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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소소하고 특별한 벽화마을을 만나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강풀 만화거리’
[만화 속 배경 여행] 소소하고 특별한 벽화마을을 만나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강풀 만화거리’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9.05.30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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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골목
다채로운 벽화와 조형물, 캘리그라피까지
'백종원의 골목식당' 속에도 등장한 성내동
만화거리와 승룡이네집 위치를 안내하는 조형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울] 2차원 이미지를 실제 공간과 엮어 보여주는 벽화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옛 서울 골목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에 조성된 강풀 만화거리는 ‘벽화마을’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새삼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만화가 강풀은 독자뿐 아니라 만화가들 사이에서도 ‘웹툰 시조새’라는 별칭으로 불리곤 한다. 2003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를 시작한 강풀의 <순정만화>는 스크롤로 내려 읽는 장편 스토리 만화의 연재와 완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지금까지 웹툰의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회자되기 때문이다.

강동구에 강풀 만화거리가 조성된 이유
강풀 만화의 특징으로는 단연 잘 짜인 스토리텔링의 힘을 들 수 있다. 한 시리즈의 호흡이 끝날 때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이야기 구조와 완급 조절은 신작 웹툰이 수없이 명멸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준다. 이밖에 또 다른 특징으로 공간적인 면을 들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강풀만화거리 입구에 조성된 '어서와' 조형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담벼락에 강풀 작가 사인이 남겨져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작가는 자신이 2세 무렵부터 계속 거주 중인 서울 강동구의 풍경을 꾸준히 만화 속에 녹여냈다. 성장기는 물론 신문 배달을 하며 젊은 시기를 보낸 지역에 애정을 담은 결과물이기도 하겠지만, 그 덕에 만화 속 배경이 풍성해짐은 물론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이는 장치로도 작용하고 있다.

강동구 일대를 무대로 삼아 수많은 작품을 발표해 온 강풀은 여전히 이곳에 거주하고 있으며, 새로운 만화 역시 강동구에서 발표하고 있다. 만화를 포함해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서도 이러한 사례는 찾아보기 드물다. 

2013년 서울 강동구가 성내동 천호대로168가길 일대에 13만2376㎡ 규모로 ‘강풀 만화거리’를 조성한 것은 창작물 안팎을 가로지르는 실제적 맥락에 기초한다.

만화가 강풀은 순정만화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Tip 강풀 순정만화 시리즈
강풀의 순정만화 시리즈는 30살 회사원과 고등학생의 사랑을 다룬 <순정만화>부터 어린 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뇌손상을 입은 ‘승룡’과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던 ‘지호’의 인연을 그리는 <바보>, 노인들에게 찾아온 새로운 인연을 따스하게 담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이 모두 좀비로 변한 세상에서 각자의 집에 고립된 남녀가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당신의 모든 순간> 등 다채로운 소재와 무대 위에서 사랑과 인간다움에 관한 물음을 꾸준히 던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강풀 만화거리와 승룡이네집 돌아보기
강풀 만화거리는 2013년 성내2동 일대에 처음 조성되었고, 2014년 말 2차 조성을 거쳐 완성되었다. 강풀의 작품 가운데 ‘순정만화 시리즈’ 네 작품(<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모든 순간>)을 소재로 삼아 구성된 거리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 작중 분위기를 아기자기하게 반영했다. 

따뜻한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결과물인 덕에 거리는 밝고 포근한 인상을 품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벽화가 조성된 이래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강풀만화거리 곳곳을 알려주는 안내도.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 속 인물들이 모인 벽화.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단, 사전정보 없이 방문했다면 입구가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로 나온 후 파크랜드 강동역점이 보일 때까지 약 140m가량 걸으면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라 적힌 기둥이 나온다. 재미있게도 이 기둥은 파크랜드 강동역점이 기증한 것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천호대로 164길에 닿게 되며, ‘어서와’라고 적힌 <그대를 사랑합니다> 조형물이 반겨준다.

