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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3월호
[주말여행] 100년 전 군산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경암동 철길마을‧동국사‧히로쓰가옥까지
[주말여행] 100년 전 군산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경암동 철길마을‧동국사‧히로쓰가옥까지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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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유일한 일본식 사찰 동국사
일제강점기 대지주들의 삶 엿볼 수 있는 히로쓰가옥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초원사진관 등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도시 곳곳에 수탈의 흔적이 남아있는 군산은 역사를 활용한 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군산] 군산 하면 생각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기찻길과 일본식가옥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일제가 호남평야에 생산된 쌀을 수탈했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군산은 서쪽으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만경강을 넘어 온통 호남평야가 이어지기 때문에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막대한 양의 곡물을 일본으로 수출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일제는 군산항을 개방하여 쌀을 수탈했고, 육지에 있는 쌀을 군산으로 들여오기 위해 철길과 포장도로를 개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포장도로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도시 곳곳에 수탈의 흔적이 남아있고, 아픈 역사가 서려 있는 군산. 하지만 군산은 정체된 곳은 아니다. 이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잘 활용하여, 현재는 교육의 장이자 관광 명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에 남은 적산가옥은 일제 만행의 증거이자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교훈의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지도 한 장 들고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또는 하루 만에 후다닥 다 둘러볼 수 있는 소도시, 군산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자박자박 자갈소리 들리는 철길마을 
기찻길을 따라서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묘한 풍경이 펼쳐지는 철길마을에는 더 이상 기차가 지나다니지 않는다. 실 거주 주택 대신 옛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문구점이나 잡화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을 뿐이다. 옛 교복을 대여하고 첫길을 따라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관광지로 변신한 경암동 철길마을은 사실 신문 용지 제조업체였던 페이퍼코리아사의 생산품과 원료를 군산역까지 실어 나르던 기차가 지나다닌 기찻길이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첫길을 따라 추억 여행을 할 수 있는 관광지로 변신한 경암동 철길마을.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경암동 철길마을은 사실 신문 용지 제조업체였던 페이퍼코리아사의 생산품과 원료를 군산역까지 실어 나르던 기차가 지나다닌 기찻길이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경암동 철길마을의 판잣집은 ‘추억의 거리’ 또는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재탄생되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땅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때 방직공장을 만들기 위해 바다를 메워 땅으로 만들었고, 해방 직후엔 정부가 관리했지만, 땅 주인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마을이 형성되었다.

기차가 지나다니는 시간만 되면 경적소리가 울렸고, 마을 주민들은 철길에 널어놓았던 빨래와 화분들을 후다닥 걷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기차가 다 지나가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집과 철길의 거리가 1m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속 10km 정도의 느린 속도로 지나가는 기차였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꽤나 힘든 여건이었다. 소음도 컸고, 위험했다.

이제 그마저도 옛 추억이 되었다. 더는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다. 무너질 것 같은 판잣집은 ‘추억의 거리’ 또는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재탄생되었다. 시간이 멈춘 건 녹슨 철길과 자박자박 소리가 나는 자갈뿐이다. 칼라사진보다 흑백사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철길마을, 저절로 추억이 소환되는 추억의 거리를 거닐어보자.

Info 경암동 철길마을
주소 전북 군산시 경촌4길 14

일제의 흔적 남은 우리나라 사찰
장계산 아래, 금광동에 자리한 동국사는 1909년 일본인 승려인 우치다가 창건한 사찰로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일본 사찰 중 유일하게 사찰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통 사찰과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남은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동국사 뒤편에는 시간이 흘러도 푸른 대나무 숲이 멋스러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이 대나무도 일본산 대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동국사 안에는 소녀상과 참사문비가 있다. 참사문비는 일본 불교의 최대종파인 ‘조동종’ 종단이 1992년 공식 발표한 것으로, 일제감정기의 과오에 대해 사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자세히 살펴보면, 일본 에도시대의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다. 동국사 대웅전의 건축 자재는 일본에서 가져와 지었으며, 대웅전의 지붕은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다. 또한, 화려한 단청이 있는 우리나라 전통 사찰과 달리 처마에는 별도의 장식이 없으며, 외벽에는 유난히 창문이 많다. 승려들의 거처인 요사와 복도가 연결되어 있는 것도 우리나라 사찰과는 다른 특색이다.

등록문화재 제64호로 지정된 동국사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사찰이지만, 창건 당시에는 군산에 있던 다섯 개의 일본 사찰 중 가장 컸다고 한다. 본래 이름은 ‘금강사’였지만, 광복 뒤엔 더 이상 금강사라는 이름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에 이제부터 ‘우리나라(海東國) 절’이라는 뜻으로 동국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동국사 안에는 소녀상과 참사문비가 있다. 참사문비는 일본 불교의 최대종파인 ‘조동종’ 종단이 1992년 공식 발표한 것으로, 일제감정기의 과오에 대해 사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동국사 뒤편에는 시간이 흘러도 푸른 대나무 숲이 멋스러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이 대나무도 일본산 대나무를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곳곳에 아픈 흔적이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일본식 사찰이지만, 동국사라는 이름처럼 이제 우리나라가 소유한 우리나라 사찰이다.  
 
