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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강릉을 대표하는 '호수바다'를 걷다
강릉을 대표하는 '호수바다'를 걷다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6.07.1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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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걷기 좋은 길 - 해파랑길 39코스
[여행스케치=강릉] 강원도 강릉의 아이콘은 역시 바다다. 이에 더해 경포호를 비롯한 석호가 유명하고, 최근에는 커피의 도시라는 이름도 얻었다. 그래서 찾기 좋은 강릉의 볼거리들을 한데 모아놓은 길이 해파랑길 39코스이다.
해파랑길 39코스 시작지점인 솔바람다리. 바닷물이 민물 강으로 넘어오는 문턱이기도 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해파랑길 39코스 - 솔바람다리에서 사천진리까지

커피거리가 유명해진 이유
“죽도봉은 좌우로 민물과 바닷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망대죠. 나무를 정리해야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관리가 되지 않아 시야가 막혀있어 아쉽네요.”

솔바람다리 아래를 지나는 민물의 파도와 바람을 맛보고 죽도봉을 함께 오른 김동길씨가 아쉬움을 표한다. 두 개의 물길을 함께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은 확실히 있지만, 각각을 따로 보는 것도 충분히 운치가 있다.

죽도봉을 내려서면 보이는 안목해변은 커피거리로 유명한 곳. 2009년 제1회 강릉커피축제를 개최하며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알리는 데 중심역할을 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맛좋은 커피를 파는 카페들이 늘어서기 전에도 안목해변은 커피의 거리로 유명했다. 당시 주인공이었던 커피는 아메리카노도 카페라떼도 아닌 자판기 커피였다.

“비오는 날이면 강릉 사람들은 차를 몰고 안목에 와서 자판기 커피를 마셨어요. 차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낭만을 즐겼던 거죠.”

심지어 “자판기마다 커피 맛이 달라서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자판기도 있었다”고 말하는 김동길씨는 커피거리가 계속 개발되면서 맛좋은 자판기들이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고 말한다. 안목해변에는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안목해변에서 송정해변을 거쳐 강문해변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 코스는 백사장과 솔숲을 번갈아 걷는 길. 해변의 파도소리와 솔숲의 바람소리가 적절히 교대를 하여 걷는 길을 지겹지 않게 해준다.

솟대다리에서 바라본 강문해변의 파도. 이곳에서 바닷물이 경포호로 흘러든다. 사진 노규엽 기자

과거를 딛고 새롭게 되살아난 경포호
“경포8경 중 2경에 해당하는 강문어화가 펼쳐지는 장소가 바로 이곳 강문해변입니다. 경포호와 동해의 물이 교차하는 지점이죠.”

지금은 육지 쪽의 물길이 약해져 바닷물이 내륙으로 더 많이 밀려들어간다고 말해주는 김동길씨. 경포호에 제법 가까운 강가에서는 망둥어도 잡힌다니 황당할 노릇이다. 경포호를 개발하면서 물길을 잘못 건드린 것이 이 같은 결과의 주범으로 의심되는 바, 개발의 미명 아래 생태계에 혼란을 주게 된 점이 안타깝다.

강문해변부터 백사장 걷기를 끝내고 바닷물이 들어가는 길을 따라 사람도 육지로 향한다. 경포호로 가는 길목에 있는 허균ㆍ허난설헌기념관도 들러볼 만한 코스. 생가터는 상시 개방하지만, 기념관은 월요일이 휴관일이니 참고할 것.

경포호에서는 둘레길을 따라 걷기만 해도 좋지만, 옆으로 조성되어 있는 경포습지공원을 걸으면 재밌는 일이 많다. 이 자리는 1960년대에 경포호를 덮고 논을 만들었던 곳이다. 덕분에 당시 사람들은 식량난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경포호의 크기는 1/2 수준으로 줄어버렸다. 그러나 다시 논을 없애고 습지공원으로 조성하며 아쉬움을 씻어내게 되었다. 김동길씨가 가장 반가워하는 것은 가시연의 부활이다.

“어린 시절 이곳에 소풍을 오면 흔히 볼 수 있는 가시연이었는데, 논이 만들어지면서 다 사라졌죠. 그런데 습지공원 개발 과정에서 씨가 발견되어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가시연은 일반 연꽃과 달리 가시가 돋친 꽃이 연잎을 뚫고 올라온다고 한다. 반세기가 지나 꽃이 다시 피게 된 것도, 꽃이 피어나는 모습도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습지공원을 나오면 경포호 둘레길을 따라 해파랑길이 이어진다. 한편, 자투리 코스로 경포대를 비롯한 1루 10정을 연결한 루정길도 있으니 여유가 있다면 연계해 걸어보자.

경포호에는 목재데크 산책로와 함께 경포습지공원, 루정길 등의 즐길 거리가 많다. 사진 노규엽 기자

가까이 파도소리를 들으며 길을 마무리한다
경포해변부터는 다시 백사장과 솔숲을 번갈아가며 걷는 길이다. 다만 사근진해변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인 멍게바위가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멍게처럼 생기기도 했다는 이 바위에는 한 효녀의 전설이 남아있다. 멍게바위에 앉아 어머니의 병이 낫기를 기도하던 처자 앞에 용왕이 나타나 “바위에 붙은 멍게를 따서 어머니께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 하였고, 그 말대로 행했더니 병이 씻은 듯이 나았더라는 이야기.

“소원을 이루어주는 바위로 명성이 나있죠. 그래서 전국의 무당들이 사근진을 찾아와 한동안 머물며 기를 받아가기도 해요.”

김동길씨의 말처럼 모래사장에 있는 집들을 살펴보면 일반 민박집이 아닌 무당들의 기거처임을 볼 수 있다. 뱃머리 전망대 뒤편으로는 수제돈가스집으로 유명한 카페 고등어도 있으니 들려볼 만한 곳.

바다와 호수를 가득 눈에 담는 해파랑길 39코스의 마지막은 사천진 해변에서 마무리된다. 지금까지 걸었던 해변과 다르게 백사장이 짧고 파도가 굉장히 가까운 곳까지 달려오는 맛이 있는 곳. 최근 들어 관광지로 알려지고 있는 사천진이지만 아직은 다른 맛이 남아있다. 갈 길이 급하지 않다면 숙소를 한 곳 구해 달빛 아래 치는 파도소리에 취해보는 것을 권한다.

백사장 가까운 곳까지 파도가 들어오는 사천진 해변의 모습. 사진 노규엽 기자

Info)해파랑길 39코스
솔바람다리-허균ㆍ허난설헌기념관-경포대-사천진해변 약 15.9km, 약 5시간 30분
찾아가기 :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227번 이용, 남항진 정류장 하차 후 솔바람다리까지 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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