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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안개가 자욱이 피어나는 곳, 곡성 안개마을(종합)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안개가 자욱이 피어나는 곳, 곡성 안개마을(종합)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5.03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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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 자리한 조용한 시골 마을
지역 특산물은 딸기, 토란 등…관광지와도 가까워
선배 귀촌인 팁 '빨리 적응하고 싶다면 동호회 활용해볼 것'
사진 / 김세원 기자
곡성 안개마을의 풍경.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곡성] “'곡성(谷城)' 그 속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이라면 태어난 곳과 상관없이 곡성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을 것” 영화 <곡성>이 큰 인기였을 무렵 본 유근기 곡성 군수의 글은 곡성에 꼭 한 번은 가보리라 마음먹게 했다.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가 신청 기간이 뜨자마자 곡성 안개마을을 부리나케 누른 이유가 여기 있다.

곡성에서 ‘산다’는 것은 여행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보통의 여행이라면 경험할 수 없는 사소하지만 새로운 곡성의 모습을 만날 기회이다. 마음의 고향, 여생을 보내게 될 수도 있는 곳, 귀농귀촌을 체험하러 간 곡성에서의 5일이 기대된다.

아따 안개마을 깨깟하니 살만하네요잉~ 
섬진강 변에 자리한 곡성 안개마을은 마을 이름대로 새벽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을에 안개가 자욱이 피어나는 곳이다. 곡성을 둘러싸고 있는 산 위로 뿌연 안개가 덮일 때면 저곳에 신선이 살고 있진 않을까 할 정도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가 가득한 마을은 400가구가 산다고는 하지만 동네는 조용한 편이다. 이중 약 16명 정도가 귀농 혹은 귀촌해 마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 조용한 안개마을에서 5일간 머물게 된 곳은 도농교류센터 안에 만들어진 숙박업소.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홈페이지에서 본 것보다 깔끔해 마음이 놓였다. 맨 앞방을 빼곤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지만, 체험을 하러 왔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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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가구가 사는 안개마을. 이중 약 16명 정도가 귀농 혹은 귀촌해 마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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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변에 자리한 곡성 안개마을은 마을 이름대로 새벽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을에 안개가 자욱이 피어나는 곳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안개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읍내가 지척이라는 것과 곡성의 주요 관광지 대부분이 마을에서 한 시간 이내에 있다는 것이다.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주민이 “여가 시골 치고는 깨깟하제. 면사무소도 여 있고”하며 동네 자랑을 할 만큼 관광지 뿐 아니라 면사무소와 우체국 등을 비롯한 관공시설이 있어 웬만한 업무는 읍내에 나가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 

Info 안개마을
주소 전남 곡성군 고달면 고산로 39-18

남은 시간에 즐기는 시골 낭만
‘시골’ 하면 고즈넉한 풍경과 여유로움이 떠오른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닌지 이동현 귀촌인은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며 “이곳에 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과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려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이 남자 곡성 곳곳에서 시골 로망을 실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마을은 섬진강변에 위치해 마을에서 자전거로 30분 정도면 섬진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머리 위로 뜬 해가 뜨겁지만, 페달을 밟을수록 바람도 세져 기분 좋게 시원하다. 

큰 아름드리나무가 보인다면 섬진강 자전거길에 거의 다다른 것. 20분 남짓 달려 숨이 차, 나무 그늘아래서 잠시 숨을 고른다. 조금 더 가자 어느덧 ‘섬진강 자전거길’을 알리는 바닥의 파란 선이 나온다. 편하기로 이름난 자전거길답게, 큰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안개마을은 섬진강변에 위치해 마을에서 자전거로 30분 정도면 섬진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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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자전거길’을 알리는 바닥의 파란 선.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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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마을 내에 장미공원이나, 작은 놀이동산인 드림랜드도 있어 아이와 함께 와도 좋은 곳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섬진강은 겨울의 황량한 색을 벗고 갓 피어난 푸릇푸릇한 초록빛 나뭇잎들로 가득하다. 살랑살랑 가볍게 몸을 싸고도는 봄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이 이렇게 여유로운 일상이 계속된다면 귀촌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마을을 벗어나 보면 갈 곳은 늘어간다. 버스를 타고 10분, 읍내로 나가면 곡성역 옆쪽으로 섬진강기차마을 입구다. 이제는 이용하지 않는 구 곡성역을 활용해 관광지로 만든 이곳은 과거의 기찻길이 그대로 남아있어 가정역으로 가는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증기로 가지는 않지만, 소리부터 연기까지 증기기관차를 재현해 실감 난다. 섬진강과 곡성 풍경을 보며 달릴 수 있어 인기가 좋은 편.

기차마을 내에 장미공원이나, 작은 놀이동산인 드림랜드도 있어 아이와 함께 와도 좋은 곳이다. 읍내 어디를 가도 보이던 관람차가 보여 올라타자 곡성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일정 중 남은 시간에 다녀본 곡성의 곳곳은 여유롭게 다녀온 덕분인지 더 반짝반짝해 보인다. 

