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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아듀 2015, 웰컴 2016] 서른 즈음에 무전여행을 떠나다
[아듀 2015, 웰컴 2016] 서른 즈음에 무전여행을 떠나다
  • 박민우 기자
  • 승인 2015.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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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술술 안 풀린 인생, '예·술·인'
무전여행을 떠난 한국화 퍼포먼스 아티스트 신은미 씨
사진 / 박민우 기자
신은미 씨는 또 한 살을 먹기 전에 지나온 나의 길과 앞날을 생각해보려 여행을 떠난다. 사진 / 박민우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공주] 인생은 예상한대로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부터 뭔가 삐걱거린다. 서른 즈음에는 더욱더 심각해진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봐도 막막하고 앞날을 생각해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또 한 살을 먹기 전에 지나온 나의 길과 앞날을 생각해보려 여행을 떠난다. <예·술·인> 여행을….

사진 / 박민우 기자
무전전국일주 대장정의 출발을 알리며. 사진 / 여행스케치 DB
사진 / 박민우 기자
행선지 피켓을 들고 히치하이킹 중인 은미 씨. 사진 / 여행스케치 DB

“빵~빵~! 어디까지 가세요?”, “강원도 평창이요 평창!”, “난 강릉으로 바로 가는데, 그래도 괜찮으면 타시든가~!”, “아~!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신은미 씨는 서울에서 강릉으로 직행, 얼떨결에 동해에 와버렸다. 생각지도 못한 행선지였지만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니 걱정 대신 위안이 앞선다. ‘뭐, 무전여행이 행선지 정하고 다닐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많은 사람 만나고 멋진 곳을 여행하면 그게 진짜 여행이지.’ 그렇게 시작된 무전여행 11일째. 그는 지금 전국을 누비고 있다.

호리호리한 체구에 20kg의 배낭을 메고 공연도구를 담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신은미 씨는 무전여행을 하는 ‘히치하이커(Hitchhiker)’다.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첫발을 어렵사리 떼고 나니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고, 오히려 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단다. 

단 11일 만에 느낀 작고 소소한 감동과 인연들이 모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가고 있는 것에 대해 그녀 스스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 소개해준 또 다른 좋은 사람, 지인과 지인들이 연결고리가 되어 그에게 다리 역할을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 / 박민우 기자
공연 중 멋진 산수화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신은미 씨. 사진 / 이준호
사진 / 박민우 기자
‘한국화 퍼포먼스 아티스트’ 신은미 씨의 거리 공연을 보는 관중들. 사진 / 이준호

신은미 씨는 한국화를 전공한 ‘한국화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한국화 퍼포먼스 아티스트란, 국악과 함께 한국화를 그리는 퍼포먼스 공연을 통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는 예술가를 말한다. 은미 씨는 퍼포먼스 공연을 하나의 장르로 발전시켜 보다 많은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서른 즈음에 시작한 이번 여행은 무작정 짐 싸들고 떠나는 무전여행이 아니다. 인생에서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인생길을 잘 걸어가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서른 즈음에, 더 늦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번 여행에는 중요한 테마가 있다. ‘그림과 소통’을 주제로 무전전국일주를 진행하고 있는 것.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가 그동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그림과 접목시켜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려 한다. 그래서 규칙을 세웠다. 무전여행을 하지만 차를 태워주고 음식을 나눠주고, 잠을 재워주는 이들에게 그림으로 답례를 하는 것이다.

사진 / 박민우 기자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게 선물한 그림. 일러스트 / 신은미

그림에는 ‘저와 인연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낙관을 찍어 선물한다. 뜻하지 않은 답례를 받은 이들은 너나없이 기뻐한다. 이들은 훗날 큰 예술가로 성장한 은미 씨를 알아보고 뿌듯해 하지 않을까?

그의 무전여행은 서울에서 시작해 강릉~평창~용인~천안~공주~대전~전주~광주~강진~하동~여수 등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이곳에는 그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꼭 만나보고 싶었던 이들에게 미리 연락을 해 놓았기 때문.

예술가의 길을 가는 데 있어 멘토가 되어 줄 사람도 있고, 롤 모델인 사람도 있다. 알고 지낸 사람도 있지만 생전 처음 만나는 이들이 대부분. 한국화를 그리는 그녀가 다른 장르의 예술인들을 만나면 두 장르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그렇게 그의 여정은 이어진다.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이번 여행이 끝나면 은미 씨는 많은 성장을 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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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차를 태워주신 고마운 분과 함께. 사진 제공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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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공산성 앞에서 만난 ‘오지탐사대’ 대원들. 사진 / 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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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둔치공원에서의 신은미 씨. 사진 / 박민우 기자

은미 씨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여행의 연장선이자 원대한 꿈의 시작점이 될 그것은 외국을 여행하면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공연을 하며, 세계인들을 만나는 것. 더불어 그가 추구하는 자신만의 예술 장르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그 가능성을 시험해보는 예행연습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이 밀집된 커다란 광장에서 단아한 한복을 입고 섬섬옥수 섬세한 붓 터치로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기립박수를 치는 관객들을 상상해보면 전율이 느껴진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새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밝고 활기차게 웃는 모습에서 커다란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런 그의 에너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과연 그대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 가?’, ‘그대는 자신의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길 자신이 있는가?’,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할 의지가 있는가?’.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무의식 중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그는 오롯이 ‘해피 바이러스’다. 은미 씨는 페이스북에 여행 과정에서 받은 느낌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보물 같은 인연이 맺어진다. 그 빛이 하도 찬란해서 이 여행이 끝나는 날 온 세상이 그들의 빛으로 정화될 것만 같은 황홀한 기분마저 든다!”

Info 금강둔치공원
공주종합버스터미널 앞에 위치한 금강둔치공원은 금강을 따라 운동시설과 산책로가 조성되어있어 가족 나들이에 좋은 장소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이 바라보이는 장소에는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핑장도 마련되어있다.
주소 충남 공주시 신관동 553-7
문의 1899-0088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5년 12월호 [특집]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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