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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Travel In Drama] 옛길과 터널, 오래된 철로까지…명소로 재탄생한 잊혔던 곳의 반란, 문경
[Travel In Drama] 옛길과 터널, 오래된 철로까지…명소로 재탄생한 잊혔던 곳의 반란, 문경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19.05.0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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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길, 문경새재
SBS 드라마 '해치' 촬영지인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 터널과 철로, 동굴 카페까지
문경새재는 오랜 역사와 수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옛길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경북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문경] 산업화시대에 ‘검은 황금의 땅’이라 불리던 문경. 석탄 산업의 사양화로 활기를 잃었던 도시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석탄을 싣고 지나던 철로는 이제 사람들의 추억을 실어 나르고, 본래의 기능을 잃은 터널은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채로운 매력으로 사람들의 발길 향하게 하는 그곳, 문경으로 떠나본다. 

문경은 경사스러운 소식이 전해진다는 뜻을 가진 고장이다. 하지만 ‘문경새재 넘어 갈제 구비야 구비야 눈물이 난다’는 아리랑 가사처럼 옛사람들에겐 높고 험난한 장소였다. 그런데도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은 유독 이 길을 택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길, 문경새재
문경 여행의 시작은 선비들이 걷던 그 길, 문경새재로 삼는다. 문경새재 초입에 자리한 옛길박물관을 둘러보면 옛 선비들이 문경새재를 고집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문경새재는 오랜 역사와 수많은 사연을 품은 옛길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옛 선비들은 청운의 꿈을 안고 문경새재를 올랐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옛길박물관에서는 길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옛길박물관에서는 길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옛길박물관 외부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옛길박물관 외부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문경새재도립공원 앞에 자리한 가게에서 맛볼 수 있는 암행어사빵.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문경새재도립공원 앞에 자리한 가게에서 맛볼 수 있는 암행어사빵.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문경새재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던 영남대로 상에서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고되고 힘든 길이었을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비들이 이 길만을 걸어간 이유는 일종의 징크스 때문이었다. 한양으로 가는 길은 문경새재를 제외하고도 여럿 있었지만, 죽령(竹嶺)으로 가면 ‘죽죽’ 미끄러지고,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떨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옛길박물관은 길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와 역사, 그 길을 걷는 이들의 애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시 상황을 재현한 시청각자료를 통해 ‘옛 사람들의 여행길은 어땠을까?’, ‘그들이 멨던 괴나리봇짐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와 같은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다.

Info 옛길박물관
입장료
성인 1000원, 어린이ㆍ청소년ㆍ군인 7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월 1일, 설ㆍ추석 당일 휴관)
주소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44

초가집, 기와집, 궁궐에 이르기까지 130여 동의 조선시대 건축물로 꾸며진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초가집, 기와집, 궁궐에 이르기까지 130여 동의 조선시대 건축물로 꾸며진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조선시대행 타임머신 타고 떠나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옛길박물관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온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은 드라마 <태조왕건>, <대조영>, <무인시대> 등을 촬영한 사극명소로 처음 지어질 당시에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졌지만, 2008년에는 조선시대 세트장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과 같은 많은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지난 4월 말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해치> 역시 이곳에서 촬영됐다. 

드라마 <해치>는 무수리에게서 태어나 스스로를 ‘천한 왕자’라 칭하는 연잉군 이금(정일우 분)과 과거시험 프로 낙방 선비 박문수(권율 분), 사헌부의 열혈다모 여지(고아라 분), 사건 해결사인 거리의 왈패 달문(김훈 분)이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고, 사헌부 개혁에 성공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트장에 들어서면 이곳을 누비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11번이나 낙방을 하고도 포기하지 않았던 열정선비 박문수의 모습이 간절한 마음으로 문경새재를 넘었을 선비들과 겹쳐 보이는 듯하다.

세트장에서 볼 수 있는 조선시대 궁.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세트장에서 볼 수 있는 조선시대 궁.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예부터 해치는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로 간주되어 궁궐 등의 건축물에 장식되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예부터 해치는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로 간주되어 궁궐 등의 건축물에 장식되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이곳에서는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한 ‘해치’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해치는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전설 속의 동물로 ‘해태’라고도 불린다.

해치는 화재와 재앙을 막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궁궐 입구 등에 세워졌으며, 정직한 마음으로 올바른 정치를 하라는 의미에서 신라시대부터 관복에도 사용됐다. 조선시대에는 사헌부 관원이 머리에 쓰는 관을 ‘해치관’이라 불렀으며, 드라마 속에선 사헌부 관원들이 자신을 해치라 칭하며 고위 관료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심판했다.