Info 섬진강기차마을
주소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이용 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입장료 대인 5000원, 소인•경로자 4500원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짓지 뭐”
안개마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안개와 하얀 비닐하우스이다. 봄이면 딸기, 여름이면 메론이 나는 이곳은 하얀 비닐하우스 근처에 가면 아직 남아있는 달콤한 딸기냄새가 솔솔 난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귀촌해 딸기 농사를 짓는 조장익 사장의 딸기 농장. 귀농한 지 5년이 되었다는 그는 마을에서 성실하다고 소문난 농부이다. 

딸기는 손을 대는 것마다 알이 굵고 실하다. 귀농한 지 이제 5년 차인 농부의 작물이 어떻게 이렇게 잘 자랐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하나를 따서 먹어보라는 임채홍 도농교류센터 센터장의 말에 먹어본 딸기는 모양만큼 맛이 달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곡성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봄이면 딸기, 여름이면 메론을 재배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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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막바지인 딸기밭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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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한 지 5년이 된 조장익 사장은 마을에서 성실하다고 소문난 농부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조장익 사장은 “4월 말부터 5월까지는 딸기가 끝물”이라며 “이제 이 딸기를 다 거둬내고 이 자리에 멜론을 옮겨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사장의 말대로 다음날 일손을 도우러 찾은 곳은 딸기를 정리하기 위해 준비 중인 곳. 딸기밭에 남은 작은 딸기를 모두 따야 밭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잘한 알맹이를 제외하곤 모든 딸기를 따야 한다. 센터에 있는 직원부터 체험자까지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딸기 정리를 시작하자 체험을 했을 때와는 다른 것이 보인다. 

장미과인 딸기의 가시가 손을 찌르고, 좁고 낮은 고랑은 이동을 방해한다. 딸기를 위해 조절된 높은 온도에 온몸이 땀으로 적셔져 한 알 한 알을 딸 때마다 꽤 힘들다. 바구니가 가득 차는 모습은 재밌지만 그만큼 몸이 힘든 것도 사실.

전날 만난 조장익 사장의 “재미는 딸기 따기 체험이 재밌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는 “저도 귀농을 했지만, ‘할 거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은 있을 수 없는 말”이라며 “동료들과 밥을 먹다가도 기후가 달라지면 달려가 농작물을 살펴야 할 만큼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바구니에 가득 찬 딸기가 그저 맛있는 과일이 아닌 새로운 관점으로 보이는 순간이다.

곡성에 귀촌해서 살아남기
임채홍 센터장이 딸기밭을 정리하고 나오자 “와서 농사 지을 수 있겠어요?”하고 물어온다. 함께 체험을 온 김다영 체험자가 “귀촌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는다. 농촌의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내려오는 사람 중에는 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내려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선택지가 막막한 것이 사실.

귀촌을 선택해 먼저 내려와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을까? 귀촌인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3일과 8일 열리는 곡성 오일장 입구에 있는 ‘미카 129’카페의 사장 이성복 귀촌인은 곡성군의 청년창업지원을 이용한 경우다. 광주에서 곡성으로 귀촌한 이 귀촌인은 “곡성의 토란을 이용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곡성 청년창업 1호점을 타이틀을 따냈다”고 설명한다. 

SNS에서 각 지역 이색 아이스크림 지도에 선정 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토란 아이스크림과 토란을 넣어 만든 기차빵은 시장을 방문한 젊은 관광객을 비롯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메뉴이다. 지역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가져다 준 좋은 결과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곡성 오일장 입구에 있는 ‘미카 129’카페. 사장 이성복 귀촌인은 곡성군의 청년창업지원을 이용한 경우다.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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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각 지역 이색 아이스크림 지도에 선정 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토란 아이스크림. 사진 /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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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선호 협동조합 섬진강 두꺼비 대표는 “주민들과 친해지려면 동호회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이 사장의 경우처럼 창업은 곡성을 비롯해서 많이 볼 수 있는 귀촌 후 귀촌인들의 삶이다. 하지만 사업도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일. 처음 정착해 자리를 잡기까지는 군내의 일거리를 받아 일하는 경우가 많다. 추선호 협동조합 섬진강 두꺼비 대표는 “이곳에서는 대부분 일을 알음알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고가 없는 귀촌인들에겐 막막한 말이다. 

그럼에도 보통 시골은 대부분의 일이 ‘알음알음’ 진행된다. 귀촌해 집을 지으려 해도 부동산에서 땅이나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 부동산보다는 아는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 팔기 때문. 그래서 연고가 없는 사람들은 더 적극적으로 곡성인들과 친해져야 한다. 

추 대표는 이 점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다들 잘해주시죠. 처음 만나도 금방 친해져요. 근데 진짜 내 이웃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죽었나, 살았나 전화도 먼저 가끔 해보고, 먹을 것도 나눠 먹고 그런 건데 그렇게 되기까지가 정말 힘들죠.”

어떻게 친해졌는지 비결을 묻자, 술자리로 친해졌다며 농담을 건네는 추 대표는 꽤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동호회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여기선 완전 고립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거예요. 인사만 잘하면 쌀과 김치가 생긴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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