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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금강소나무와 함께 살아온 삶 국가 농업유산, 금강소나무 숲길
금강소나무와 함께 살아온 삶 국가 농업유산, 금강소나무 숲길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5.01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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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행작가 협동조합' 주최 농업유산 현장 탐방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사전 예약 필요해
금강소나무 식재 행사,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 기대
울진은 우리나라에서 금강소나무 분포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울진은 우리나라에서 금강소나무 분포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울진] 굳건한 의지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도 좋은 환경이 있어야 오랜 시간 푸름을 뽐낼 수 있다. 소나무 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울진의 금강소나무도 마찬가지. 금강소나무를 지켜온 주민들의 노력 덕에 이곳에는 500년의 역사를 가진 소나무도 자태를 지키고 서 있다.

500년을 지나 1000년을 바라보는 울진의 금강소나무 숲은 국가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송이버섯 채취 등 최소한의 임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연과 공존해 살아온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빛을 발했기 때문. 

‘대한민국 여행작가 협동조합’과 함께 국가 농업유산, 금강소나무 숲을 만나러 울진으로 떠났다.

금강소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곧게 자란다는 것. 사진 / 김세원 기자
금강소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곧게 자란다는 것. 사진 / 김세원 기자

휘어짐 없는 나무, 금강소나무
울진의 금강소나무 숲은 쉽게 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굽이굽이 길을 지나고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가야 하나?” 할 무렵 계곡과 마을 너머로 산을 빼곡히 채운 소나무 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에서부터 다시 40분 정도 계곡을 보며 들어가야 그제야 금강소나무 숲길의 입구이다. 가는 길에 이정표가 따로 나와 있지 않으니 방문하기 전 위치를 숙지하는 것이 좋다.

굽이굽이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금강소나무 숲길의 입구. 사진 / 김세원 기자
굽이굽이 들어가야 볼 수 있는 금강소나무 숲길의 입구. 사진 / 김세원 기자
길을 걷다 보면 노란색 띠가 둘러진 소나무가 보인다. 국가에서 사용할 소나무를 표시해 둔 것. 사진 / 김세원 기자
길을 걷다 보면 노란색 띠가 둘러진 소나무가 보인다. 국가에서 사용할 소나무를 표시해 둔 것. 사진 / 김세원 기자

금강소나무의 특징 중 하나는 휘어짐이 없다는 것. 입구부터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것만 같다. 이런 형질 덕에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금강소나무는 국가의 관리를 받아왔다. 울진의 금강소나무도 마찬가지. 이곳에도 조선시대 왕실전용 소나무 군락지임을 알리는 황장봉표계석이 있어 함부로 벌목하지 못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숲길을 걷다 보면 소나무에 노란 띠가 둘린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국가에서 “이 나무는 우리가 사용할 나무입니다”하고 표기해둔 것. 최종은 국가중요농업유산 해설사는 “실제로도 국가에서 목재가 필요할 때면 이곳에서 가져다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최종은 해설사가 금강소나무와 다른 소나무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최종은 해설사가 금강소나무와 다른 소나무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입구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금강소나무 전시실이 나온다. 이곳에는 일반소나무와 금강소나무를 잘라 둔 것이 있어 단면을 보며 그 차이를 눈으로 직접 비교할 수 있다. 해설사는 “금강소나무는 여타 소나무에 비해 나이테가 촘촘하고 재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금강소나무 숲길에서 다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금강소나무 숲길은 예약탐방제로, 사전 예약해야만 탐방 가능하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금강소나무 숲길 따라 이어지는 정신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은 예약탐방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숲길로 올해는 지난 4월부터 탐방을 시작했다. 금강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것.

금강소나무를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생태관광, 책임관광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금강소나무를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해 생태관광, 책임관광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과거 숲에서 나는 버섯을 채취해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이곳과 공존하며 살았던 주민들의 모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임업으로 생계유지를 하기도 하고, 금강소나무를 이용한 건축물, 예술품 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정된 구역에서만 도시락을 먹게 하는 등 숲길을 훼손하지 않는 생태관광, 책임관광을 시행해 금강송 보존과 가치 향상에 힘쓰고 있다.