이곳에서 촬영된 작품 중 MBC <신입사관 구해령>, JTBC <나의 나라>, 넷플릭스 <킹덤 시즌2> 등은 방송을 목전에 두고 있다. 드라마 미리 보기처럼 촬영현장을 미리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작품뿐 아니라 촬영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강녕전에 꼭 들려보길 권한다. 강녕전에 마련된 홍보관에서는 세트장에서 촬영한 작품 소개와 더불어 당시 사용된 소품과 대본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임금의 처소인 강녕전에 마련된 홍보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임금의 침전인 강녕전에 마련된 홍보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홍보관에서는 드라마 촬영 당시 사용된 소품과 대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홍보관에서는 드라마 촬영 당시 사용된 소품과 대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Info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ㆍ군인 1000원, 어린이 5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월 1일, 설ㆍ추석 당일 휴관)
주소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1037

버려졌던 것들의 화려한 부활
문경을 여행할수록 이 도시와 드라마 <해치>의 주인공 이금이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수리였던 어머니를 둔 탓에 왕자이지만 왕자로 살 수 없었던 이금. 버려지고, 방황하던 그처럼 문경에는 석탄 산업의 쇠락으로 방치될 수밖에 없던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바로 석현터널이다. 석탄을 실은 문경선 기차가 다닐 수 있게 길을 내어주던 곳이지만 광산이 하나둘 폐광되고 수송이 끊기면서 그 기능을 잃고 문을 닫았다. 그렇게 닫혀있던 공간이 다시 문을 연 것은 지난 2017년. 석현터널이 아닌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문경오미자테마터널 외부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문경오미자테마터널 외부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은 폐터널에서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곳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은 폐터널에서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곳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터널 입구에 서면 제일 먼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터널 안의 온도는 평균 14~17도. 입구에서부터 낮은 온도를 체감하며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색색의 조명이 터널 안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는다. 

540m의 터널 안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가득하다. 익살스런 표정의 캐릭터들이 반겨주고, 반짝이는 불빛이 마음까지 밝혀주며, 터널미술관도 마련돼 있어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또한 터널 안 카페에서는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를 차와 와인 등으로 즐길 수 있다.

색색의 조명이 터널 안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색색의 조명이 터널 안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다양한 맛을 내는 오미자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터널 내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진남역을 비롯한 5개 역에서는 철로자전거를 타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이제는 석탄이 아닌 사람들의 추억과 즐거움을 실어 나르는 철로.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이제는 석탄이 아닌 사람들의 추억과 즐거움을 실어 나르는 철로.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인근에는 문경오미자테마터널과 같은 길을 걸어온 곳이 또 있다. 석탄을 실은 열차가 분주히 지나고, 갖가지 사연을 품은 사람들을 맞이했던 진남역이다. 석탄의 생산이 멈추며 이곳의 시간 역시 함께 멈춰 섰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2004년, 국내 최초 철로자전거가 마련되면서 황량한 철길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온기가 더해진다. 문경엔 이곳 진남역뿐 아니라 가은역, 문경역, 구랑리역, 불정역 등 총 5개 역에서 철로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Info 문경오미자테마터널
입장료
성인 35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ㆍ경로 20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주말은 7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경북 문경시 마성면 문경대로 1356-1

Info 문경철로자전거 진남역
주소
경북 문경시 마성면 진남1길 155

비밀의 문이 열리면…신비로운 동굴 카페 까브
진남역에서 40여 분을 달려 닿은 황장산 자락. 이곳엔 커다란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것이 하나 놓여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다소 황량한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황장산 기슭에 자리한 동굴 카페 까브.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황장산 기슭에 자리한 동굴 카페 까브.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아름다운 내부 모습만큼 놀라운 점은 이곳 역시 채산성이 떨어져 방치되어 있던 폐광이라는 사실이다. 6년 전쯤 카페로 탈바꿈해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아름다운 내부 모습만큼 놀라운 점은 이곳 역시 채산성이 떨어져 방치되어 있던 폐광이라는 사실이다. 6년 전쯤 카페로 탈바꿈해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은은한 불빛에 비춰진 카페 내부는 그야말로 황홀하고, 신비로운 인상을 준다. 혹 동굴 모습을 연출해 놓은 것은 아닐까. 손으로 벽을 쓱쓱 문질러 보니 의심의 여지가 없는 실제 동굴이다. 입구 쪽에 마련된 바를 지나 조금 더 안으로 들어서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분명 동굴인데 동굴이 아닌 것 같은 이색적인 모습. 누구라도 카메라를 꺼내들게끔 만드는 모습이다.

반천반귀(半賤半貴)의 왕자 이금이 왕이 되어 후대에 성군으로 칭송받은 것처럼 쓸모를 다해 버려졌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으로 재탄생한 문경의 명소들. 그 화려한 부활이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Info 까브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5시(주말ㆍ성수기에는 7시까지 운영) 
주소 경북 문경시 동로면 안생달길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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