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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서귀포 산방산 근처 명품예술촌, 제주조각공원
서귀포 산방산 근처 명품예술촌, 제주조각공원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5.2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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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들의 삶의 흔적이 담겨 있는 곶자왈 숲
돌담 끝자락따라 아름다운 조각작품들, 109명의 작가 참여
조각작품 사이로 펼쳐진 산책로 걷기, 160여 점의 작품 감상
산방산을 배경으로 전시되고 있는 조각작품이 많이 있는 제주조각공원. 사진 / 박상대 기자

토실한 가슴을 드러낸 여인, 어느 남자의 건장한 팔뚝… 1987년 개장한 서귀포 제주조각공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109명의 작품 160여 점을 전시한 공간이다.

[여행스케치=제주] 서귀포 대정읍엔 볼거리가 많다. 산방산 근처 조각공원도 그중 하나다. 개장한 지 30년이 더 된 공원이다. 30년 전에는 신혼여행코스였다는데 이즈음엔 청소년들과 데이트족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다... 세상에 하나뿐인 곶자왈 숲에 옮겨진 해녀들의 삶
봄볕이 따사로운 오후였다. 모슬포에서 점심을 먹고 일주서로를 따라 10여 분 달려가자 나타난 안덕면 덕수삼거리.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직사각형 광고탑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제주조각공원은 1987년 10월에 개관했다. 13만여 평의 제주 원시림 속에 조성되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제주조각공원은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와 대정읍 사이에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홍일화 화백이 그린 제주의 아름다운 숲 곶자왈. 사진 / 박상대 기자
홍일화 화백이 그린 제주의 아름다운 숲 곶자왈. 사진 / 박상대 기자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더 많다. 입구로 들어서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니 뒤쪽에 산방산이 우뚝 서 있다. 서귀포 대정읍에 있는 산방산이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조각공원을 살피고 있는 모양새다.

조각공원 안에 들어가니 원형 전시관이 발길을 붙잡는다.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해녀들의 얼굴이다. 붉게 그을리고, 검게 익어버린 해녀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걸려 있다. 더러는 머리에 예쁜 꽃을 두르고, 더러는 살짝 앞니를 드러내고 있지만 썩 유쾌한 표정은 아니다. 수십 년 물질을 해온 해녀들의 무표정한 얼굴 속에 그들의 지나온 삶의 흔적이 잠겨 있다.

“제주도에 사는 친구가 해녀들을 그려보라고 권하더군요. 직접 와서 보니 해녀들의 표정이 무뚝뚝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그분들도 여성인지라 수즙어하고 얼굴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어요. 며칠 동안 해녀들과 친해지느라고 짐도 날라다 드리고, 말도 붙이고 했지요. 겨우 그림 그리는 것을 허락받았어요.”

조각공원에는 작은 연못이 2곳 있으며, 카페에서 커피와 음료를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홍일화 화백은 순식간에 여러 해녀를 그려냈다. 홍 화백은 조각공원 이성훈 사장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말한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그 종사자들을 좋아한다는 이 사장은 홍 화백에게 전시관 뒤쪽 숲속에 있는 빈집에서 당분간(?)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하고, 나중에 이곳에서 전시까지 하라고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해녀들의 사진을 본 이 사장이 “세상에 하나뿐인 곶자왈 숲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권유하며 사람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림 곶자왈로 데려갔다. 홍 화백은 밤잠을 미루며 혼신의 집중력으로 곶자왈을 그려냈다고 한다. 조각공원 입구 전시관에서 해녀들과 곶자왈 숲 그림을 구경하고 조각공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선을 당기다... 돌담의 끝자락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조각작품들
조각공원은 약 13만 평이다. 곶자왈 숲 10만 평이 조각공원을 에워싸고 있으니 조각공원은 5만여 평에 이른다. 지금 그 곶자왈 숲에 오솔길을 만들고 있다.

