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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냉면 열전] 강원도 평양냉면의 터줏대감
[냉면 열전] 강원도 평양냉면의 터줏대감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9.04.30 08: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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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모부터 시작해 근 100년 전통의 평양냉면
삼척 뚱보냉면이 동해 냉면권가로 이어진 사연
"음식 만드는 사람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존중 있어야"
증조모의 제일면옥부터 냉면권가까지 이어오고 있는 평양냉면. 사진 / 노규엽 기자
증조모의 제일면옥부터 냉면권가까지 이어오고 있는 평양냉면. 사진 /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동해]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방송에 소개되며 부쩍 인기를 얻고 있는 평양냉면. 이전까지는 그 특유의 슴슴한맛에 싱겁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그 맛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해방 전후 이주민과 6.25전쟁 피란민들에 의해 남한에 자리 잡은 평양냉면은 인천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전통 평양냉면 가게들이 있다. 그중 강원도에서 오랜 역사를 지키고 있는 냉면권가를 방문한다.

1930년대 평양부터 3대째 흘러 동해까지
한반도 남쪽의 평양냉면 노포들이 대개 그러하듯, 냉면권가도 이북에서부터 평양냉면을 만들어온 가문이다. 권영한 냉면권가 대표의 증조모께서 1930년대부터 평양에 제일면옥이라는 이름의 냉면가게를 운영했고, 6.25전쟁으로 인해 월남해서도 권 대표의 아버지 권봉국 전 대표가 서울에서 제일면옥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당시에는 남쪽에서 평양냉면 1세대로 불리는 우래옥과 강서면옥 사장들과도 친분이 있었다고. 권영한 대표는 바로 그 점이 냉면권가가 강원도에 자리 잡게 된 이유인 것 같다고 추측한다.

당시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다들 어려운 환경에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제 아버님은 나름 유복한 환경에서 장사를 하실 수 있었답니다. 다들 어려운데 본인은 여유가 조금 있다는 점, 그에 심적인 고민을 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50년대부터 서울을 떠나 강원도로 흘러들었죠.”

냉면권가는 동해시내에 위치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냉면권가는 동해시내에 위치해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냉면권가에서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냉면권가에서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그렇게 냉면권가의 역사는 영월 상동과 태백 황지를 거쳐 갔고, 60년대 중반에 삼척 도계로 이동하면서 뚱보냉면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권 대표는 아버지가 체구가 좋으셔서 키 180cm에 몸무게는 130kg에 이르다보니 뚱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지금도 이쪽 지역 사람들은 아버지부터 해오던 뚱보냉면을 기억하고 찾아오시는 분이 많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권영한 대표가 동해에 자리를 잡으면서 냉면권가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그 맥은 태백과 사북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권 대표의 동생이 운영하는 태백 뚱보냉면을 비롯해, 기술을 제휴하여 뚱보냉면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제법 있다고. 이북에서 운영했던 제일면옥부터 체크를 하면 어느덧 근 100년을 이어오고 있는 강원도 냉면 노포의 역사다.

전통을 유지하는 맛은 공정과 정성
냉면권가는 집안 대대로 평양냉면을 계속 만들어오고 있는 만큼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권영한 대표는 이를 매뉴얼화된 비매뉴얼, 딱히 정하지 않았어도 지켜야하는 원칙이라고 말한다.

평양냉면은 첫째 메밀로 만들어야 하고, 둘째 고기육수를 사용해야 합니다. 저희 집은 가장 기름기가 적은 소 사태 삶은 물에 동치미를 합치죠. 동치미도 얼갈이가 아닌 제철 무만을 사용해야 하고, 100% 태양초로 만든 고춧가루와 황토 마늘로 양념류를 만듭니다. 맛이 달라지지 않게 하려면 절대 재료를 바꾸어서는 안 되죠.”

냉면 면발을 유지하기 위해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메밀 반죽을 하는 것도 냉면권가에 이어지고 있는 권 대표의 원칙이다. 미리 해놓은 반죽은 3분만 지나도 못쓰게 된다는 이유라고 한다.

권영한 대표는 주문 즉시 메밀 반죽을 치댄다. 즉석으로 만들어야 면발이 유지된다는 이유다. 사진 / 노규엽 기자
권영한 대표는 주문 즉시 메밀 반죽을 치댄다. 즉석으로 만들어야 면발이 유지된다는 이유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권영한 대표. 사진 / 노규엽 기자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는 권영한 대표. 사진 / 노규엽 기자

한편, 평양냉면을 논할 때 입방아처럼 오르내리는 것이 평양냉면 맛있게 먹는 법이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그런 방법이란 없다고 선을 긋는다.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언급되는 내용들이 각자 개인이 취향대로 먹던 여러 방법이 섞여있는 겁니다. 평양냉면은 각자 좋아하는 맛을 추가해 먹는 음식이거든요. 면발에 식초를 붓고, 고춧가루를 타고, 슬라이스 파를 넣는 것도 개개인이 먹던 방식 중 하나인 거죠. 유일하게 겨자는 필요합니다. 육수에 타면 맛을 살리는 작업을 하거든요.”

세대가 바뀌면 유행이 바뀌고 맛도 바뀌는 법이라 개개인이 평양냉면을 변형해 먹는 일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원칙을 지켜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방침이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먹는 음식인 만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집안 대대로 만들어왔던 원칙을 지키고 있는 냉면권가의 평양냉면은 육향이 강하면서도 짜지 않고, 면발의 식감도 느껴질 정도로 매력이 있다. 냉면권가는 그 원칙의 맛을 경험해보기 위한 좋은 장소임에 틀림없다.

Info 냉면권가
메뉴 평양냉면함흥냉면 9천원, 통닭 18000, 수육 3만원
운영시간 오전 11~오후 9(매월 둘째주, 넷째주 월요일 휴무)

주소 강원 동해시 중앙로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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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반 2019-05-06 11:29:39
서울 대표 평양냉면과 견주어도 대등한 맛입니다.
역사와 전통은 무시할 수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