강풀 만화거리는 이름 그대로 강풀 만화 속 캐릭터들이 골목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는 곳이다. 구옥들이 즐비한 골목에 다채로운 벽화와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도로에 수 놓인 별 모양 안내 표시를 따라 걷다보면 여러 재미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치 그 자리에 정말로 있을 법한 인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골목을 돌아다니는 잔재미를 준다. 전봇대마다 만화 속 대사를 캘리그래피로 적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이곳에는 아기자기한 골목을 밝히는 문화 공간이 있다. 바로 ‘승룡이네집’이다. 작중 형태를 그대로 재현했다기보다는 만화 <바보>의 주인공 이름을 빌려온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 승룡이네집.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승룡이네집 1층 공간은 카페로 꾸며져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작은 독서 공간에서는 만화책을 열람할 수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우리 동네 만화 카페’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승룡이네집은 소박한 만화 독서 공간과 더불어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 그리고 만화가들에게 지원되는 작업 공간으로 나뉜다. 만화학원 수강생들의 작품 전시를 비롯한 소소한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골목 지도가 비치되어 있어 여행길에 참고하기 좋다. 

Info 강풀 만화거리
주소
서울 강동구 성내동 
(지하철 5호선 강동역 4번 출구에서 140여m)

Info 승룡이네집
운영시간(카페)
오전 10시~오후 8시(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168가길 65-29

판에 박힌 벽화마을과 차별화를 꾀한 공간
만화거리의 캐릭터는 강풀 만화가 회자되면 회자될수록 생명력을 뿜어낸다. 도봉구 쌍문동의 둘리 테마거리가 ‘둘리’라는 메가 히트 캐릭터를 구현해 세대 공감을 끌어낸다면, 강풀 만화거리는 현재 지역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가 현재 진행형으로 캐릭터의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강동구 자원순환센터에서 얻어온 폐키보드 키로 만든 만화 속 캐릭터.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바보>의 주인공 지호가 유학갔다가 연락도 없이 집에 돌아온 장면을 담은 벽화.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속 만석 할아버지가 임종 직전 꾼 꿈을 담은 벽화도 그려져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또한, 조형물에 동네 아이들이 직접 등장한다든지, 후미져 보이는 골목을 작품 속 한 장면을 활용해 넓고 밝아 보이게 만든다든지 하는 공간 재해석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는다. 

실제로 미술 작가와 주민, 학생들이 참여한 강풀 만화거리 조성사업은 마을 재생이라는 차원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거리에는 인근에 자리한 성내전통시장 관련 안내문과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으며, 일부 업소는 만화 장면이나 단행본을 인테리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민들의 삶터 및 주변 상권과 공존하지 않으면 테마거리는 반드시 퇴색된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뀐 작품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는 안내판.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주변 카페 내부에 놓인 강풀 만화 단행본.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캐릭터가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추억이 흐르는 이발소.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아울러 단순히 유명 캐릭터를 벽화로 옮겨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작품의 어떤 내용이었는지, 이 장면을 어떤 미술가가 어떤 재료로 벽화에 심었는지를 세세하게 기록해놓았다.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거리를 찾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벽화 해설을 신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매월 첫째 주, 셋째 주 토요일과 단체방문객을 위한 상시투어가 진행되며, 강동구 도시디자인과를 통해 사전신청한 방문객에게는 평일에도 해설을 제공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속에 등장한 성내동
강풀 만화거리가 최근 미디어에 다시 오르내린 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진행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성내동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10일부터 방영한 회차에 강풀 만화거리의 식당 여럿이 속속 등장했다. 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만화거리가 조명되었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함께 방문할 만한 명소 또한 늘어났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더짬뽕의 짬뽕.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방송에 출연한 식당으로는 중화요리집 더짬뽕을 비롯해 국수집 김여사네 국수, 백종원 대표의 칭찬을 받은 한식풍 파스타집 피콜로 등이 있다. 가게를 찾는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골목식당’ 이야기를 꺼낸다. 방송으로 일어난 관심이 강풀 작가의 작품과 만화거리로도 이어져 이곳의 생명력이 배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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