Info 동국사
입장료 무료
주소 전북 군산시 동국사길 16
 
일본 지주의 고급주택, 히로쓰 가옥
동국사에서 나와 500m만 걸어가면 붉은 담장이 눈에 띄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도달한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다른 말로 해서 ‘히로쓰 가옥’이라고 부른다. 일제강점기 당시 유지들이 많이 거주했던 신흥동과 영화동 일대에 일본식 가옥 형태의 집이 40채에서 50채 정도가 남아 있는데, 그중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포목점을 경영해 큰돈을 벌어들인 뒤 군산부의회 의원으로 지낸 히로쓰가 살았던 곳이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포목점을 경영해 큰돈을 벌어들인 뒤 군산부의회 의원으로 지낸 히로쓰가 살았던 곳이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히로쓰 가옥은 보존 문제로 내부 출입을 금하고, 외부만 출입이 가능하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군산 히로쓰 가옥. 외관과 커다란 정원만 보아도 그 당시 풍요로웠던 일본 지주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히로쓰는 대지주가 많았던 군산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상업으로 부를 쌓았던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거주했던 이 가옥은 그 당시 일본인 상류층의 주택을 잘 볼 수 있는 건축물인 셈이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에 도착하면 작은 대문과 펄럭이는 태극기를 볼 수 있다. 작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2층으로 된 목조 건물이 가장 먼저 보인다. 외관과 커다란 정원만 보아도 그 당시 풍요로웠던 일본 지주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다.

히로쓰 가옥 1층에는 온돌방, 부엌, 화장실 등이 있고, 2층에는 일본식 다다미방과 도코노마 등이 있으며, ㄱ자 모양으로 건물 2채가 붙어 있다. 그 사이에는 나무와 꽃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정원과 석등이 놓여 있다.

히로쓰 가옥은 일본식 가옥 중 그나마 원형이 잘 남아 있는 편이며,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일반 관람객을 위해 무료로 개방되어 일반 관람객들도 관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 <장군의 아들>, <타짜> 등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현재는 보존 문제로 내부 출입을 금하고, 외부만 출입이 가능하다.
 
Info 신흥동 일본식 가옥
입장료 무료
휴관일 1월 1일 및 매주 월요일
관람시간 하절기 오전 10시~오후 6시, 동절기(11월~2월) 오전 10시~오후 5시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 1길 17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그 사진관
음악과 영화가 주는 힘은 얼마나 강할까? 한 도시의 상징이 될 때도 있고, 한 시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1998년에 개봉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도 그러한 영화 중 하나다.

초원사진관으로 유명한 이곳은 실제로 사진관으로 운영되는 곳은 아니다. 세트장과 같은 느낌이지만, 군산 하면 번뜻 초원사진관이 생각날 정도로 유명하다. 초원사진관으로 가면 단층 건물 하나만 달랑 있지만, 히로쓰 가옥에서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으로 걸어가는 길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지나가다 들르기에도 좋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초원사진관 벽면에 전시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장면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초원사진관은 영화 촬영 후 철거됐다가 군산시청에서 영화 속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여 다시 만들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영화에 사용된 오래된 소품들이 고스란히 놓여 있는 초원사진관.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영화감독은 영화의 중심이 되는 장소인 사진관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고, 겨우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고 한다. 본래는 차고였는데 주인을 설득해 사진관으로 개조한 후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고, 영화 촬영이 끝날 무렵 철거했지만, 군산시청에서 영화 속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여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정원(한석규)과 주차 단속원인 다림(심은하)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긴 영화 속 장면들과 사진들, 그리고 오래된 소품들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벌써 20년이 지난 영화인데도 아직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걸 보면 새삼 영화의 힘이 강하다는 걸 느낀다. 영화를 기억 하는 사람들도, 혹은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사진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간 느낌이 들 것이다.    

Info 초원사진관
입장료 무료
주소 전북 군산시 구영2길 12-1

100년 전 완공된 구 군산세관 본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바로 옆에 자리한 구 군산세관 본관은 1908년 대한제국 자금으로 세워진 이후 1993년까지 85년간 사용했던 건물이다. 1910년부터 1945년 해방 전까지 주로 호남과 충청지역의 쌀, 곡식 등을 수탈하던 창구로 이용됐는데, 지금은 호남세관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빨간 벽돌과 파란색 대문이 눈에 띄는 이 건물은 독일인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 등 건축재를 수입해 유럽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구 군산세관 본관은 한국은행과 서울역사와 더불어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는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구 군산세관 본관은 1908년 대한제국 자금으로 세워진 이후 1993년까지 85년간 사용됐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내부는 군산세관의 옛 모습과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면적은 약 69평으로, 규모는 작지만 한국은행과 서울역사와 더불어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는다. 현재 전라북도기념물 제87호로 지정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구 군산세관 본관은 이미 여려 차례 영화 촬영지로도 활용되었다. 내부는 군산세관의 옛 모습과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이 전시되어 있다.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그 외에도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이었던 근대미술관,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이었던 근대건축관 등 구 군산세관 본관에서 걸어서 8분 거리에는 근대문화를 알 수 있는 건축물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Info 구 군산세관 본관
주소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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