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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냉면 열전] 여름 더위 식혀주는 냉면, 어디까지 먹어봤어요?
[냉면 열전] 여름 더위 식혀주는 냉면, 어디까지 먹어봤어요?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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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냉면 VS 비빔냉면…당신의 선택은?
사진 / 여행스케치 DB
전국 각지 냉면 맛집을 찾아 떠나는, 전국 냉면 열전!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서울] 냉면을 먹을 때 빠지지 않는 고민거리가 있다. 차가운 육수를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물냉면과 쫄깃한 면발을 매콤달콤한 양념에 섞어 즐기는 비빔냉면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문제다. 양대 스타일을 놓고 ‘물냉파’와 ‘비냉파’로 나뉘어 있는 우리들. 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물냉면은 평양식, 비빔냉면은 함흥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가장 대중화된 두 냉면에 대한 이야기일 뿐. 우리나라 냉면 문화는 더욱 다채롭게 발전해왔다.

슴슴한 국물이 반가운 평양냉면
물냉면의 대표주자인 평양냉면은 메밀과 전분을 섞어 만든 면을 차가운 국물에 말아서 먹는 음식이다. 면의 주재료인 메밀을 평안도 지역에서 많이 재배했기에, 가까운 대도시 평양을 중심으로 냉면 전문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름이 굳어진 것이다.

평양냉면이 남쪽으로 내려온 건 1800년대 말, 인천 개항 시기로 보인다. 평안도 사람들이 ‘인천 드림’을 꿈꾸며 항구도시에 식당을 열었고, 6.25전쟁 이후로는 피난민들이 서울에 자리를 잡으며 수도권에 평양냉면 전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1800년대 말, 인천 개항과 함께 인천 평양냉면의 역사도 시작되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광주옥에서는 '남도 음식'에서 보기 드문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광주옥에서는 '남도 음식'에서 보기 드문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현재 수도권에 있는 평양냉면 전문점들 중 오랜 전통을 내세우는 곳들은 을지로4가 우래옥 본점을 비롯해 의정부 평양면옥과 장충동 평양면옥, 마포 을밀대 등이다. 대부분 이미 평양에서 냉면 전문점을 운영했던 1세대들이 6.25전쟁 때 월남하면서 남한에 문을 열었다. 이들은 자손들에게 평양냉면의 명맥을 잇게 하면서, 3대 또는 4대에 걸쳐 평양냉면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인천, 대전, 부산 등 대도시에도 3~4대에 걸쳐 명맥을 잇고 있는 평양냉면 전문점들이 남아있고, 새로운 평양냉면 브랜드들도 생겨나고 있다.

모두 원조를 내세우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 이는 평양냉면이 가정식이었기에 집집마다 먹던 스타일이 달랐던 것에 이유가 있다. 그래서 평양냉면은 이 집, 저 집 다니며 새로운 맛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대중의 선택을 받은 함흥냉면
함흥냉면도 평양냉면과 마찬가지로 6.25전쟁으로 인한 실향민들이 남한에 정착하며 원조의 전통을 잇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함흥에는 함흥냉면이란 이름이 없다.

함흥냉면은 함경도 대표 면 요리인 ‘농마국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농마국수는 감자 농마(녹말) 가루로 만든 면에 고명을 올려 먹는 음식이다. 여기에 국물을 부어 먹었다는 주장과 국물 없이 비벼먹었다는 주장으로 의견이 분분한데, 아마도 함경도 내 지역에 따라 두 가지 스타일이 공존했으나 남한에서는 비벼먹는 스타일이 더 인기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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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면발 위에 빨간 고명이 올라간 함흥냉면.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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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명태회냉면에는 명태 고명이 올라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함흥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맵게 양념한 회무침이 올라가는 점이다. 함흥에서는 주로 가자미회를 사용했지만, 남쪽으로 내려와서는 가자미보다 흔하게 잡히는 홍어를 쓰게 된 것이라 한다. 탄생 스토리가 비슷한 속초의 명태회냉면도 실향민들이 월남했을 당시, 동해에서는 명태가 많이 잡혔기에 스타일이 굳어진 것이라 한다. 또, 면을 만들 때도 고구마전분을 사용하는 등 만드는 지역에서 흔한 재료를 쓴다는 점만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평양냉면이 인기가 높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함흥냉면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냉면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기집에서 먹는 후식 냉면들도 대부분 함흥냉면 스타일을 준비하고 있는 사실 때문이다. 이는 간이 센 걸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전국 방방곡곡 숨겨진 냉면이 많다
지난 반세기 동안, 평양식과 함흥식이 번갈아 인기를 끄는 동안 소외된 냉면들도 있다. 가장 서러울 냉면이 경남 진주의 진주냉면이다. 조선 시대부터 ‘냉면 중에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나, 현대에는 그 위상이 많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소고기 육수에 해물을 아끼지 않고 넣어 다시 우려낸 국물과 두툼하게 얹어주는 육전 등 푸짐한 비주얼을 지녀 충분히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전국적으로 널리 대중화가 되지 않아 경남 진주와 몇몇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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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방에서 시작되었다는 음식, 진주냉면.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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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째 황해도식 냉면을 판매하는 황해식당의 옥천냉면. 사진 / 김샛별 기자

경기 양평에도 옥천냉면으로 오래 이름을 알린 황해도식 냉면이 있다. 평양냉면이 소고기나 꿩을 우려낸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가감하는 스타일이라면, 옥천냉면은 100% 돼지고기로만 육수를 내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재밌는 점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섞어서 면을 만든다는 것. 평양과 함흥 스타일을 둘 다 차용한 점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사뭇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외에도 소개하지 못한 전국의 냉면 스타일은 아직도 많다. 냉면 마니아들은 비주얼과 태생이 냉면과 유사한 막국수와 밀면도 냉면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도 다양한 냉면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으니, ‘면사랑꾼’이라면 전국 팔도 여행길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8년 8월호 [전국 냉면 열전]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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