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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외여행] 크로아티아 소도시 기행, 발칸의 꽃 트로기르
[해외여행] 크로아티아 소도시 기행, 발칸의 꽃 트로기르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19.05.03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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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이 잘 보존된 소도시 트로기르
조각품이 아름다운 성 로브로 대성당
발칸의 햇살 쬐며 여유로운 커피 한 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트로기르 해안가와 거울처럼 맑은 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화약내 가신 그곳에
     이상향이 기다린다고 해서 
     가방을 싼다네

     뚜벅뚜벅 봄으로 걸어가
     발칸의 빛을 한가득 담아오겠네
     혹여 
     아드리아해 물빛에 마음을 뺏긴다면
     어쩌다 맺은 인연을 뿌리치지 못한다면
     그래서 돌아오는 길을 잃는다면
     그 또한 즐거운 일

     길은 이어지고
     우린 그 길 위에 있으니

[여행스케치=트로기르] ‘아드리아해의 숨은 보석’, ‘유럽 귀족들의 휴양지’ 크로아티아를 수식하는 형용사는 다양하다. 발칸3국 중 하나로 아드리아해를 접하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함께 분류되는 동유럽 국가들과는 분명 다른 색깔을 지녔다. 

크로아티아 자유여행자들의 동선을 보면 수도 자그레브에서 차를 타고 ‘아드리아의 진주’라고 불리는 두브로브니크까지 남행하는 코스를 많이 선택하게 된다. 플리트비체, 스플리트 등의 명소들이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곳곳에 매력 넘치는 소도시들도 많아 정말 보석들이 숨어있는 듯하다. 

트로기르, 발칸의 빛나는 소도시
스플리트-달마티아주의 트로기르(Trogir)도 그런 매력적인 소도시 중 하나이다. 크로아티아 남서부 해안가 지방을 달마티아라고 하는데 유명한 점박이 개 달마티안의 이름이 유래된 곳이기도 하다. 달마티안의 점무늬가 마치 곳곳에서 빛나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소도시들을 연상시킨다.  

크로아티아 소도시들은 올드타운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새마을운동 이후 효율성과 경제성을 좇게 된 우리나라와 비교가 된다. 소도시마다 멋진 올드타운이 있고 그곳에는 오래된 성당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성당에는 으레 종탑이 있어서 구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다. 또한 종탑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받는 것도 하나같은 풍경들이다. 트로기르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성 로브로 대성당 종탑에서 바라본 트로기르와 치오보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본토에서 트로기르로 넘어오는 운하 위에 무지개처럼 다리가 놓여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트로기르는 본토와 치오보 섬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트로기르 운하의 작은 섬인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전체 면적이 약 33,800평, 좌우 직선길이가 500m 남짓에 불과한 작은 섬에는 13세기에 지어진 성 로브로 대성당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성 도미니크 수도원, 15세기에 지어진 카메를렌고 요새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있다. 유네스코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트로기르의 거리 계획이 헬레니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는 베네치아 시대의 뛰어난 르네상스풍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정도로 극찬하였다.

하룻밤 여정이 주는 1박 2일 여행, ‘신의 한 수’
트로기르를 한 바퀴 돌며 사진만 몇 장 찍고 나간다면 2~3시간이면 족할 수 있다. 그러나 트로기르에서의 하룻밤은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숙박은 트로기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치오보 섬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조망하는 해질녘 트로기르의 야경은 동화 속 풍경을 연상시킨다. 아침에는 트로기르 사람들의 일상에 섞여 천천히 섬을 한 바퀴 돌아보자. 작은 소도시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움에 절로 힐링이 될 것이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고급스런 요트들이 한가로이 쉬고 있고 해변가에는 우람한 야자수들이 오래된 건물들을 벗 삼아 발칸의 볕을 즐기고 있다. 이 모든 풍경들은 그대로 거울같은 아드리아해에 반영이 되어 또 하나의 트로기르를 빚어놓는다. 천상낙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트로기르의 대표 볼거리는 성 로브로 대성당이다. 영어식 명칭인 성 로렌스 대성당도 친숙하다. 종교적 인연이 없는 여행자들도 13세기 달마티아 조각가 라도반(Radovan)이 남겨놓은 대성당 입구의 조각 작품 앞에서는 탄성을 내지른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소재로 한 정교한 부조 작품들로 빼곡하다. 문 양쪽의 아담과 이브상도 인상적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성로브로 대성당과 종탑.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카메를렌고 요새.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베네치아 공국의 상징인 사자상 위에 서있는 아담과 이브의 나체상은 성스럽고 신비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네 평범한 이웃처럼 소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성당입구 반대편의 종탑에 오르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오렌지색 지붕들과 파란 물빛, 그리고 그 위를 빼곡하게 채운 요트들이 한 폭의 그림이다.

