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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다시 걷는 우리 길] 푸른 바다와 기암 해변 따라 걷는, 강릉 바다부채길
[다시 걷는 우리 길] 푸른 바다와 기암 해변 따라 걷는, 강릉 바다부채길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5.14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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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정동진의 또 다른 명물,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2016년 10월 개방…걷는 내내 바다 감상할 수 있어
높은 절벽과 푸른 바다를 품은 헌화로까지
쪽빛 바다와 절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쪽빛 바다와 절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강릉] 강릉은 강원도의 명품 여행지다. 지난 동계올림픽이 열린 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강릉, 커피거리와 바다부채길을 다녀왔다.

강릉에는 구경할 것이 많다. 율곡 선생의 외갓집인 오죽헌, 허균 선생의 생가가 있는 초당마을, 대관령과 이어진 바우길, 그리고 등대가 야무진 주문진, 드라마 <모래시계>를 촬영한 정동진 등등.

드라마 <모래시계>가 뭔지도 모를 청춘들까지 데이트코스로 찾고 있는 정동진에 또 하나의 명물이 생겼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흔히 ‘바다부채길’로 불리는 이 길은 오랫동안 해안경비 순찰로로 군인들이 이용하던 바닷가 절벽 아래에 목재와 철재로 데크를 설치하여 개방한 도보용 길이다. 그 해안 중간에 부채바위가 있고, 이곳 해안이 부채를 펼친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이순원 소설가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의 모래시계. 사진 / 박상대 기자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의 모래시계. 사진 / 박상대 기자
정동진 쪽 시작지점에 경사가 급해서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정동진 쪽 시작지점에 경사가 급해서 나무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바다부채길은 그동안 해안경비용 철조망과 초소만 있던 해안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바다부채길은 그동안 해안경비용 철조망과 초소만 있던 해안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2016년 10월에 처음 개방한 2.86km 바닷길이다. 정동진 썬 크루즈 리조트 주차장 옆에서 심곡항까지 바다와 접해 있는 길. 여전히 군인들의 초소가 있고, 철조망이 쳐진 바닷가를 걷는다. 정동진과 심곡항 어느 쪽으로 걸어도 무방하지만 정동진에서 입장하는 편이 유리하다. 

출발지점인 리조트 옆 주차장은 심곡항보다 주차하기에 편리하고, 시작지점부터 약 300m에 걸쳐 경사가 심한 내리막이기 때문이다.

부채길은 걷는 내내 바다를 볼 수 있다. 모든 길이 인공 데크로 이루어져 있지만 걷는 데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위험구간이 없어 어린이들이 걷기에도 안전하다. 

바닷물이 맑고 곱다. 봄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보드랍다. 시야가 넓으니 가슴이 확 터진 기분이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계단 모양의 해안단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구멍이 뚫린 현무암 바위와 대리석처럼 매끈한 돌들이 사선으로 포개져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 이런 아기자기한 모양과 질서정연한 조형물들이 완성된 것인지….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이 일어난 결과물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해안을 따라 목재와 철골 데크가 번갈아가며 설치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해안을 따라 목재와 철골 데크가 번갈아가며 설치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부채길을 걷는 동안 다양한 단층 기암들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부채길을 걷는 동안 다양한 단층 기암들을 구경할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이 해안길의 이름을 품고 있는 부채바위. 사진 / 박상대 기자
이 해안길의 이름을 품고 있는 부채바위. 사진 / 박상대 기자
부채길 주변에 다양한 식물들의 꽃이 피어 있다. 사진은 해당화. 사진 / 박상대 기자
부채길 주변에 다양한 식물들의 꽃이 피어 있다. 사진은 해당화. 사진 / 박상대 기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는 향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절벽 아래쪽엔 분홍색 병꽃과 노랑색 괴불주머니꽃이 피어 있다. 드문드문 피어 있는 연분홍 해당화가 여성들의 시선을 당긴다. 여름에는 원추리와 나리꽃이 피고, 가을에는 보라색 해국이 해안 절벽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바다부채길은 아무 때나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여름철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겨울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개방한다. 입장할 때 입장료(어른 3000원)를 받는 입구에서 안내원들이 미리 설명해 준다.

바다부채길 해안에서는 낚시나 해수욕을 할 수 없다. 이 구역에서 낚시를 하다가 적발되면 20~8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심곡항 가까이에 인공폭포와 전망대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심곡항 가까이에 인공폭포와 전망대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망대에서 본 심곡항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망대에서 본 심곡항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비취색 바닷물과 싱그러운 바람에 취하여 걷다 보면 1시간 남짓 시간이 흐른다. 물론 중간에 만들어놓은 간이 쉼터에서 사색을 즐기거나 여기저기서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시간은 더 흐를 것이다. 서둘러 걸을 필요가 없는 여행객은 바다부채길에서 힐링투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심곡항에 다다르면 10m 높이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인공폭포도 감상하고, 심곡항 아래쪽 해안과 길과 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심곡항 아래 있는 해변도로가 헌화로이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신라 시대,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해변 낭떠러지에 철쭉꽃이 곱게 피었다.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그 꽃을 갖고 싶어 하는데 아무도 꺾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지나가던 노인이 꽃을 따서 바치며 <헌화가>를 불렀다는 전설이다. 

심곡항 아래쪽으로 전설 속의 헌화로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심곡항 아래쪽으로 전설 속의 헌화로가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심곡항에서 금진해변까지 이어진 헌화로는 절벽과 바다를 품고 나 있다. 한쪽에는 꽃이 피어 있는 아스라이 높은 절벽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푸르다 못해 검은 물결이 출렁이는 바다가 펼쳐진다. 이 길은 드라이브를 해도 무방한 길이다.

바다부채길까지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객은 차를 주차해 놓고 길을 걷다 차가 있는 주차장까지 돌아갈 일을 걱정할 수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가야 할지, 중간에서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야 할지? 그러나 강릉 바다부채길에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정동진과 심곡항까지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기 때문이다. 다만 마지막 버스가 5시20분에 출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된다. 버스요금은 어른 기준 1400원이며, 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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