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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농촌에 땅을 산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보성 다향울림촌④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농촌에 땅을 산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보성 다향울림촌④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4.27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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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경우 품목에 따라 농토 매입
귀촌이라면 우선순위 정해 답사 다녀보기
녹차밭부터 꼬막 정식까지 보성 여행
보성에는 차나무를 기르는 다양한 크기의 다원이 있다. 5월 2일부터 6일까지는 한국차박물관 일대에서 보성다향대축제가 개최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보성] 보성에서 살기 시작한 지 벌써 넷째 날에 접어들었다. 낮에는 보성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회천면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문규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녹차와 태백산맥, 꼬막까지 알차게 보성 둘러보기
오전에 출발해 다향울림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국차박물관을 먼저 들렀다. 보성을 포함해 우리나라의 차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1층에서는 녹차 티백을 비롯해 양갱, 젤리, 아이스크림 등 녹차를 주재료로 한 다양한 먹거리들을 만나볼 수 있고 3층에서는 주말마다 녹차 시음을 해볼 수 있다. 박물관 꼭대기의 전망대에서는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차박물관 일대에서는 오는 5월 2일부터 6일까지 보성의 대표 축제 다향제가 열린다.

박물관을 둘러본 뒤엔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으로 향했다. 소설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보성 벌교를 배경으로 한다. 문학관에는 소설의 준비 과정부터 작가의 취재 노트, 집필 당시 작가가 사용했던 물건 등을 전시해놓았고 소설의 실제 육필 원고도 볼 수 있다. 1만6500매에 달하는 원고지는 바닥부터 쌓아 놓으면 어린 아이 키를 훌쩍 넘는다. 문학관 옆으로는 소설에 등장하는 ‘현부자네 집’과 ‘소화의 집’이 있어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의 한국차박물관에서는 보성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차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차박물관 1층에서는 녹차와 관련된 다양한 먹거리들을 구입할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 벌교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기도 하다. 벌교 시내 곳곳에서는 소설에 등장했던 장소를 찾아볼 수 있고 소설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태백산맥문학관도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심은순 전라남도 문화관광해설사는 “보성 벌교는 1900년대 초반 일제가 물길을 통해 농작물을 수탈해가면서 발달한 곳으로 한때 벌교 인구만 5만에 이를 정도로 큰 도시였다”며 “소설 <태백산맥>에 벌교의 과거 모습이 녹아 있고 옛 금융조합 건물 등 벌교의 <태백산맥> 관련 장소에서는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거나 벌교의 역사를 엿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한다.

문학관을 둘러본 뒤 꼬막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이 딱 들어맞게 남도식으로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꼬막정식을 먹으며 알게 된 것은 꼬막에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꼬막은 껍데기에 세로 줄무늬가 있는 세꼬막이다. ‘벌교 꼬막’이라고 부르는 것은 참꼬막으로, 세꼬막보다 크기가 약간 크고 가격도 비싸다. 피꼬막은 작은 꼬막 세 개를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다.

꼬막 정식으로 빵빵해진 배를 안고 식당 맞은편의 보성여관에 들렀다. 보성여관도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곳으로 소설에서 ‘남도여관’으로 등장한다. 일본식 나무 건물로 지어진 외관이 멋스럽고 2층에는 넓은 다다미방도 있다. 지금도 실제로 숙박을 할 수 있고 내부를 돌아보거나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여관에서 차를 한 잔 마신 뒤 율포로 돌아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태백산맥문학관 앞쪽에 자리한 현부자네집. 기와와 정원에 일본식 건축 특징이 남아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벌교를 찾았다면 꼭 맛봐야 할 꼬막정식. 꼬막회무침부터 참꼬막, 세꼬막, 피꼬막 등 다양한 꼬막 요리들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보성여관의 내부 모습. 실제로 숙박도 가능하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농촌에 보금자리를 틀기 전 꼭 고려해볼 것
오후에는 선배 귀농인인 문규성 초록바다농장 대표를 만났다. 문규성 대표는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30년 간 근무하다가 10년 전 퇴직하고 고향인 보성으로 돌아와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문규성 대표가 거주하는 보성 회천면에서 잘 자라는 품목은 감자와 쪽파다. 봄에는 감자를, 가을에는 쪽파를 기른다. 문규성 대표에게서 귀농 및 귀촌 관련해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문 대표는 “귀농하는 분들 중 농작물의 판로가 전혀 없어 걱정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소량으로 재배한다면 친환경 인증을 받아, 양이 적더라도 유기농 농작물을 원하는 이들을 타겟으로 판매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농작물 재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라며 “재배부터 유통, 포장까지 소비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귀농 및 귀촌을 준비하면서 토지 매입에 앞서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농촌에는 수확한 농작물들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해주는 ‘저온저장소’가 있는데 귀촌한 사람이 저온저장소의 팬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며 민원을 넣은 사례가 있다.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조용한 시골 마을을 상상하며 도시에서 귀촌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시끄러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오후에는 귀농 선배인 문규성 초록바다농장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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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성 대표는 30년 간 다녔던 회사 생활을 정리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귀농 생활을 하고 있다. 문 대표의 밭에서 감자가 자라고 있는 모습.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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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성 대표(사진 오른쪽)가 예비 귀농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문 대표는 "귀농을 준비할 때 토지 매입 전 사전 답사를 다양한 지역으로 다녀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이 외에도 땅을 제대로 보지 않고 매입한 뒤 귀촌했는데 알고 보니 인근에 축사가 있어 냄새에 시달리는 경우, 귀농한 사람이 마을의 도로 일부가 포함된 땅을 매입했는데 그 뒤로 도로를 지나다니지 못하게 해 마을 사람들이 빙 돌아서 다니게 된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문규성 대표는 “귀농 및 귀촌의 준비 과정에서 답사를 자주 다녀보는 것이 좋다”며 “귀농을 한다면 농작물의 품목에 따라, 귀촌을 한다면 소음이나 냄새 등 주변 상황을 잘 고려해 장소를 정하고 토지 매입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문 대표를 비롯한 다른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귀농 및 귀촌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문 대표가 토지 분야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어 유익했다.

귀농을 하게 된다면 농사일이 힘들 것만 생각했는데 토지 매입부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주말농장이나 세컨드하우스 등이 아닌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경우라면 장소를 선정하기 전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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