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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6월호
[극장 나들이] 무엇을 듣고, 어떤 것에 귀 기울일 것인가, 연극 '보도지침'
[극장 나들이] 무엇을 듣고, 어떤 것에 귀 기울일 것인가, 연극 '보도지침'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5.1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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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보도지침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한 연극
오는 7월 7일까지 대학로TOM 2관에서 공연
연극의 시작 부분, 글을 낭독하는 주혁과 정배. 사진 / 김세원 기자
연극의 시작 부분, 글을 낭독하는 주혁과 정배.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답하라! 이 모든 진실을 감추기 위해 아침마다 신문사로 팩스를 보내는 자들은 누구인가? 이 모든 진실에 대한 답을 풀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세상에 공개한다.” 

연극은 남자와 여자가 재판의 시작을 알리며 시작된다. 시작부터 각자의 말을 동시에 하는 둘의 모습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보도지침 사건’을 기반으로 한 연극 ‘보도지침’이 2년 만에 돌아왔다. 

보도지침은 제5 공화국 시절인 전두환 정권 당시 정권안정을 명분으로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보낸 기사보도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팽팽히 대립하는 검사와
'보도지침 폭로' 건에 대해 팽팽히 대립하는 검사와 변호사. 사진 / 김세원 기자
읽고 있던 낭독문 종이를 날리는 주인공. 사진 / 김세원 기자
읽고 있던 낭독문 종이를 날리는 주인공. 사진 / 김세원 기자

'그 기사는 보도하지 말 것', '그 기사는 작게 보도할 것', '그 기사는 그 단어를 뺄 것' 등의 보도 지침에 시달리던 1980년대,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는 1985년 10월 19일부터 1986년 8월 8일까지 <한국일보>에 시달 된 보도지침 584개를 월간 <말>지에 폭로했다. 

당시 이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가 9년 후인 1995년에 이들은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연극인만큼 등장인물 또한 실제 사건의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도지침을 폭로한 김주언 기자는 김주혁으로, 월간 ‘말’지의 김종배 편집장은 김정배, 한승현 변호사는 황승욱으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주혁, 정배, 승욱과 법정에서 맞서게 된 검사 ‘최돈결’이 가세한다. 이들은 모두 대학시절 연극 동아리 활동으로 만난 친구들이다.

연극이 진행되는 곳은 법정인 동시에 말을 주고받는 광장, 그리고 마음을 고백하는 극장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연극이 진행되는 곳은 법정인 동시에 말을 주고받는 광장, 그리고 마음을 고백하는 극장이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극은 법정의 모습과 과거 연극 동아리 시절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극은 법정의 모습과 과거 연극 동아리 시절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이곳은 죄를 가르는 법정인 동시에, 말을 주고받는 광장인 동시에, 마음을 고백하는 극장이라고 생각합시다”라는 대사처럼 극은 김주혁과 김정배가 국가보안법 위반, 국가모독 등에 대해 재판을 받는 장면과 그들의 대학시절 연극반이던 때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실제 사건에 과거 연극 동아리 시절의 모습이 더해져 흥미롭다.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배경 사건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객석에서 바라보는 관객들은 다소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오세혁 연출은 “보도지침 초연때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게 해달라’는 강한 주제가 있었다면, 이번 년도에는 ‘어떤 것이 옳은지, 어떤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에 대해 집중했다”고 전했다. 

전 시즌과 다르게 '여자'와 '남자' 역의 배우들이 극 초반부터 팽팽하게 대립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전 시즌과 다르게 '여자'와 '남자' 역의 배우들이 극 초반부터 팽팽하게 대립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법정에 증언하러 나온 주혁이 근무하던 신문사의 편집장. 사진 / 김세원 기자
법정에 증언하러 나온 주혁이 근무하던 신문사의 편집장. 사진 / 김세원 기자
정배가 동아리원들 앞에서 진심을 담은 독백 중이다. 사진/김세원 기자
정배가 동아리원들 앞에서 진심을 담은 독백 중이다. 사진/김세원 기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뀜과 동시에 극에도 변화가 여럿 생겼다. ‘여자’와 ‘남자’ 역의 배우들이 극 초반부터 팽팽하게 대립하는 것도 변화 중 하나이다.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네 명의 친구들이 여자선배와 남자선배 사이에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

내가 듣고 싶은,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보면 좀 더 극에 집중할 수 있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빠른 호흡으로 왔다 갔다 하는 대사와 젊은 시절을 보여주는 과거 네친구 들의 모습은 신념을 보여주면서도 극에 대한 부담은 한층 덜어내고 재미를 더한다. 

보도지침에 대해 편집장에게 화를 내는 주혁. 사진 / 김세원 기자
보도지침에 대해 편집장에게 화를 내는 주혁. 사진 / 김세원 기자
연극 '보도지침'의 출연 배우와 오세혁 연출. 사진 / 김세원 기자
연극 '보도지침'의 출연 배우와 오세혁 연출. 사진 / 김세원 기자

오세혁 연출은 “거대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지만, 개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도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라며 “극을 보고 주변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전했다. 이어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고 해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연극 '보도지침'의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 / (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연극 '보도지침'의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 / (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새롭게 변화되어 찾아온 연극 보도지침에는 박정복, 이형훈, 조풍래, 강기둥, 기세중, 오정택, 손유동, 권동호, 안재영, 장용철, 윤상화, 장격수, 최영우, 이화정, 김히어라 배우가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진실된 독백으로 가득 찬 연극 ‘보도지침’은 대학로 TOM 2관에서 오는 7월 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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