숲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작은 숲속 산책로를 만드는 것이다. 그 오솔길이 고라니 길이 될지 산토끼 길이 될지 모르겠다. 이 사장은 아주 자연스러운 길, 힐링을 도울 수 있는 길 이름을 지을 것이라고 한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전시되고 있는 조각작품. 사진 / 박상대 기자
산책로에도 조각작품이 숨은 듯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조각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잘 다듬어진 현무암 돌담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돌담 바로 앞에 단정한 조각작품들이 서 있다. 돌담이 끝나자마자 드넓은 잔디밭과 수많은 조각작품들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30년 전 처음 개원했을 때, 한 해에 3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볼 만한 구경거리였는데 그동안 운영자가 몇 차례 바뀌고, 주변에 다른 구경거리가 생기면서 명성이 옛만 못하다고 한다. 

새로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사장은 옛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새 작품들을 들여오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더 많은 포토존도 만들고, 힐링산책로와 데이트코스도 마련하고 있다. 

산책로를 걸으며 마주하는 조각작품. 사진 / 박상대 기자
산책로를 따라 만날 수 있는 조각작품. 사진 / 박상대 기자
산책로를 걸으며 마주하는 조각작품. 사진 / 박상대 기자

토실한 가슴을 드러내고 혼자 서 있는 여인, 매끈한 알몸을 공중에 드러내고 떠 있는 여인, 풍성한 가슴만 노출한 여인,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남자, 어느 남자의 건장한 팔뚝, 여럿이 서 있는 여인들,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다정한 연인 등등. 

어떤 작품은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있고, 어떤 작품은 여러 가족이 일을 하고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서서 산방산을 바라보는 여인이 있고, 호숫가에 외로이 서 있는 남자도 있다.  

길을 걷다... 숲길 산책로 따라 공원 돌아보기
연꽃이 피어 있는 연못 옆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공원 산책을 계속 한다. 입구에서 물어보니 천천히 걸으면 다 둘러보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조각작품은 숲길 산책로에도 있다. 한적한 산책로를 따라 덩치가 큰 조각들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곶자왈로 이어지는 숲길에 큰 족적을 남긴 원로 조각가들의 작품이 숨은 듯 서 있다. 류인, 이일호, 전국광, 임동락 등등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익숙한 조각가와 작품들이 조각공원을 채우고 있다. 

산책로 이정표. 사진 / 박상대 기자
전망대는 3층 건물인데 3층에 무인카페와 프로포즈 포토존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이성훈 제주조각정원 대표는 "낮에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움, 밤에는 여름밤의 시원함과 야경(사진)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이성훈 제주조각정원 대표는 "낮에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움, 밤에는 여름밤의 시원함과 야경(사진)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레스토랑 뒤쪽에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조각공원과 곶자왈, 산방산과 대정읍 앞 바다를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이곳이 삼다도임을 실감하게 한다. 조각공원에는 바람 한 점 없었는데 이곳에는 제법 강력한 바람이 분다.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릴 정도 바람이다.

전망대 2층에는 무인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차나 음료수를 마시고 값을 스스로 치르게 되어 있다. 가끔 현금이 없어서 불편했다는 손님들이 있어 계좌이체를 할 수 있게 했다.

카페 안쪽 구석에는 예쁜 포토존이 있다. 생화 부케와 꽃이 여러 송이 마련되어 있다. 사랑을 다짐하고 프러포즈를 하려는 청춘남녀를 위해 마련해 둔 것이다.

전망대 앞에도 멋진 조각작품들이 있고, 뮬리 정원이 있다. 바위 위에 다정한 사슴 한 쌍이 있고, 바다를 향에 날아갈 듯한 연인상이 있다. 산방산을 배경으로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서 있는 여인상 앞에서 가슴이 콩닥거린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 여인상 앞에서 사진촬영을 한다고 한다.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아름다운 몸매와 맵시를 자랑하는 작품들 앞에서 작가들의 정성어린 예술혼을 느낀다.

INFO 제주조각공원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산 27
문의 : 064-794-9680
운영시간(주간) : 08시 ~ 18시
운영시간(야간) : 18시 ~ 2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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