 관광열차는 1999년 3월 17일부터 운행을 시작해 해마다 4월초부터 11월 말까지 운행을 하고 있다. 

사진 / 임준선
명륜당에서 여행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정선향교 어르신들. 사진 / 임준선
사진 / 임준선
정선에서 맛의 3대천왕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곤드레밥. 사진 / 임준선

정선 기차역에 도착하면 점심부터 먹는다. 정선에서 손꼽히는 맛의 3대천왕인 콧등치기, 곤드레밥, 황기백숙이 기다리고 있다. 콧등치기는 메밀국수의 일종으로 여름에는 차게 말아 먹어 면발이 콧등을 쳐 콧등치기라고 하며 겨울에는 느름국이라고 부른다. 곤드레밥은 곤드레 나물을 넣어 지은 밥으로 간장, 고추장, 된장 등으로 비벼 먹는다. 

황기백숙은 정선에서 나는 황기와 각종 약재, 대추 등을 넣어 만든 닭백숙으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만큼 예약은 필수이다. 정선향교에서 준비한 여행 프로그램은 정선에서 손꼽히는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여행이 된다.  

선현의 지혜를 배워보는 고유례
300년 역사가 간직되어 있는 정선향교에서는 첫 순서로 조선시대에 새로운 출발을 위한 아름다운 마무리 의식이었던 고유례를 배워 본다.

고유례 순서는 유복을 입고 선비가 되어 참여한다. 고유례란 나를 돌보는 조상과 성현(告由)에게 예(禮)를 올리는 시간이다. 하늘을 향해 그리고 땅을 보며 사람을 위해 향을 피우고 성현과 스승께 절을 하며 분주했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한없이 경건해 지는 시간이다. 고유례를 처음 접해보는 참가자들은 다른 곳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선비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다. 고유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접 헌관과 집사자 역할을 하면서 유교정신과 인성예절을 스스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 / 임준선
유복을 입고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선비체험. 사진 / 임준선
사진 / 임준선
성현과 스승께 절을 하며 분주했던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고유례 장면. 사진 / 임준선

이어지는 순서는 향교 안으로 들어가 청년유사가 진행하는 전통 다례를 배우며 따뜻한 차를 마시고 차와 곁들여 먹으면 좋을 예쁜 다식을 만들어 본다. 차를 마신 후에 차분한 마음을 이어 붓을 들고 글씨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졌는데 참가자들은 부채 위에 멋드러진 사군자를 그리면서 조선시대 선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진다며 자신들처럼 붓을 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리라 상상해 본다.

6억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걸작, 화암동굴 
둘째 날에는 기상 후 동강지역을 트레킹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신비를 간직한 화암동굴 체험으로 향했다. 화암동굴은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개발된 테마형 동굴로 총 5개의 코스로 나누어 져 있다. 첫 코스는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 모습을 생동감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역사의 장이다. 이어지는 ‘금맥따라 365’는 갱도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머리위에 태고의 환상적인 기암괴석을 살펴본다.

사진 / 임준선
6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화암동굴 체험. 사진 / 임준선
사진 / 임준선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도 둘러볼 수 있다. 사진 / 임준선

금깨비와 은깨비가 안내하는 동화의 나라를 거쳐 금의 세계로 들어가 금에 관한 모든 것을 디오라마로 살펴보면 마지막으로 대자연의 신비인 동양 최대의 유석폭포와 대형석순, 석주 등이 자라고 있는 천연종유굴이 신비감을 더해준다. 화암동굴 체험을 하면서 세파를 이겨낸 연령의 참가자들은 멋진 동굴이라는 감탄과 함께 일제 강점기에 수탈의 수단이 되었던 정선지역의 광부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정선5일장
화암동굴을 나오면 정선5일장으로 향한다. 이미 전국에 입소문이 난 정선시장은 1966년 2월 17일부터 문을 연 우리나라의 전통 5일장으로 2일 7일로 끝나는 날마다 5일 간격으로 한 번 씩 열린다. 품질 좋은 산지 농산물을 살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정선아리랑공연, 떡메치기 등 다양한 볼거리로 흥이 절로 나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시장에서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정선의 특이한 음식 중 하나인 올챙이묵은 별미. 옥수수가 주재료로 국수틀에서 떨어지는 모양이 마치 올챙이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주로 김치 고명을 곁들여 먹는다. 산에서 채취한 갖가지 산나물을 맛 볼 수 있는 산채백반과 간식거리로 메밀부침, 전병, 수수부꾸미, 약과나 한과 등을 손쉽게 맛 볼 수 있다. 

양반의 기운을 받아 볼까? 아라리촌
두 손 가득 장을 본 후에는 양반체험을 하기 위해 아라리촌으로 향한다. 아라리촌은 정선 아리랑이 품고 있는 생활과 풍속을 담기 위해 조성된 전통 가옥촌으로 2004년에 문을 열었다. 정선의 옛가옥은 지역의 특성상 논이 없어 초가지붕을 만들 재료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붕재료를 정선에서 흔한 재료로 대체해 너와집, 저릅집, 굴피집 등 산간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가옥구조가 되었다. 

사진 / 임준선
아리랑의 발상지인 정선에서 펼쳐지는 아리랑극 공연. 사진 / 임준선
사진 / 임준선
정선향교는 닫힌 공간으로 있었으나 최근 활발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의 전통문화 계승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 / 임준선

아라리촌의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을 무대로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을 남기는 양반이 되는 체험과 아리랑을 배워보는 아리랑학당 등이 있다. 촌장님이 직접 조선 정조 때 박지원이 정선지역을 배경으로 쓴 <양반전>의 조형물 앞에서 설명을 해준다. 양반의 온갖 형식적, 권위적, 허례적인 것을 풍자하는 해학을 해설하는 재치에 절로 웃음이 난다. 체험을 마치고 촌장님으로부터 양반의 덕목이 담긴 양반증서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모두 이 시대의 양반이 되어 아라리 촌을 나왔다. 

낙향한 고려유신들이 부른 노래, 아리 아리 정선 아리랑 
정선아리랑극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아라리촌과 이웃하고 있는 아리랑 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정선이 왜 아리랑의 고장인지를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하는 일정으로 준비한 순서이다. 

정선아리랑은 충절의 상징인 고려유신들이 정선으로 낙향하여 은둔하면서 정선지역에 구전되어 내려오던 가락에 아라리를 붙여 부른 노래다. 오랫동안 정선지역에 구비 전승되어 온 민요로서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호이며 정선군을 대표하는 문화아이콘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아리랑’의 발상지인 정선에서 펼쳐지는 아리랑극은 그 자체로 참가자들에게 가장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0월호 [국내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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