바다와 접한 카메를렌고 요새도 멋지다. 전형적인 중세풍 요새인데 섬의 방어를 목적으로 건축되었다.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볼 수 있지만 그리 높지는 않고 요새 밑에서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중세시대로의 타임슬립 체험, 트로기르 안길
육지에서 트로기르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면 입구에 해당되는 북문이 있다. 르네상스 양식의 석문 위에는 트로기르의 수호성인으로 통하는 성 이반 오르시니(St. Ivan Orsini)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성 이반 오르시니는 12세기의 주교로 헝가리의 침략 때 시민들의 편에서 시민들을 보호한 이후로 지역의 수호 성자로 받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북문을 통해 들어가는 트로기르 안길은 중세시대로의 타임슬립을 체험하는 듯하다. 네모난 바닥돌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음을 증언해주는 듯 반질반질하다. 좁은 골목길 안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여행자들의 숙소가 숨어있고 기념품 가게들이 숨어있다. 어디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중세 분위기에 반하는, 거슬리는 피사체들이 없다. 올드타운의 보존은 단순히 건물만 흉내 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섬세한 행정력과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기본 일 것이다.

트로기르 여행의 마침표는 해변가(Riva)에서의 ‘멍 때리기’가 진리다. 우뚝 솟은 야자나무와 더 없이 세상 평화로운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카페에서의 커피 한잔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야자수 아래 벤치에 앉아 발칸의 햇살을 쬐는 것만으로도 ‘이런 곳에서 한번 쯤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트로기르의 대표 볼거리는 성 로브로 대성당이다. 영어식 명칭인 성 로렌스 대성당도 친숙하다. 종교적 인연이 없는 여행자들도 13세기 달마티아 조각가 라도반(Radovan)이 남겨놓은 대성당 입구의 조각 작품 앞에서는 탄성을 내지른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소재로 한 정교한 부조 작품들로 빼곡하다. 문 양쪽의 아담과 이브상도 인상적이다. 
치오보섬에서 조망한 트로기르 야경.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트로기르 북문_맨 위에 조각은 수호성인 성 이반 오르시니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트로기르 리바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는 지역 주민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트로기르 리바에서 햇살을 즐기고 있는 지역 주민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크로아티아 여행 팁
크로아티아 자유여행은 보통 렌트카를 많이 이용하는데 우리나라 동해안 일주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트로기르는 스플리트에서 약 30km 떨어진 위쪽에 위치해 있어 서로 연계가 가능하다. 트로기르에서 다시 30km 위쪽에는 프리모슈텐이 있는데 유럽의 국제원예대회인 앙탕트 플로랄(Entente Florale)에서 아름다운 마을 부문 ‘골든플라워상(2007년)’을 수상한 멋진 소도시다. 대중교통으로 트로기르 찾아가려면 버스가 좋다. 스플리트에서 30분 소요되며 요금은 2.49€ 이다. (Flix Bus 기준) 

크로아티아 통화는 쿠나(Kn)다. 1쿠나는 약 175원 정도. 유로(€)화를 가져가 환전해야 한다.

숙소: 크로아티아는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되어있다. 검색을 잘하면 우리나라 펜션급 숙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치오보섬의 Apartments Kasalo는 작은 방부터 3대가 투숙 가능한 가족실까지 갖추고 있어서 소그룹 여행에 추천할 만하다. 발코니에서 웰컴맥주와 함께 즐기는 트로기르의 야경은 덤이다.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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