소나무와 민족 전통문화가 어떻게 어우러져있는지 강의 중인 백민 원장. 사진 / 김세원 기자
소나무와 민족 전통문화가 어떻게 어우러져있는지 강의 중인 백민 원장. 사진 / 김세원 기자
보호수로 지정된 500년 소나무. 사진 / 김세원 기자
보호수로 지정된 500년 소나무. 사진 / 김세원 기자

대한민국 여행작가 협동조합이 주최한 행사에 함께 참여한 백민 백민역학연구회 원장은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있어 가장 친근하고 사랑받는 나무”라며 “아이가 태어났을 때 금줄에 솔잎을 걸어두고, 사람이 죽으면 소나무 관에 몸을 누이는 것을 보면 우리는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소나무와 인연을 맺는 것”이라고 소나무와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가 어떻게 어우러져있는지에 대해 강의한다. 바로 옆에 자리한 500년 소나무의 가치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유소정 여행작가 겸 요가 강사와 함께 한 숲 속 힐링타임. 사진 / 김세원 기자
유소정 여행작가 겸 요가 강사와 함께 한 숲 속 힐링타임. 사진 / 김세원 기자
참가자들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참가자들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유소정 강사가 요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유소정 강사가 요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최 해설사는 “짧게 길을 걸어보기 전 잠시 숨을 고르며 숲을 온전히 느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유소정 여행작가 겸 요가 강사의 지도에 따라 천천히 호흡하고 몸을 움직이자 숲이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자연 앞에서는 백 마디 말보다 몸으로 느끼는 것의 힘이 더 크다.

옛 보부상 길을 걷고싶다면 1코스를 걸으면 된다는 것이 최 해설사의 설명. 사진 / 김세원 기자
옛 보부상 길을 걷고싶다면 1코스를 걸으면 된다는 것이 최 해설사의 설명. 사진 / 김세원 기자

곧게 뻗은 금강소나무 사이에서 옛 보부상들이 걸어 다니던 길을 체험하고 싶다면 1코스를 걷는 것을 추천한다. 옛 보부상 길을 따라 조성한 곳이라 의미가 깊다.

행사의 하이라이트 금강소나무 식재. 나무를 심고 각자의 이름표를 달았다.사진 / 김세원 기자
행사의 하이라이트 금강소나무 식재. 나무를 심고 각자의 이름표를 달았다.사진 / 김세원 기자

내 이름 단 소나무 한 그루 심어볼까
이번 농업유산 탐방은 보고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금강소나무를 식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눈으로만 보던 금강소나무에 이름을 걸어 둔다고 하니 마음 한편에 책임감이 생긴다. 

금강소나무 묘목의 뿌리만큼 땅을 파야 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금강소나무 묘목의 뿌리만큼 땅을 파야 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흙을 덮을 때는 고루 흙이 들어갈 수 있도록 묘목을 한 번씩 흔들어주는 것이 좋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흙을 덮을 때는 고루 흙이 들어갈 수 있도록 묘목을 한 번씩 흔들어주는 것이 좋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구수곡자연휴양림 내에 자리한 울진금강송문화관 앞 풀밭에 길이 약 1.5m 정도 되는 금강소나무 묘목들이 눕혀져 있다. 목장갑을 끼고 삽을 들면 준비 완료. 묘목 심을 구덩이를 뿌리 길이만큼 파내고 묘목을 넣는다. 흙을 덮을 때는 흙이 구석구석 잘 들어가도록 한 번씩 나무를 흔들어주는 것이 좋다. 잘 심어진 묘목 가지에 이름표를 거니 설레는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 

직접 심은 금강소나무 묘목의 모습. 1년 후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직접 심은 금강소나무 묘목의 모습. 1년 후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대한민국 여행작가 협동조합'가 주체한 울진 금강송 농업유산 현장 탐방에 함께 한 '백민역학연구회' 사진 / 김세원 기자
'대한민국 여행작가 협동조합'가 주체한 울진 금강송 농업유산 현장 탐방에 함께 한 '백민역학연구회' 참가자들. 사진 / 김세원 기자

이름표까지 다 달고 나자, 여기저기서 “내년에 이 소나무 잘 크고 있나 확인하러 와야겠다”는 말이 들린다. 울진군 관계자는 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울진군에 방문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전한다. 잘 뿌리내린 소나무가 일 년 뒤에 더 자란 모습으로 다시 방문한 체험자들을 반겨주길 바라본다. 

휴양림 근거리에는 불영사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휴양림 근거리에는 불영사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휴양림 주변으로는 경치가 아르답고 흐르는 계곡이 눈을 시원하게 하는 불영사와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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